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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투지의 이장관 감독, 용인대에 심은 '세밀한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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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투지의 이장관 감독, 용인대에 심은 '세밀한 DNA'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11.16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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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아버지, 왜 테레비 볼 때 그런 표정으로 보세요?" 상투를 틀기 전, 그래도 별다른 풍파없이 우리집이 편안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가슴 따뜻한 일일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그 시절, 나의 아버지가 TV를 보는 모습은 내겐 소소한 재미이자 행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따라 아버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결말로 드라마가 끝나려 하면 아버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으면서도 입꼬리는 이만큼 올라가고 있었다. 그 옆에서 넋 놓고 바라보던 여동생도 훌쩍거렸고 그걸 보는 나 역시 그런 표정들에 깔깔거리면서도 짜디 짠 눈물을 옷깃에 훔치곤 했다.

그리고 상투를 틀고 난 지금, 나는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어린 시절 아버지의 그 표정을 내 얼굴에서 발견하며 새삼스럽게 놀라곤 한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는 닮아져 버렸다. 드라마를 보는 표정도 DNA를 통해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좋던 싫던 아버지나 스승의 사소한 습관마저도 자식이나 제자들에겐 유전되나 보다.

K리그에 세밀하고 유려한 패스축구를 전수해준 니폼니시 전 부천SK(현 부천FC) 감독의 성향과 꼼꼼하고 매우 철저한 사전 준비 성향을 그라운드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는 현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만 보더라도 수장의 성향과 철학이 선수들과 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잘 굴러가고 있는 팀에 한해서만 말이다.

 

지난 13일 수원 성균관대학교에서 'U리그 왕중왕전' 성균관대와 용인대의 결승전이 치러졌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씨에 대학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 결승전은 시작부터 매우 혼란스러웠다. 몰려들(?) 취재진과 관중들에 대한 예상을 못했는지 노트북을 놓을 테이블은 부족했고 관전할 의자도 모자랐다. 그러나 매년 그랬다는 듯 별다른 동요 없이 휘슬은 울렸다.

 

이 모든 불편함에 보답이라도 하듯 양팀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눈을 사로잡았다. 대학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자리이며 경기를 찾은 축구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어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한 판'에 부상 따위가 무슨 대수라는 듯 몸을 사리지 않는 선수들의 둔탁한 파열음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렸다.

 

"이 감독 아이들이 짧은 패스를 정말 잘하는구먼!"

앉을 자리가 없어 뒤에서 우산을 쓰고 관전하던 한 사람이 3~4번 이어진 용인대의 패스플레이에 혀를 내두르며 한마디 던졌다. 그랬다. 분명 승리에 대한 파이팅은 같았지만 세밀한 패스플레이에서 성균관대가 용인대에게 밀리고 있었다.

 

거칠지만 세밀한 용인대는 차츰 볼 점유율을 높여갔고 전반 22분, 강지훈이 선취골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결승골을 넣은 강지훈은 이를 예감이라도 한 듯 짜릿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1997년 부산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한 이장관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2008년 인천에서 은퇴하기까지 354경기를 뛴 전 축구선수다.

 

특히 수비수로 경기 시 매우 거친 플레이로 인해 홈 팬들에게 큰 인기를 받았었는데 단적인 예로 현역 시절 당시 유성철 선수에게 거친 백태클을 시도해 싸움으로 번진 이야기는 지금도 축구팬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렇게 거칠었던 이장관 선수가 2011년 용인대에서 감독을 맡은 후 제자들에게 본인의 거친 스타일(압박)에 세밀함을 더하여 물려준 것 같았다.

 

후반 11분, 용인대 장준영의 추가골을 묶어 두 말 할 여지없는 실력차를 증명, 팀 창단 첫 우승을 달성한 용인대의 뒤에는 이 같은 이장관 감독의 DNA가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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