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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송곳' 지현우 일깨운 안내상의 그 말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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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송곳' 지현우 일깨운 안내상의 그 말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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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한국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혹은 법의 힘을 빌리기가 힘들어 법에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고, 그런 가운데 힘들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 돈과 권력을 틀어쥔 회사에 의해 억압을 받기 일쑤다. 

JTBC 특별기획 '송곳'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계 유통회사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보내라는 외국인 상사와 그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해 항명하려고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도 모르고 용기도 나지 않던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 방법도 모르고 용기도 없던 그를 전선에 세운 것은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단 한 마디의 말이었다.

지난 10월 31일 방송된 JTBC 특별기획 '송곳' 3회에서는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이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떨치고 일어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구고신(안내상 분)과의 만남이 방송됐다.

▲ 구고신(안내상 분)은 푸르미마트 앞에서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설명하며 노동사무소의 명함을 돌리고, 이수인(지현우 분)은 차에 던져진 명함을 보고 구고신의 노동사무소를 찾아간다. 노동법에 대해 공단 노조원들에게 강의를 하던 구고신은 "프랑스계 회사인 우리는 왜 그러냐?"는 이수인의 질문에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고 말한다. [사진 = JTBC '송곳' 방송화면 캡처]

안내상이 연기한 구고신은 노동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회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강요받고도 어쩔 줄 모르는 노동자들을 위해 부당해고나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해주는 노동상담소의 소장이다. 그는 '송곳' 3회에서 이수인 과장(지현우 분)이 일하고 있는 푸르미마트 앞에서 최저임금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며 명함을 나눠주다 마트 보안에게 걸려서 쫓겨난다.

푸르미마트 청과파트 과장인 지현우는 아줌마들이 대다수인 직원들에게 무시받고, 프랑스인인 점장에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직원들을 해고하라"는 지시를 받으며 갈등을 한다. 그리고 그 때 지현우의 앞에는 낮에 안내상이 마트 앞에서 뿌린 '떼인 임금 받아드림'이라는 명함이 등장한다.

지현우는 명함을 받고 안내상의 노동사무소를 찾는다. 안내상은 공단 노조원들을 모아놓고 노동 기본권과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었고, 상담을 받으러 온 지현우는 자연스럽게 안내상의 강의를 듣게 된다.

안내상의 교육에서 드러난 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하다. 교육을 듣던 한 노조원은 "전태일이 손에 들고 죽은 것은 법 아니었냐? 받아봐야 벌금 몇 백인데 그걸 무서워하는 사장이 어딨냐"며 안내상에게 따진다. 안내상은 그 말에 "법 없을 때도 노조했어. 그래도 이렇게 모여서 노동법 공부한다고 끌려가서 고문당하고 그러진 않잖아?"라고 답한다.

안내상은 "1800년대 유럽에서 노동자 두 명이 술집에서 모여도 불법이던 시절, 일곱살 짜리를 하루 14시간 일을 시켜도 그게 고용의 자유이던 시절, 그런 시절부터 피 흘려가며 만든 법이야. 노동법이. 누가? 당신 같은 사람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고 주면 주는 대로 못 받는 인간들. 세상에 걸림돌 같은 인간들"이라고 웅변하며, 지현우에게 "거기 상담 온 양반, 이번 이야기 처음 듣지? 이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야되는데"라고 한탄한다.

이어 안내상은 해외의 노조 사례를 이야기한다.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1년에 여섯 번 하고, 프랑스는 고등학교 사회과목 수업 1/3이 교섭 전략이다. 학교에서 이런 걸 가르치니 그런 나라는 판사나 교수도 노조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지현우는 손을 들고 안내상에게 질문을 던진다. "소장님 말씀대로면 프랑스 사회는 노조에 우호적인 것 같은데요? 저희 회사는 프랑스 회사고 점장도 프랑스인인데 왜 노조를 거부하는 걸까요?"라고 질문한다.

그리고 안내상은 지현우의 질문에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안내상은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가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이득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봅니까?"라며 "사람들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래도 되는거야. 노동운동 10년해서 사장되면 노조 깰 생각부터 하는게 인간이란 말이다"라고 말한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라는 안내상의 말은 그동안 소극적으로 회사의 지시에 대처해오던 지현우에게 과거 불의에 대항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사관학교 시절의 그를 떠올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안내상은 지현우에게 "수인씨는 관리자 아니냐. 자기 일도 아니고. 회사에서 이만하면 할만큼 했다. 여기가 싫으면 근무처도 옮겨주고 입점업체 하나 넘겨주겠다고 달콤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현우는 그 말에 "저 어차피 그런 것 못 받는 인간입니다"라며 투쟁의 의지를 밝히게 됐다.

JTBC 특별기획 '송곳'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등대한민국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웹툰을 집필한 최규석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부당해고 지시를 받은 푸르미마트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난관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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