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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전 Q' 징크스에 떨고, 신드롬에 열광하는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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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전 Q' 징크스에 떨고, 신드롬에 열광하는 월드컵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1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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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저주' 촉각 세워…본선 첫 진출팀 이변 일으킬지도 관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4년마다 열리는 전세계 축구 축제인 제20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브라질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36년만에 남미대륙에서 열리는 월드컵인데다가 1950년 대회 이후 64년만에 다시 브라질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어떤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어떤 선수가 스타 반열에 올라설지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측은 종종 이상한 곳에서 빗나가곤 한다. 어떤 강력한 팀이라도 피해가기 힘든 '저주'가 있는가 하면 예상하지도 못했던 팀들의 선전이나 선수의 대활약으로 월드컵의 판도가 확 바뀌기도 한다.

◆ 월드컵에도 '신데렐라 신드롬'이 있다

월드컵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견제가 계속 심해지다보니 비주전급 선수가 깜짝 활약을 해줄 수 있다. 큰 경기에서 '미쳐주는 선수'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득점왕(골든슈)과 최우수선수(MVP, 골든볼)를 동시에 수상한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가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 꼽힌다.

스킬라치는 원래 벤치를 달구던 후보 공격수였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맹활약을 펼치며 골든슈와 골든볼을 독식했다. 그러나 그의 활약은 월드컵으로 국한됐고 그 이후 전혀 제대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지성도 2002년 한일 월드컵이 낳은 신데렐라다. K리그에서 받아주는 팀이 없이 명지대에 진학했던 그는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올림픽 대표팀에 들어간 뒤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그런 그를 발굴했고 박지성은 포르투갈전에서 한국을 16강으로 이끄는 골을 작렬하며 성공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 경험은 중요하지 않아, 첫 출전국의 돌풍

유난히 월드컵 본선에 처음으로 출전한 팀들의 돌풍도 그동안 거셌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코스타리카는 브라질, 스코틀랜드, 스웨덴 등이 포함된 C조에서 당당하게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또 1994년 미국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본선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는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1-2로 졌지만 모로코와 벨기에를 연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당당하게 16강에 올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크로아티아가 '대박'을 쳤다. 다보르 수케르를 앞세운 크로아티아는 네덜란드와 3~4위전을 이기고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스타였던 수케르는 현재 크로아티아축구협회 회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고 브루노 메추 감독이 이끌던 세네갈이 프랑스와 개막전을 이기는 대파란을 일으키며 8강까지 진출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가나가 16강, 우크라이나가 8강까지 올랐다.

슬로바키아 역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서 16강 진출을 이뤘다.

이번 대회에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첫 도전한다.

◆ 어리다고 얕보지 말아요, 틴에이저의 반란

전세계 스타들이 모두 출전하는 무대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10대들의 반란도 월드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이다. 오언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잉글랜드 돌풍을 이끌었다. 당시 한국 대표팀에는 이동국이라는 10대도 있었다. 이동국은 이후 월드컵에서는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겁없이 뛰는 모습은 어필하기에 충분했다.

'축구황제' 펠레의 시작도 18세때 이뤄졌다. 1940년생인 그는 1958년 스웨덴 대회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10번'을 맡았다.

웨일스와 8강전에서 선제결승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프랑스와 4강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5-2 승리를 이끌었고 스웨덴과 결승전에서도 혼자 2골을 넣으며 5-2 승리를 이끌어냈다. 18세의 소년이 월드컵 무대에서 6골이나 넣은 것이다.

펠레는 1962년 대회와 1966년 대회에서는 한 골씩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도 4골을 넣으며 브라질의 세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이번 대회에도 파브리스 오링가(18·카메룬), 루크 쇼(19·잉글랜드),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19·우루과이), 카를로스 구레조(19·에콰도르), 줄리안 그린(19·미국), 디보크 오리기, 아드낭 야누자이(이상 19·벨기에) 등 적지 않은 10대가 출전한다.

또 아직 20번째 생일을 맞지 않은 라힘 스털링(20·잉글랜드)과 나빌 벤탈렙(20·토트넘 핫스퍼)도 있다.

◆ 브라질에게 달갑지 않은 징크스들

이번 대회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브라질의 네이마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초대형 스타들이 저마다 우승을 자신하고 있다. 이들의 발끝과 활약에 따라 우승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이라고 해서 징크스가 비켜갈지는 알 수 없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팀은 바로 개최국 브라질이다. 하지만 여러가지 징크스 때문에 브라질이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일단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컨페드컵 징크스'가 브라질을 옥죈다.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대륙별 우승팀만 모아 홀수해마다 격년제로 치렀던 대회로 2005년 독일 대회부터 월드컵 직전 해에 4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월드컵 직전 해에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1997년 대회 우승팀인 브라질은 정작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고 2001년 한일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인 프랑스는 한일 월드컵에서는 16강도 오르지 못했다.

브라질은 2005년 대회부터 지난해 대회까지 3회 연속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저주의 끝판왕'인 펠레의 저주도 브라질을 불안하게 만든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펠레가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왔다. 줄리메는 브라질의 영광을 지켜줄 것"이라고 자신만만했지만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고 '광속 탈락'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수많은 팀들이 펠레로부터 우승후보로 거론됐고 여지없이 탈락했다. 펠레가 우승후보로 지목한 팀 가운데 여태껏 우승한 사례가 없다.

특히 1994년은 비극으로 남았다. 펠레로부터 우승후보로 꼽힌 콜롬비아는 루마니아, 스위스, 미국 등에 밀려 조 최하위로 탈락했다.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안드레스 에스코바는 콜롬비아 범죄 조직원들에게 피살됐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던 펠레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거꾸로 우승후보 자격이 없다는 악담을 들은 팀들은 오히려 우승을 차지했다. 펠레는 조국 브라질이 1994년 미국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후보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0년 남아공 대회 예선 때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경험이 부족해 아르헨티나가 남미예선 통과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본선 8강 진출이었다.

