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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2) 고려대 농구 트윈타워 이종현-강상재, 함께라서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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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2015] (52) 고려대 농구 트윈타워 이종현-강상재, 함께라서 멀리 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1.0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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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파트너'가 함께 쏘는 '같이의 가치'...청소년대표부터 호흡 맞추며 시너지 효과, 대학농구 정상 유지

[200자 Tip!]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독불장군'은 존재할 수 없다. 하나보다는 둘이 강하다는 당연한 진리는 스포츠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에이스 투수도 포수라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고 FC 바르셀로나에도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루이스 수아레스 'MSN 라인'이 있어야만 최고의 공격력을 발휘한다. 고려대가 대학농구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특정 선수 한 명의 활약 때문이 아니었다. 특히 고려대에는 골밑을 지키는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

[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올해 대학농구도 고려대 천하였다. MBC배와 전국대학농구리그에서 3년 연속 정상에 올랐고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년 동안 대학농구 정상을 지킨 고려대를 거쳐간 선수들은 현재 한국 농구의 '젊은 피'로 세대교체의 주역이다. 박재현(서울 삼성)과 함께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이승현(고양 오리온), 올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문성곤(안양 KGC인삼공사)과 이동엽(삼성) 등이다.이 가운데 이승현과 문성곤, 이동엽은 모두 한국 농구대표팀에 선발됐다.

▲ 고려대가 올 시즌에도 대학농구 최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강상재(왼쪽)와 이종현이 골밑에서 든든히 지켜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목 호랑이' 이승현이 프로에 진출한 이후 이종현의 짝으로 선택된 강상재도 기량이 만개하면서 이종현과 함께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고려대가 대학농구 최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 포지션에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인 조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제 고려대는 내년부터 거센 도전에 직면한다. 박재현, 이승현에 이어 문성곤과 이동엽까지 졸업해 프로에 진출하면서 주력 선수들이 빠져나갔다. 그러나 고려대에는 아직 다른 팀과 높이 대결에서 압도할 수 있는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 이제 내년 4학년이 되는 이종현(206cm)과 강상재(200cm)다.

◆ 이종현의 새로운 도전, 한국 농구 빅맨 성장은 진행형

이종현은 경복고 재학 때부터 한국 농구의 빅맨 계보를 이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2012년 남자농구대표팀의 예비명단까지 포함되기도 했다. 이종현의 진가는 고려대에서도 빛났다. 2년 선배 이승현과 함께 강력한 더블포스트를 구축하면서 고려대 골밑은 철옹성이 됐다. 대학 1,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프로에 나와도 적응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량 발전이 더디다는 반갑지 않은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종현은 이승현의 졸업으로 올해부터 홀로서기를 해야만 했다. 이승현과 2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이종현으로서는 진정한 도전의 시기가 된 것이다. 1, 2학년 때는 선배들이 하라는대로 하는 입장이었다면 3학년이 된 올해는 팀의 주축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안은 것이다.

이종현은 "1학년 때보다는 2학년, 2학년 때보다는 올해 욕을 많이 먹은 것 같다. 발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게 된 것은 (박)재현이 형이나 (이)승현이 형이 앞에서 잘 끌어줬기 때문이지, 혼자서 이룬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소리 듣는 것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 농구 미래를 이끌어갈 빅맨으로 평가받았던 이종현은 최근 성장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고려대의 골밑에는 언제나 이종현이 있었고 어느덧 내년 4학년이 돼 주장을 맡게 됐다.

