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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양날의 검, 한국영화 '멀티 캐스팅'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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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양날의 검, 한국영화 '멀티 캐스팅' 효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6.14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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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도둑들' 성공 이후 '관상' '역린' '신의 한수' '군도' '명량' 줄이어

[스포츠Q 용원중기자] 최근 몇 년 동안 상업영화에서 가장 각광받는 공식 중 하나인 ‘멀티 캐스팅’. 주조연 구분이 없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앙상블로 영화적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적 전술로 사용돼 왔다.

주연으로 손색없는 다수의 배우가 한 영화에 출연함으로써 흥행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멀티 캐스팅은 2009년 ‘해운대’, 2012년 ‘도둑들’ 등 1000만 관객 영화를 탄생시키며 흥행의 원동력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관상’(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백윤식), ‘역린’(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김성령 조재현 정은채) 등 블록버스터급 작품들이 멀티 캐스팅 파워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먼저 안착된 멀티 캐스팅은 '러브 액츄얼리' 등의 옴니버스 영화(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한 편에 모아놓은 영화)나 ‘오션스’ '엑스맨' '배트맨' '어벤져스' 시리즈와 같은 대규모 오락영화를 통해 익숙해졌다.

대작들이 줄줄이 간판을 내거는 국내 여름 극장가에 멀티 캐스팅 행진은 이어진다. 내기 바둑판을 소재로 한 액션영화 ‘신의 한수’(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최진혁 이시영 김인권·7월3일 개봉),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의 세상을 뒤집어 엎기 위해 나선 의적떼 이야기인 ‘군도: 민란의 시대’(하정우 강동원 이성민 마동석 윤지혜 김성균 조진웅 이경영 송영창 김해숙·7월23일 개봉),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명량’(최민식 류승룡 진구 조진웅 김명곤 이정현 고경표 김태훈 오타니 료헤이·7월30일 개봉), 사라진 조선 국새를 찾아나선 해적·산적의 모험극 ‘해적: 바다로 간 산적’(김남길 손예진 유해진 이경영 김태우 오달수 설리 안내상 이이경 정성환·8월초 개봉) 등이 출격 준비 중이다.

▲ '해적'

이렇듯 멀티 캐스팅 대작들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드마라에서나 익숙한 '겹치기 출연'이 영화로까지 확산한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부 주조연급 중견 연기자의 경우 겹치기로 관객과 만날 상황에 처했다.

멀티 캐스팅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예산 독립영화에도 보여진다. 김기덕 감독의 스무 번째 장편영화 ‘일대일’에는 여고생 납치살해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을 단죄하는 그림자팀 7명이 등장하는 내용상 중견 마동석 김영민 등을 비롯해 신예 조동인 이이경 테오 등이 대거 출연했다.

김경묵 감독의 신작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6일 개봉) 역시 독립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이를 시도한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12시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는 아이돌 스타(유영)부터 독립영화 간판스타(이주승)까지 9명의 20대 배우들이 주연으로 기용됐다.

CJ E&M 영화사업부문 관계자는 “멀티 캐스팅은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배우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폭넓은 관객층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 '군도'

하지만 캐스팅에 있어 ‘다다익선’은 순진한 낙관일 뿐이다. 오히려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된 옴니버스 영화가 아닌한 지나치게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므로 역할 배분에 실패할 경우 집중력이 분산, 이야기의 구심점이 흔들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인지도를 의식해 캐릭터 비중을 엇비슷하게 설정하면 화를 자초할 확률이 크다.

실제 ‘역린’은 캐릭터들의 갖가지 사연이 쏟아지는 통에 정작 주인공인 정조(현빈) 비중이 중반 이후 줄어들며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메시지 전달이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384만 관객을 동원해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나 기대에 많이 못미친 성적이었다. 반면 ‘도둑들’과 ‘관상’은 쟁쟁한 스타들이어도 비중을 대폭 줄인 채 핵심인물 한 두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해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멀티 캐스팅은 드라마에 적합한 방식이다. 회차를 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인공이 아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브(보조축)로 삼아서 국면을 전환하거나 주제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는 1시간30분에서 2시간 내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주제를 전달해야 하므로 1~2명의 주연에 집중하기에도 빠듯하다. 따라서 멀티 캐스팅으로 성공한 영화들의 공통된 법칙은 ‘선택과 집중’ ‘정교한 플롯과 연출력’이라는 게 중론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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