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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 이상화 심층 분석, 5가지 원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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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2연패' 이상화 심층 분석, 5가지 원천 있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2.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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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스타트 향상·최적화된 신체조건으로 '빙속여제' 등극, 평창 이후도 기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빙속여제' 이상화(25 서울시청)가 밴쿠버에 이어 소치에서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종목 연속제패의 위업을 달성해 그 원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화는 12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1, 2차 레이스에서 모두 경쟁자들을 압도적으로 물리치고 올림픽 신기록(74초70)을 작성하며 당당하게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사실 이상화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4년이 흘러 이상화는 더욱 업그레이드됐고 대회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예상이 줄지어 나왔다.

그렇다면 이상화가 동계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진화하는 이상화에 대한 국내외 미디어의 평가와 빙상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섯가지로 압축된다. 빙상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갈성렬 전 빙상국가대표팀 감독의 분석을 결들여 이상화를 심층 분석한다.

◆ 마음 편한 아웃코스서 몸 풀고 인코스에서 올림픽 신기록

이상화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아웃코스다. 지난해 11월 이상화가 36초3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것도 아웃코스에서 스타트했을 때다. 이상화가 이번 시즌 네차례 세계기록을 작성했는데 이 가운데 세차례가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인코스가 약한 것은 아니다. 이상화가 아웃코스에 비해 인코스가 다소 약점이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이는 와전된 것이다.

이상화의 2연패 질주를 분석한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좋아하는 성향 때문이지, 약하다 강하다의 문제가 아니다. 아웃코스의 경우 인코스에서 뛰는 선수를 보면서 들어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아웃코스에서 뛸 경우 인코스로 들어갈 때 실수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상화가 1차 레이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아웃코스에서 뛴 것은 분명 심리적으로는 안정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제갈 위원은 "1차 레이스는 압박감이나 긴장감이 상당한 때다. 이럴 때 이상화가 자신이 좋아하는 아웃코스에서 뛰고 몸과 마음이 풀린 2차 레이스를 뛸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완벽한 스케이팅에 도움을 줬다"며 "그러나 이번 경기를 보면 1차 레이스에서 인코스를 뛰었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었을 것 같다. 이상화의 레이스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남들보다 왜소한 체격조건? 절대 그렇지 않아

국내 언론에서 이상화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왜소한 체격조건'이다. 이상화의 튼튼한 '꿀벅지'가 있는데 무슨 얘기냐고 하겠지만 사실 신체조건만 보면 여자 단거리 선수로서는 완벽하다고는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상화의 프로필에서 나오는 키와 체중은 165cm, 62kg. 예니 볼프(독일)와 헤더 리처드슨(미국), 왕베이싱(중국), 올카 파트쿨리나(러시아) 등이 모두 170cm가 넘고 이 가운데 볼프와 리처드슨은 70kg도 넘는 당당한 체격인 것과 견주어본다면 이상화는 이들보다 체격조건에서 불리해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단거리에서 키가 작으면 한발을 내딛는 거리 자체가 짧아져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제갈 위원은 오히려 이상화가 선수로서 가장 최적화된 조건이라고 말한다.

그는 "리처드슨이 178cm, 73kg로 당당한 체격이라고 말하지만 다부진 근육을 갖고 있진 못하다. 다부진 근육의 진정한 힘 측면에서는 이상화가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라며 "물론 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왜소한 것은 아닌, 평범한 조건이다. 쓸데없이 큰 것보다는 이상화의 체격조건이 가장 알맞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은 중심을 잘 이동해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이상화가 체격에서 열세라고 볼 수 없다"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미즈 히로야스(일본)도 키가 162cm에 불과했다. 이런 단신 선수가 190cm의 제레미 워더스푼(캐나다)을 제쳤다. 키가 작은 체격조건이라고 해서 마냥 불리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얼핏 약점일 것 같은 신체조건을 자신의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이상화가 자랑하는 '꿀벅지'에서 비롯된다.

지난 2012년 말 조사한 체육과학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60cm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보다 3cm 두꺼워졌다. 종아리 근육도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평균보다 4cm 이상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한 여성 허리 사이즈의 허벅지를 가지고 있는 이상화는 하체에 근육이 더 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은 오히려 4kg 가까이 가벼워졌다. 허벅지 근육은 늘어난 대신 상체가 날씬해졌다는 것이다. 상체가 날씬해지면 공기 저항이 그만큼 줄어 속도가 붙기 쉽기 때문에 단거리에서 유리한 조건이 된다.

