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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7) '들꽃' '검은 사제들'...가출소녀와 수녀, 조수향의 변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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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본색] (7) '들꽃' '검은 사제들'...가출소녀와 수녀, 조수향의 변신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1.05 0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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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 악역을 맡는다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요?" 배우 조수향의 '후아유-학교2015' 출연은 그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됐다. 첫 미니시리즈에서 '악역'으로 강렬한 신고식을 치른 조수향이 이번엔 영화 '들꽃'과 '검은 사제들'로 관객을 만난다.

'들꽃'과 '검은 사제들'은 5일 개봉을 한다. 조수향은 각각의 작품에서 가출 소녀 '수향'과 '아그네스 수녀'를 맡아 연기한다.

◆ 실제 이름 딴 '들꽃' 속 수향, "누구에게나 그런 아픔이 있잖아요"

'들꽃'은 세 명의 가출 소녀 은수, 수향, 하담이 겪는 다양한 일들을 다룬다. 16, 17, 18세의 소녀들은 꿈꾸는 삶을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바깥에서의 삶 역시 녹록지 않아 소녀들은 그들을 이용하려는 어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바쁘다. 실제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와, 조수향의 이름은 '수향'이다. 수향은 세 소녀들 중 가장 밝고 말수가 많지만, 웃는 표정에는 짙은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 '들꽃' 조수향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수향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사람 같았어요. 물론 수향이의 마음은 항상 진심이고 가식이 없지만, 안쪽의 어둠과 고독을 숨기기 위해 겉에 많은 것들을 포장해 놓은 것 같단 생각이 들었죠."

수향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태성(강봉성 분)에게 부러 날을 세우고, 다른 두 소녀들에게마저 "그냥" "몰라"라는 말로 속마음을 대신한다. 수향을 포함한 소녀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뤄지진 않는다. '들꽃'은 그보단 세 소녀가 함께 지내는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조수향의 연기 스타일은 철저한 캐릭터 분석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극중 캐릭터가 실제로 있는 사람이라고 설정하고, 점차 친해지는 방법이다. 조수향 또한 사춘기 때 벌어질 수 있는 크고 작은 가족 간 갈등으로 고민했고, 이 때문에 학창시절 가출을 했던 경험("전 제가 다 큰 어른인 줄 알고 나갔는데, 곧바로 들켰어요.")도 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일을 겪었을 수향이란 친구에 대해 짐작해 보려고 했어요. 친한 사람들 앞에서 까불거리는 면은 저와 많이 닮았고요. 수향은 삶이 힘든 친구인데, 그 친구가 마음속에 갖고 있을 것들이 많이 이해가 됐어요. 사람들에겐 모두 아픔이 있는 것처럼, 제가 가진 아픔도 수향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공감이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 '들꽃' 조수향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 "내면의 집에서 나온 사람 또한 '가출'한 것 아닐까요?"

조수향은 영화 '들꽃'으로 지난해 제19회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들꽃'의 개봉까지는 약 2년이 걸려, 그동안 촬영장소는 사라지기도 했다. 여관 '산호장'은 게스트하우스로, 폐가들이 줄지어 있던 아현동 달동네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조수향은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며 웃었다.

'들꽃'의 캐스팅이 된 건 2013년 여름으로, 조수향 역시 마음의 안정보다는 불안을 느꼈을 때였다. 그때 알게 된 '들꽃' 속 소녀들은 조수향의 마음을 끌었다. 그렇게 조수향은 지난해 2월,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18세의 '수향'을 연기하게 됐다. 

"대학 졸업을 막 한 후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있던 때였어요. 어떤 큰 욕심보다도 그저 '연기' '작품'에 대한 갈망이 클 때였어요. 배우로서의 미래가 잘 안 보인다는 생각도 들고, 좌절감이 있었죠. '들꽃' 캐스팅도 '안 되겠지' 생각했는데 곧바로 연락이 와서 놀랐어요. 감독님이 너무나 좋아해주시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그 느낌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조수향이 생각하는 '들꽃'은 가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들꽃'은 가족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집'을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이 집은 실제로 살던 집일 수도 있지만 내면의 집일 수도 있어요.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웃음)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에게 있는 이야기예요. 보시는 분들도 카메라를 사람의 눈이라고 생각하고,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하게, 아이들을 관찰한다는 생각으로 보시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 조수향 [사진=매니지먼트 이상 제공]

◆ 연기 잘 하고 싶어 피눈물 흘리며 노력했던 시절, "연기할 수 있어 다행이죠"

올해 조수향의 활약은 눈에 띈다. 단막극 '눈길'은 종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드라마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고, 이준과 코믹 발랄한 연인을 연기한 '귀신은 뭐하나'에선 밝고 톡톡 튀는 역할로 색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미니시리즈 '후아유-학교2015'에서의 강렬한 악역 '강소영'은 시청자들로부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악역 나왔다"는 평을 받았다.

여기에는 남모르게 했던 노력들이 있다. 조수향이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예술고등학교에 다녔던 학창시절 때부터다. 재밌겠단 생각으로 얼떨결에 예고에 원서를 넣고 진학했다가, 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악바리가 돼 몰두했다. 하루에 영화, 대본을 몇 편씩 보면서 파고들었다. 대학에서도 이 노력은 계속됐다. 

"피눈물 흘려가며 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너무 못하는 사람인데, 너무 잘 하고 싶으니까…."

▲ '들꽃' 조수향 [사진=인디플러그 제공]

많은 사람들이 그를 '라이징 스타'로 보는 지금, 조수향은 그 노력의 결과를 얻고 있다. 조수향이 스스로 평가하는 올해는 어떨까. 조수향은 만족감이나 큰 목표에 대해 말하기보다, 그저 "연기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는 뻔한 겸손한 멘트가 아닌 절실함에서 나온 말로 들렸다. 

조수향은 요즘은 영화 '궁합' 촬영 중으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색다른 모습을 연기할 예정이다. 조만간 다시 이 '라이징스타'를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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