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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극복' 홍명보호, 알제리전서 '16강행 완결판'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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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극복' 홍명보호, 알제리전서 '16강행 완결판' 쓰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1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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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압박축구로 미드필드·수비 강화…알제리전 맞춤 전략 기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쉽지만 그래도 '절반의 성공'이었다. 러시아에 승점 3을 내주지 않고 승점을 따낸 것은 분명 소득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아레타 판타나우에서 열린 러시아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근호의 선제골이 나왔지만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에게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물론 아쉽긴 하다. 선제골을 넣고도 순간 수비 집중력을 잃어버려 동점골을 내줬기 때문이다. 승점 3을 땄더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그래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승점을 지켜냈다. 알제리와 2차전, 벨기에와 3차전이 남아있기 때문에 16강 진출 가능성은 아직 충분하다.

만만찮은 러시아를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보여줌으로써 남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소득도 별도로 얻었다. 또 러시아전 '맞춤 전략'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알제리전에서도 맞춤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 안정된 수비 바탕, 볼 점유율 높인 것 주효

홍명보 감독이 러시아와 맞서기 위해 들고 나온 맞춤 전략은 4-4-2 포메이션이었다. 기존 4-2-3-1  포메이션에서 손흥민과 이청용 등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조금 더 내려 기성용, 한국영과 함께 중원을 지키도록 하고 구자철을 위로 조금 더 올려 박주영의 고립을 막게 하는 것이었다.

이는 러시아가 공격 때 5명의 미드필더가 동시에 공격으로 나설 때 중원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다. 러시아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지만 4-1-4-1 포메이션을 더 많이 쓰는 팀이다. 공격 때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이고 양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까지 5명이 동시에 밀고 들어온다.

홍명보 감독의 맞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허리를 강화함으로써 수비는 더욱 안정됐고 볼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전반 볼 점유율이 55-45로 앞서며 러시아와 대등하게 맞섰고 전후반 전체 볼 점유율에서도 52-48로 앞선 것은 러시아에게 밀리지 않고 주도권을 잡으며 경기를 치렀다는 증거다.

공격수와 미드필드진, 수비수로 이어지는 간격도 촘촘했고 압박도 되살아났다. 모든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력도 8일 전 가나와 평가전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케르자코프에게 골을 내준 것을 빼놓고는 수비도 탄탄했다. 이날 러시아는 무려 16개의 슛을 때렸고 이 가운데 10개가 유효슛이었지만 정성룡이 4개를 선방하고 수비진들 역시 5개를 막아내며 러시아의 예봉을 무력화시켰다.

측면 돌파 뒤 크로스가 주무기인 러시아는 28개의 크로스를 올렸지만 결정적인 위기 순간이 없었던 것 역시 수비진들이 미리 길목을 모두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한국영의 재발견, 알제리전도 부탁해

러시아전의 경우 최우수선수(맨오브더매치)는 손흥민이었지만 '한국영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영은 중원에서 맹활약했다.

한국영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1만1356m의 이동거리를 기록했다. 양팀을 통틀어서도 세번째에 해당한다. 그만큼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러시아의 미드필드진과 맞섰고 탁월한 태클 능력으로 '제2의 김남일'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활약상을 보였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밀리지 않으며 상대의 허리를 끊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 한국영은 중앙 수비와 간격을 촘촘하게 유지함으로써 이중 중앙 수비벽을 쌓았다. 기성용과 호흡도 좋았다.

한국영의 활약이 알제리전까지 이어진다면 역시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공격을 펼쳐나갈 수 있다. 물론 러시아전에서는 빠른 공수 전환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한순간 역습을 통해 알제리를 공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 세밀한 공격 부재는 여전, 알제리 넘으려면 측면 크로스 보완 숙제

러시아전을 통해 드러난 보완점도 있다. 러시아전에서 잘 싸우긴 했지만 여전히 세밀한 공격은 없었다. 러시아전에서 넣은 골은 이근호의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키퍼 실수로 얻어낸 것이었다.

