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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꿔왔던 골" 이근호, 바람처럼 홍명보호를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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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꿔왔던 골" 이근호, 바람처럼 홍명보호를 깨우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1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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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50만원' 병장 이근호, 150억도 아깝지 않은 러시아전 선제골...시련 딛고 월드컵 데뷔축포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월급 14만9000원을 받는 군인이 큰일을 해냈다.

'바람의 아들' 이근호(29·상주 상무)가 대한민국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첫 골의 히어로였다.

이근호는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H조 첫 경기 러시아전에서 후반 23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6분 뒤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줘 결승골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값진 골이었다.

이근호는 석달 뒤인 오는 9월 전역하는 ‘말년 병장’이다. 수십억 아니 수백억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한 월드컵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다. 월드컵에 출전한 736명의 선수들 가운데 최저 연봉 선수다.

그러나 이근호는 수백억을 줘도 아깝지 않은 선제골을 넣었다. 얼마전 병장으로 진급한 이근호에게는 ‘진급 자축포’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1분 원톱 박주영을 빼고 이근호를 교체 투입했다. 홍 감독은 왕성한 활동량을 가진 이근호를 투입해 러시아 수비진이 부담을 갖도록 유도했다. 이근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나서자 경기 흐름이 점차 바뀌었다. 후반 23분 드리블을 하던 이근호는 오른발로 중거리슛을 날렸다.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의 정면으로 향한 공은 손을 맞고 튕기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특히 이번 월드컵을 통해 족집게 예언으로 화제가 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이근호가 일을 낼 것이다.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가장 좋은 선수”라며 “러시아 포백 라인 뒤로 움직임을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호가 선배의 예언을 현실로 만든 셈이 됐다.

부평고 재학 시절부터 이근호는 탈고교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3 시절이던 2003년 대붕기, 대통령배, 전국체전 3관왕에 오를 정도로 일찌감치 이름난 유망주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 후 2군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다.

2007년 6월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그는 국가대표 데뷔전 이라크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으며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2007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엔트리에 당당히 들었다. 그의 축구인생은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이근호는 대표팀과 소속팀의 부진 속에 최종 명단에서 제외되며 눈물을 삼켰다. 최종예선 12경기서 5골을 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진출을 이끌었지만 정작 본선행에는 실패했던 것.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다시 월드컵을 염원하며 부단히 땀을 흘렸다. J리그 감바 오사카와 울산 현대를 거치며 아시아 최고의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2012년 이근호는 울산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올해의 아시아 선수에 선정됐다.

이런 맹활약을 바탕으로 마침내 2014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했다. 지난 5월 파주내셔널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 이근호는 “기쁘다. (곽)태휘 형과 (구)자철이까지 남아공으로 가지 못했던 멤버들이 지금 다시 이 자리에 모여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근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30분을 90분처럼 뛰겠다"고 말했던 그는 간절했던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바람의 아들’ 이근호는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조국의 16강 희망을 가져다주는 골까지 넣으며 한을 풀었다.

이근호는 경기 직후 가진 방송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골이다. 현실이 되니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훈련할 때 슛 감이 좋았다. 자신감이 실려서 운까지 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월드컵 데뷔전 데뷔골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가 해왔던 키핑, 패스 등에 집중해서 알제리전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슈퍼서브’ 이근호의 활약이 2차전에서도 이어질까. 한국은 23일 오전 4시 알제리를 상대로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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