그래도 이종현이 지킨 골밑은 든든했고 여전히 고려대 농구는 강했다. 라이벌 연세대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정기 고·연에서는 3쿼터까지 크게 뒤지고 있다가 막판 역전극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지난달 원정으로 치러졌던 연세대와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는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긴 했지만 다시 추스리고 이틀 만에 열린 3차전에서 설욕하는 정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이종현은 올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쉴 틈도 없이 대학은 물론 대표팀 경기에도 출전했고 여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서머리그도 경험했다. 서머리그 참가로 이종현이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종현은 "그래도 나름 부상없이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어 만족한다"며 "또 서머리그를 통해 국내에서 배우지 못했던 여러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세계 농구를 경험해 의미가 있었다. 물론 서머리그에서 배웠던 기술을 당장 쓸 수는 없겠지만 농구를 보는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 선참으로서 고려대를 이끌었던 이종현은 내년부터 더욱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어느덧 4학년이 되는 이종현은 주장으로서 대학농구 최강의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새로운 '두목 호랑이'가 된 이종현은 "그동안 선배들로부터 가르침과 이끌림을 받았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고 최정상을 지켜야 하는 역할까지 맡았다"며 "주장으로서 부담이 많다. 하지만 선배들이 그동안 잘해왔고 배운대로 잘하면 내년도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이종현은 NBA 서머리그에 다녀오는가 하면 한국 농구대표팀과 고려대를 오가면서 바쁜 한해를 보냈다. 이제 이종현은 4학년을 맞아 내년 드래프트까지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 2년 동안 가려졌던 강상재, 고려대가 수확한 파워포워드

강상재는 "고등학교(홍대부고) 때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팀 전력도 그다지 강하지 못했고 저 역시 그다지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강상재는 고교 때부터 득점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강상재의 말대로 팀 전력이 주목받을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강상재가 홍대부고 재학 때 유일하게 받은 상이라고는 2012년 추계연맹전 우승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것뿐이었다.

또 고려대 입학 이후에는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배 이승현에 밀려 그다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강상재가 기초 체력이나 경기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2년이 됐다.

강상재는 고교 시절엔 주로 외곽슛을 맡았다. 높이는 있었지만 호리호리한 체격조건 때문에 골밑에서 싸움을 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랬던 강상재가 '업그레이드'된 것은 졸업반 때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였다.

강상재는 "체중이 늘고 몸이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골밑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 파워는 부족했지만 감독님께서 골밑 싸움을 하는 요령을 잘 가르쳐주셨고 고려대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며 "승현이 형에게 밀렸지만 2년 동안 근력과 힘을 키우며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 강상재는 정확한 슛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배 이승현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파워와 체력을 키우면서 이종현과 함께 고려대의 골밑을 지키는 트윈타워로 성장했다.

절치부심하며 꾸준히 기회만 엿보던 강상재는 이승현의 졸업으로 이종현의 파트너가 됐다.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기량도 급성장했다.

강상재의 장점은 역시 정확한 슛 능력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외곽슛에서는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에 3점슛 능력이 탁월하고 골밑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슛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강상재는 올해 대표팀의 부름까지 받았다. 강상재 스스로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 대표팀 발탁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농구대표팀에 들어가면서 더욱 경기력이 좋아졌고 이는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강상재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서 뛰면서 국제 경험을 쌓은 것이 자신감의 원천이 됐다.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좋은 선수들과 뛰고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여유가 생겼다"며 "올해 하려고 했던 것은 남들보다 한발 더 뛰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 강상재는 남들보다 한발 더 뛰려는 성실함으로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생각하지 않았던 대표팀에도 선발되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MVP로도 선정됐다.

◆ 찰떡 파트너가 된 이종현과 강상재, 고려대에 쌍돛대를 달다

올해 고려대가 여전한 대학농구 최강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종현과 강상재의 찰떡호흡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종현으로서는 이승현이 떠난 빈 자리에 친구 강상재가 들어오면서 자신에게 쏠리는 집중 견제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강상재는 이종현이 있어 득점과 수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종현은 "상재는 원래 움직임이 좋고 센스가 뛰어난 선수였다. 농구선수의 능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인데 상재는 여기에 능하다. 그래서 패스를 전달하기가 편하다"고 친구와 호흡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강상재 역시 "종현이와 함께 호흡을 맞춘 지난 1년 동안 내가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들 듀오는 인연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로 학교가 달랐기 때문에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청소년대표팀에 나란히 뽑히면서 조우했다. 강상재는 "평소 종현이와 안면을 튼 적도 없었다. 처음 만나 훈련했을 때 잘하는 선수가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하기만 했던 둘은 차츰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성격이나 취미, 라이프스타일이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더욱 친해졌다. 힙합을 좋아하고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 것도 닮았다.

