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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세축구다! '티키타카' 붕괴시킨 판할 '토털사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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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세축구다! '티키타카' 붕괴시킨 판할 '토털사커'의 힘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14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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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강력한 압박으로 실리 추구, 5-1 대승...스페인의 티키타카 전성시대 마감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역시 그는 전략가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첫 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이후 대세였던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패싱축구 '티키타카'를 단번에 침몰시켰다.

루이스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14일(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B조리그 첫 경기에서 로빈 판 페르시와 아리언 로번이 두골씩 넣는 활약을 앞세워 5-1 대승을 거두고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 0-1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FIFA는 네덜란드가 스페인을 5-1로 꺾은 것을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예상하지 못한 대이변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사실 이번 경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했을 정도로 브라질 월드컵 '빅매치' 가운데 하나였다. 토너먼트에서나 만날 수 있는 매치업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성사됐으니 관심은 이만저만 뜨거운 것이 아니었다.

혈전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예상은 후반 들어 완전히 빗나갔다. 스페인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고 전반 44분 판 페르시가 멋진 다이빙 헤딩슛으로 동점골을 기록할 때만 해도 접전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네덜란드가 후반에만 '융단 폭격'을 퍼부으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 네덜란드가 가장 잘하는 전술로 티키타카 이겨내다

사실 네덜란드가 수비포맷으로 3백과 5백을 동시에 쓴다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승후보의 전력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현대 축구의 대세인 4백을 쓰지 않는 네덜란드는 분명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때보다 전력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판할 감독은 스페인전을 위해 3-4-3 포메이션을 완벽하게 가다듬었다. 판 페르시와 로번을 좌우로 배치해 스페인의 풀백을 견제하게 했고 베슬레이 스네이더르 역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수비할 때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막게 했다.

수비할 때는 공격수부터 상대 풀백과 미드필더를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은 바로 네덜란드의 특징인 토털사커와 압박 축구 그대로였다.

티키타카 전술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FC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연 이후 한동안 대세가 됐지만 서서히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르셀로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두차례나 이기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대표팀도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정상에 오르면서 티키타카는 현대 축구의 새로운 흐름이 됐다.

티키타카가 새로운 흐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패스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앞세워 상대를 압도하는 전술이었기 때문이다.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팀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틈이 보이면 재빨리 골을 성공시키는 패턴이었다.

그러나 티키타카가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몇몇 명장들이 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부터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인터 밀란 감독 재임 시절 이른바 '안티 풋볼'이라는 수비 위주의 전술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렸고 결국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위르겐 클롭과 판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등 여러 감독들이 티키타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술을 구현해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바로 압박이었다. 패스를 끊어내기 위해 길목을 차단하는 압박 축구를 펼침으로써 티키타카를 무력화시켰다.

◆ 레알 마드리드도 썼던 '실리+역습 축구'가 티키타카 공략의 열쇠였다

티키타카의 몰락은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른 뮌헨을 꺾을 때부터 본격화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상대하는 방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볼 점유율을 바이에른 뮌헨에 70% 이상 넘겨줄 정도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역습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골을 성공시켰다. 역습을 바탕으로 한 실리축구가 바로 티키타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또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중원을 탄탄하게 구축, 바이에른 뮌헨의 짧은 패스를 무력화시켰다.

◆ 선이 굵은 축구로 패싱 축구 뛰어넘다

판할 감독도 레알 마드리드의 실리와 역습 축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종 이어지는 역습은 스페인의 중원과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스페인의 실수를 유도했다.

여기에 판할 감독은 선이 굵은 축구를 가미시켰다. 패싱 축구를 기본으로 하는 스페인의 중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뒷공간을 노리는 방법도 함께 채택했고 그 결과 두 골을 만들어냈다.

두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달레이 블린트라는 새로운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판 페르시와 로번의 골에 모두 관여하며 동점골과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판페르시의 동점골 장면에서는 왼쪽 측면 하프라인 부근에서 곧바로 길게 크로스를 올린 것이 어시스트가 됐다. 판 페르시는 블린트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보고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키를 넘겼다.

두번째 골 역시 블린트가 길게 넘긴 공을 받은 로번이 환상적인 볼 트래핑으로 공을 잡은 뒤 침착하게 슛을 날리면서 만들어졌다.

또 판할 감독은 3백과 함께 수비 때는 양 측면 윙백을 내리는 5백을 혼용하면서 수비를 안정화시켜 스페인의 공격을 막았다. 물론 스페인이 귀화시킨 디에고 코스타가 완벽한 모습이 아니었던 것도 네덜란드의 대승을 불러왔다.

네덜란드의 압박과 토털축구가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완벽하게 공략한 것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페인은 볼 점유율에서 57-43으로 앞서긴 했지만 압도적이지 못했고 패스 성공률도 83%로 네덜란드의 75%와 비교했을 때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이동거리에서 스페인을 압도했다. 다릴 얀마트가 11km를 뛴 것을 비롯해 스네이더르, 로번이 각각 10.8km와 10.2km의 이동거리를 나타냈고 브루누 마르팅스 인디, 블린트, 나이절 더용 역시 모두 10km 이상을 기록했다. 풀타임을 뛰지 않은 판페르시는 8.4km였다.

그러나 스페인은 사비만이 11.1km로 양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동거리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9명의 필드 플레이너들은 10km에 채 미치지 못했다. 활동량에서도 스페인은 네덜란드에 완패했다.

판페르시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정말 놀라운 경기였다. 모든 네덜란드 국민들이 바라던 꿈같은 경기결과가 나왔다"며 "판할 감독 덕분에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그가 어떻게 선수를 훈련시키는지 그리고 경기를 준비하는지, 전략을 세우는지를 지켜본다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할 감독의 지도력과 전술능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판할 감독도 "판페르시와 로번, 스네이더르와 같은 중고참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 것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이제 첫 경기를 이겼을 뿐이며 호주와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네덜란드가 더 나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스포츠"라며 "힘겨운 순간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독려했다.

압박축구는 이미 한차례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바꾼 적이 있다. 네덜란드의 토털사커는 이탈리아의 빗장수비 '카테나치오'를 뚫어냈고 이후 압박과 토털축구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새로운 토털사커는 이제 티키타카까지 침몰시켰다.

이제 티키타카는 완벽하게 간파됐다. 티키타카가 여전히 강력한 전술이긴 하겠지만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전성기는 끝났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과 스페인의 대패는 그것을 입증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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