◆ 남자 선수와 훈련 통해 초반 레이스 속도 향상

그동안 이상화에게 약점으로 지적됐던 것은 바로 스타트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30 아래로 끊은 적이 별로 없으며 후반 들어 스퍼트를 발휘해 가속도를 붙이는 '슬로 스타터'의 전형인 선수였다.

하지만 이상화는 이규혁, 이강석 등 남자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파워를 장착, 100m 레이스 속도를 향상시켰다.

이상화가 초반 100m 레이스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은 '큰 오빠' 이규혁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상화는 대표팀 최고참 이규혁의 조언에 따라 스타트 훈련의 활주 거리를 늘렸고 리듬감까지 타면서 초반 레이스 속도를 향상시켰다. 그 결과 10초30대의 초반 100m 레이스 속도는 10초20대 이하로 몰라보게 좋아졌고 36초36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할 당시 10초09까지 앞당겨졌다.

이규혁의 도움 외에도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것 역시 이상화의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됐다. 이상화는 올림픽을 앞두고 네덜란드 전지훈련이나 소치 현지 훈련에서 동갑내기 모태범과 초반 50m 레이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초반 레이스 속도가 몰라보게 좋아지자 동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의 찬사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상화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지도했던 케빈 크로켓 대표팀 코치는 "이상화는 정신력이 좋은데다 최고의 레이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함께 경쟁을 벌이며 은메달을 따낸 올가 파트쿨리나는 "이상화는 마치 우사인 볼트 같았다"며 자신의 완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 징크스? 오버페이스? 그게 뭐예요?

이상화가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우려 섞인 시선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2013~14 시즌 월드컵에서 계속 세계기록을 작성하면서 오버페이스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보통 올림픽이 있는 시즌이면 선수들은 올림픽에 맞춰 몸관리를 하지만 이상화가 월드컵 때부터 계속 세계기록을 써내려가니 이런 우려는 기우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화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버페이스는 절대 아니었다"며 "지난해 좋았던 성적이 올시즌까지 이어진 것일 뿐이다. 올림픽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겠다고 했고 당당히 내 실력으로 우승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상화는 징크스도 깼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벌어지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다는 오랜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상화가 이를 깬 것이다.

1994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과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을 동시 석권한 보니 블레어(미국)를 시작으로 카르티로아 르메이 돈(캐나다), 스베틀라나 주로바(러시아)까지 모두 같은 해에 벌어진 세계스프린트선수권과 동계올림픽에서 연쇄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화 역시 지난 2010년 대회에서 우승한 뒤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그 상승세를 이어간 바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위징(중국)이 부상으로 불참하면서 일찌감치 징크스가 깨지긴 했다. 그리고 이상화는 다른 경쟁자를 압도하며 '세계스프린트선수권 우승=올림픽 우승'이라는 오랜 공식을 깨는 주인공이 됐다.

◆ 1000m 메달 가능성도 충분, 평창 이후도 가능

이상화의 무한질주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만약 이상화가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다면 1988년 캘거리 대회부터 1994년 릴리함메르 대회까지 3연패를 차지한 블레어에 이어 두번째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블레어의 경우 동계올림픽 기간 조정 관계로 1992년과 1994년에 대회가 열린 상황에서 이룬 것이기 때문에 순도에서는 이상화 쪽이 더 높게 된다.

그렇다면 이상화가 평창까지 갈 수 있을까. 이미 크로켓 코치는 "평창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제갈 위원은 "이상화의 나이는 이제 만으로 24세이기 때문에 평창 대회때도 만 28세밖에 안된다. 이규혁이 만 36세의 나이에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하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예니 볼프도 만 35세의 나이에 이상화를 위협했다"며 "나이는 상관없고 관건은 바로 목표의식과 꾸준한 몸관리다. 지금의 몸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뚜렷한 목표만 가지고 있다면 평창을 넘어 2022년 동계올림픽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상화의 1000m 메달 가능성이다. 지난 밴쿠버 대회 때 23위에 그쳤던 종목이다. 이상화는 크로켓 코치와 함께 훈련하면서 1000m를 뛸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데도 중점을 뒀기 때문에 은근히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제갈 위원은 이상화의 1000m 입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그동안 훈련을 하면서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1000m까지 치고 나갈 수 있는 지구력도 향상시켰기 때문에 5위권은 무난하다고 본다"며 "당일 컨디션에 따라 금메달까지는 몰라도 메달을 하나 더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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