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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리그 시·도민구단 '비정상의 정상화', 그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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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리그 시·도민구단 '비정상의 정상화', 그 길은?
  • 김지법 기자
  • 승인 2015.11.19 0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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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중·일 축구산업 포럼...신문선 교수, '시·도민 구단이 살아가는 법' 발제

[스포츠Q(큐) 김지법 기자]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적자 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시·도민 구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도민 구단은 어떻게 운영돼야 할까. 그 지향점을 놓고 시민구단 성남FC 초대 대표이사를 지낸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K리그 시민구단이 살아가는 법'이라는 주제로 활로를 제시했다.

안산시와 안산 경찰청 축구단이 18일 경기도 안산시 신안산대 국제홀에서 개최한 '2015 한중일 축구산업 포럼'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주제 발표는 시·도민 구단 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신문선 교수 외에도 무라이 미츠루 일본 J리그 회장, 우미노 가즈유키 반포레 고후 회장, 중국 슈퍼리그 퉁후이민 항저우 크린타운 사장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 신문선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8일 'K리그 시민구단으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문선 교수는 K리그 시·도민 구단에 대해 이해가 뛰어난 인물이다. 강원FC 창단 실무에도 관여했고 경남FC 창단에도 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성남FC 초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때문에 누구보다 시·도민 구단 현실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 프로는 성적이 아니라 경영이다

프로구단에 가장 최우선시 돼야 하는 항목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문선 교수는 경영이야 말로 프로구단의 최고 덕목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선 교수는 “K리그에서 시·도민 구단들은 비정상적인 수입구조를 갖고 있다. 때문에 흑자를 내기 대단히 어렵다”며 “예산의 상당 부분을 시·도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에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K리그 시·도민 구단은 한 해 수입 중 지방자치체의 지원이 55.2%를 차지한다. 결국은 시·도의 지원이 없다면 정상적인 구단운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 J리그는 지자체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는다.

시·도민 구단들의 수입구조는 정상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신문선 교수는 “시·도민 구단들은 재정 자립도가 떨어진다. 성남FC는 지난해 시의 지원금이 전체 구단 수입의 79.9%를 차지했다”며 “대전 시티즌의 경우에는 지난 시즌 수입의 74.7%가 선수 이적료 및 기타수입이었다”고 밝혔다.

▲ 18일 2015 한중일 축구산업 포럼의 참가자들이 발제자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시·도민 구단들은 입장권 판매가 굉장히 부진했다. 입장권 및 시즌권 판매가 전체 수입에 차지한 비율에서 성남은 전체 수입의 1.2%, 광주 FC는 1.4%에 머물렀다. 전체 시·도민 구단의 입장권 수입 역시 평균 1.6%에 그쳤다.

때문에 시·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신문선 교수는 “성남 사장으로 재직 때 시의회에 두 번이나 불려갔다. 힘겨운 설득 끝에 추가로 구단 운영 자금을 지원받았다”며 “하지만 인사 청탁이 이어졌다. 재직 기간 14명이나 부탁을 받았다. 이것이 모든 시·도민 구단의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재정난에도 시·도민 구단들은 지출을 효과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도민 4개 구단의 운영비를 살펴보면 시·도의 지원을 제외한 매출액 대비 선수단의 운영비는 120%까지 치솟았다.

신문선 교수는 “선수단의 운영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K리그 구단들이 성적에만 목을 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며 “K리그는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보다도 매출 대비 선수 임금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 흑자 경영, 정치적 중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

모든 발제자들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종합 토론이 이뤄졌다. 토론시간의 화두는 K리그의 시·도민 구단의 운영이었다. K리그의 구조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무라이 미츠루 J리그 회장은 “신문선 교수의 발표로 K리그 시·도민 구단들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경영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인건비의 비율을 줄여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단들은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J리그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기업에 의존했던 구단들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때문에 J리그는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구단은 리그에서 퇴출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 종합 토론에 참석한 무리이 미츠루 일본 J리그 회장(왼쪽부터), 우미노 가즈유키 반포레 고후 회장, 통후이민 항저우 그린타운 사장, 신문선 교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J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3년 적자 구단의 퇴출’ 조치가 K리그에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구단의 반발이 상당할 것이다. 무라이 회장은 “J리그에서도 이 규정을 도입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여유를 두고 구단에 지속적으로 흑자 운영에 대해 강조한 뒤 규정을 정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구단 운영 끝에 흑자 구단으로 변신에 성공한 반포레 고후 우미노 가즈유키 회장도 우려를 표했다. 우미노 회장은 “반포레 고후뿐만 아니라 J리그 구단들은 모두 정치적, 종교적으로 중립을 유지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구단의 사장이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사장직을 내려놓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J리그는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미노 회장은 “안산시도 앞으로 프로구단(시민구단) 창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첫해에 자본금을 일정 부분 시에서 도와줄 수는 있지만 이후에는 구단이 직접 운영비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도민 구단은 정치적인 간섭을 피하게 된다면 기존의 대형 구단들보다 성장의 잠재력이 풍부해질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가 기업 지원을 받는 구단보다 적기 때문이다.

신문선 교수도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시·도민 구단이 시장 및 도지사와 직접 대화를 통해 불편한 점을 바로 풀어낼 수 있다. 유연하게 대처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후기] 축구단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인 자립만 이뤄진다면 시·도민 구단이 기업의 지원을 받는 구단보다 운영 측면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결국 이것은 한국프로축구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시·도민 하루빨리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 신문선 교수는 "시·도민 구단이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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