이들이 더욱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4년째 기숙사 룸메이트라는 점. 이종현은 "보통 해마다 룸메이트를 바꾸는데 상재와 1학년 때 같은 방을 쓰게 된 이후로는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내년에도 같은 방을 쓴다. 그렇게 함께 지내다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게 되고 서로를 더욱 이해하면서 더욱 최상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이종현(왼쪽)과 강상재는 대학 신입생 때부터 내년까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다. 성격이나 취미생활 등이 쌍둥이처럼 닮아있는 '영혼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청소년 대표팀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고려대의 골밑을 지키는 쌍돛대로 활약한다.

하지만 고려대에서 두 선수의 호흡은 내년까지만이다. 이제 이들도 내년 드래프트에 나서야만 한다. 워낙 두 선수가 뛰어나기 때문에 같은 팀에서 뛸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정 한 팀이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확보한 뒤 모두 앞 순위에서 행사할 수 있어야만 모두 잡을 수 있다.

이종현은 "프로에 가면 서로 떨어질 확률이 높겠지만 대표팀에서 만나면 된다. 상재와 함께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오르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본선에도 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현역으로 있을 때 적어도 한 번은 올림픽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강상재 역시 "프로에서 같은 팀에서 뛸 가능성이 적다고 하더라도 종현이와 우정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이종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실력도 우정도 길게 이어나가려는 호랑이 듀오다.

■ 이종현 프로필

△ 생년월일 = 1994년 2월 5일
△ 신체조건 = 206cm / 109kg
△ 출신학교 = 연가초-휘문중-경복고
△ 주요 경력
- 2009년 FIBA 아시아 U-16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0년 FIBA 아시아 U-17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0년 FIBA 아시아 U-18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2년 FIBA 아시아 U-18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3년 EABA 동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3년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대표팀
- 2015년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수상 경력
- 2010년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상주대회 남자고등부 리바운드상/수비상/MVP
- 2012년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상주대회 남자고등부 MVP
- 2012년 아디다스 아마추어 농구대상 시상식 남자부문 MVP
- 2013년 프로아마최강전 MVP
- 2013년 대학농구리그 블록상/신인상/챔피언결정전 MVP
- 2014년 대학농구리그 블록상

■ 강상재 프로필

△ 생년월일 = 1994년 12월 31일
△ 신체조건 = 200cm / 105kg
△ 출신학교 = 대구칠곡초-홍대부중-홍대부고
△ 주요 경력
- 2012년 FIBA 아시아 U-18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3년 FIBA U-19 세계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팀
- 2015년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 대표팀
△ 수상 경력
- 2012년 추계연맹전 MVP
- 2015년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취재후기] 하물며 사랑하는 부부 사이도 서로 사는 방식이 달라 트러블이 일어난다. 그러나 두 선수는 오랜 기간 한 방에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의견충돌이 없었다고 말한다. 정리를 잘하는 습관부터 힙합 음악을 좋아하고 쉬는 시간 취미활동까지 꼭 닮아 있다. 그래서 기자는 두 선수에게 '영혼의 파트너'라는 말을 붙여줬다. 이종현과 강상재 모두 마음에 들어했다. 수학에서 1+1=2이지만 현실에서는 2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시너지 효과다. 영혼의 파트너인 두 선수가 뭉쳤기 때문에 1+1은 무한대도 될 수 있다. 이미 올해 그것을 두 선수가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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