역시 대표팀의 주 공격패턴은 손흥민과 이청용 등 빠른 측면 선수들의 침투 뒤 크로스로 골을 노리는 것이다. 물론 손흥민, 이청용이 드리블한 뒤 순간을 노리는 슛도 있겠지만 상대의 촘촘한 수비를 뚫는 것은 여전히 힘겨운 일이다.

러시아전에서 대표팀은 측면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다. 측면 공격이 활발해지려면 손흥민, 이청용 활약 못지 않게 윤석영, 이용의 오버래핑도 중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또 12개의 크로스도 대부분 부정확해 러시아를 위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측면 크로스에 이은 공격의 중요성은 경기 운영 측면도 있지만 알제리의 허점이 바로 측면 수비에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전을 통해 드러난 알제리의 측면 수비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벨기에에게 내준 2골 모두 측면을 내준 결과였다.

특히 알제리의 오른쪽 측면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빠르지 않았다. 손흥민이 순식간에 침투해나가기에 충분했다. 윤석영의 활발한 오버래핑만 살아나준다면 왼쪽 측면 공략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또 하나 숙제는 바로 박주영이다. 박주영은 이날도 단 한 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한채 이근호와 교체되어 물러났다. 구자철을 올려 박주영의 고립을 어느정도 해소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 손흥민과 이청용이 그만큼 더 뛰어야만 했고 후반 중반 넘어서면서 움직임이 둔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전반에만 5232m를 뛴 손흥민은 후반 중반부터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공격을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고 후반 39분 김보경과 교체돼 물러났다. 전반 45분동안 5km를 넘게 뛴 손흥민이 후반 39분동안 뛴 거리가 3906m 밖에 되지 않았다.

풀타임을 뛴 이청용도 무려 11km가 넘는 거리를 소화해야만 했다. 전반에 5671m를 뛴 이청용은 후반에도 5646m를 뛰면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체력이 크게 저하됐다.

◆ 계속 유지해야 할 수비 집중력, 카드 관리도 염두해야

알제리의 에이스는 바로 소피안 페굴리다. 알제리는 비록 벨기에에게 졌지만 벨기에 수비도 쩔쩔 매게 만드는 순간 침투 능력은 우리 수비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알제리가 선제골을 넣는 장면에서도 페굴리의 순간 침투로 인해 벨기에 왼쪽 풀백 얀 베르통언이 팔을 잡아챈 것이 페널티킥 파울로 연결된 결과였다. 페굴리에 대한 경계와 수비 집중력 유지는 알제리전 승리의 관건이다.

알제리가 벨기에전에서 수비 지향적인 전술을 펼쳐 알제리의 문제점이 확실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수비 간격은 그리 촘촘해보이지 않았다. 후반 25분까지 압박 수비를 펼쳐 벨기에를 힘들게 했지만 체력이 떨어지면서 조금씩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벨기에는 그 틈을 노려 두 골을 넣고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를 봤을 때 한국 대표팀 역시 알제리의 수비 공간을 세밀한 패스로 뚫을 수 있어야 한다. 기성용이나 한국영 등의 패스 능력이 좋고 손흥민과 이청용이 이 공간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공격이 원활해질 수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옐로카드다. 러시아전에서 경고를 남발하는 수준의 주심 네스토 피타나를 만난 것은 불운이었다. 경고를 받은 손흥민과 구자철, 기성용은 다음 경기 출전 금지를 당하지 않도록옐로 카드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미드필더 또는 공격진에서 모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키플레이어들이 알제리전에서 또 하나의 경고를 받는다면 벨기에전에 나설 수 없게 돼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다른 경기에서 두번째 경고를 받으면 그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이 문제는 알제리전 뿐 아니라 벨기에전에서도 계속 신경써야 할 문제다. 벨기에전에서 경고를 받으면 16강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16강전에 나설 수 없게 된다.

16강에 나간다고 가정했을 경우 H조 2위가 유력한 한국은 16강에서 G조 1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독일과 만나야 한다. 조직력에 있어서 세계 최강인 독일과 만나 경기를 펼치려면 키플레이어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조별리그 3경기동안 경고 하나만 받고 토너먼트에 들어가면 경고가 0으로 초기화돼 부담이 없지만 조별리그에서 2장의 경고를 받는다는 것은 그 다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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