펠레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과 스페인, 잉글랜드와 함께 브라질을 우승후보로 꼽았다. 또 다시 그의 입에서 나온 '브라질 우승' 예상에 브라질 팬들은 못내 불안해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에는 역징크스도 있다. 개최대륙 및 개최국 우승 전통이 그것이다.

여태껏 남미 뿐 아니라 북중미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남미팀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 이 '법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이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또 개최국이 결승전까지 올라간 여섯 차례의 월드컵 가운데 무려 다섯 차례나 우승을 차지헀다. 유일하게 우승하지 못한 개최국은 1950년 브라질이 유일했다. 브라질은 64년 전에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개최국이 결승에 올라가면 우승 확률이 높다는 기분좋은 역징크스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개막을 앞두고 파업과 시위 등으로 어수선한 브라질로선 월드컵 우승을 통한 국민통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컨퍼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월드컵 반대 분위기를 잠재우며 축구열기를 다시 불러일으켰던 브라질이다.

◆ 전 대회 우승팀 부진 징크스, 스페인도 떨고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2연패를 달성한 팀은 이탈리아와 브라질 뿐이다. 이탈리아는 1934년 대회와 1938년 대회에서 연속 정상에 올랐고 브라질은 1958년, 1962년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전 대회 우승팀은 월드컵에서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1962년 대회 우승팀 브라질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전 대회 우승팀이 결승까지 오른 것은 아르헨티나(1986년 우승), 브라질(1994년 우승) 밖에 없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비록 1990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카메룬과 개막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하마터면 16강에 오르지 못할 뻔 했다.

이런 징크스는 결코 스페인에게 반갑지 않다. 펠레 징크스와 전 대회 우승팀 부진 징크스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 우승후보 명단에서 스페인을 지워야 하지 않을까.

이밖에도 월드컵 4강 징크스도 있었다. 이전 월드컵에서 3위 또는 4위를 차지하면 그 다음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징크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3위팀 터키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고 한국 역시 힘겹게 본선 진출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던 독일과 포르투갈은 남아공 월드컵에 정상 출전했고 남아공 월드컵 3, 4위팀인 독일과 우루과이 역시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다. 사실상 '기한 만료'됐다.

◆ 발롱도르 받으면 월드컵 우승은 포기?

FIFA가 수여하는 발롱도르 올해의 선수상은 한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월드컵 직전 해에 발롱도르를 받은 선수가 있는 팀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956년 상이 제정된 이후 월드컵 직전 년도에 상을 받은 선수는 14명이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는 1973년 이 상을 받은 위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 3골을 넣으며 네덜란드를 결승까지 올려놨지만 서독에 1-2로 져 정상의 꿈을 이뤄내지 못했다.

1981년 칼 하인츠 루메니게(서독)과 1997년 호나우두(브라질) 역시 발롱도를 받은 뒤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09년에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이 상을 받았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고 8강전에서 독일에 0-4로 참패했다.

지난해에는 호날두가 받았다. 이 징크스가 계속 이어진다면 포르투갈은 우승과 거리가 멀다. 사실 포르투갈은 호날두 외에는 이렇다 할 선수가 없는 '호날두 원팀'이어서 우승 가능성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 '우리를 건드리면 큰일 나' 아르헨티나 징크스와 단군 징크스

조별리그를 통과해 토너먼트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팀은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패한다는 것이 바로 '아르헨티나 징크스'다.

미국 월드컵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루마니아가 8강에서 스웨덴에 승부차기에서 진 것을 비롯해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 한일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가 희생양이 됐다. 독일은 독일 월드컵과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2연속 제물이 됐다.

단군 징크스는 한국을 큰 점수차로 이겼을 경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을 5-0으로 꺾었던 네덜란드는 한일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평가전에서 5-0으로 이겼던 체코 역시 한일 월드컵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만약 이 징크스가 지금도 이어진다면 멕시코와 가나 역시 제물이 될 수도 있다. 멕시코는 지난 1월 평가전에서 한국에 4-0으로 이겼고 가나도 한국을 4-0으로 꺾었다.

◆ 한국 축구도 징크스가 있다

역대 월드컵을 봤을 때 한국 축구도 징크스가 꽤 많다. 이 가운데 한 대회에서 잘하면 그 다음 대회는 성적이 나오지 않는 이른바 '퐁당퐁당 징크스'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사상 첫 골과 승점을 따내며 선전한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3전 전패를 당했다. 미국 월드컵에서는 스페인, 볼리비아와 비기고 독일전에서도 선전해 2무 1패의 성적을 거뒀던 한국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지며 사상 초유의 대회 도중 감독 경질이라는 아픔을 맞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한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원정 첫 승과 프랑스전 무승부로 징크스를 깰 것으로 보였지만 스위스에 0-2로 져 16강이 좌절됐다. 그 좌절을 딛고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첫 원정 16강을 이뤄냈다. 이 징크스가 계속된다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16강에 오르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월드컵 직전 평가전 패배 후 본선 첫 경기 승리라는 징크스도 있다. 한국은 한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에 2-3으로 아쉽게 진 뒤 폴란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독일 월드컵에서도 가나와 평가전에서 졌지만 토고를 이겼고 남아공 월드컵 역시 스페인에게 0-1로 지고도 그리스를 2-0으로 꺾으며 원정 16강의 발판을 놨다. 이 징크스대로라면 가나와 평가전에서 진 한국 축구가 18일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러시아에 이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행복한 상상이다.

tankpark@sport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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