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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로 감독, '기름손' 골키퍼 악령에 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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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로 감독, '기름손' 골키퍼 악령에 또 울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6.18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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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골키퍼 실수로 경기 망쳐

[스포츠Q 홍현석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파비오 카펠로(62)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골키퍼 때문에 울상 지었다.

카펠로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렸던 한국과의 H조리그 1차전에서 후반 23분 이근호(29·상주)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6분 뒤에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32·제니트)의 동점골이 터지며 1-1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이후 많은 외신들은 경기를 분석하며 한국의 골 장면에 대해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박주영과 교체로 경기에 투입된 이근호는 한국영의 패스를 받고 중앙선부터 돌파를 통해 공간을 만든 후 멋지게 중거리 슛을 날려 골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러시아 팬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슛의 시속 139km로 속도는 빨랐지만 골키퍼라면 누구라도 막을 수 있는 볼이라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28·CSKA 모스크바)는 잡을까, 쳐낼까 주저하는 순간 얼떨결에 공은 손을 맞고 골라인을 넘어 버렸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선취골의 주인공인 이근호와의 인터뷰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했다. 월드컵 첫 출전에서 데뷔골을 성공한 그는 “그토록 바랐던 월드컵 무대에 나왔는데 거기서 골까지 넣을 줄 몰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기뻐했다.

미국 USA 투데이는 18일 브라질과의 A조 2차전에서 보여준 멕시코 수문장 기예르모 오초아(29·아작시오)의 신들린 선방쇼와 비교하며 “아킨페예프는 경기 내내 여러 번 공을 잘못 처리하는 등 허둥댔고 한국에게 악몽같은 골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언론인 데일리메일 역시 “오, 이런 맙소사. 이건 당신이 볼 수 있는 최악의 골키핑이다”라며 “아킨페예프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전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카펠로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축구에서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골키퍼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동점골을 넣지 않았나”라고 두둔했지만 정작 본인은 러시아 언론 ‘R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팀에 피해를 끼쳤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실수에 대해 너그럽게 용서했던 카펠로 감독은 이와 같은 '기름손' 골키퍼에 울상지은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카펠로는 미국과의 C조 1차전에서 주전 골키퍼로 로버트 그린(34·QPR)을 내보냈지만 그는 미국 클린트 뎀프시(31·시애틀 사운더스)의 어렵지 않은 슛을 막던 중 볼을 흘리면서 1-1 동점을 만들어주었다.

4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자 외신들은 “카펠로의 골키퍼 저주가 다시 살아났다”고 보도했다.

최근 월드컵 뿐만 아니라 공인구 ‘브라주카’를 사용하는 경기에는 이같은 실수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로 “공격수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브라주카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차전에서 골키퍼 실수로 인해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던 카펠로가 러시아 선수들을 얼마만큼 빠르게 독려해 벨기에와의 2차전에서 제 전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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