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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배재-양정인이 선보인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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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배재-양정인이 선보인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11.22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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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럭비의 기본 정신은 인내, 협동, 희생이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란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이 세 가지 정신을 그라운드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승리를 보장받기 힘들다.

그리고 럭비의 중요한 정신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경기 용어이기도 한 노사이드(No side).

 

일반적으로 럭비는 굉장히 거친 스포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이처럼 대단히 어렵고, 대단히 팀 적이며 대단한 희생을 필요로 한다.

지난 20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제59회 전배재 대 전양정 럭비 정기전이 열렸다. 무려 59회란 숫자에서 보듯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행사다. 럭비의 저변이 넓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배재와 양정 중,고등학교 3년씩을 다녀야만 선수로서 출전이 가능한 이날 대회는 40세 이상 OB전, 중학교 YB전, 고등학교 YB전, OB전이 치러졌다.

 

매우 쌀쌀한 날씨였지만 배재와 양정 출신 럭비 선수들의 굵은 땀방울은 목동의 인조잔디를 적셨고 관중석의 배재와 양정인들은 열화와 같은 응원전을 무려 6시간 동안 쏟아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의 모든 것들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모두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음을 사로잡은 전통이 있었다.

 

박진감 넘쳤던 배재와 양정중 경기가 끝났을 때 였다. 보통의 스포츠 선수들이 그러하듯 위로와 축하가 끝난 후 그라운드를 나서는 시점에서 배재중 선수들이 두 줄로 도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양정중 선수들이 한 줄로 빠져나갔다.

 

경기에 이긴 양정중 선수들을 향한 배재중의 예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곧이어 양정중 선수들이 똑같이 두 줄로 도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배재중 선수들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이 장면은 매우 신선했다. 승리 팀에 대한 '예우'를 받은 양정중이 비록 졌지만 럭비 정신으로 최선을 다한 배재중에 대한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았다. 바로 럭비의 노사이드(No side) 정신이 행동으로 보여진 것이다.

 

축구 이상으로 거칠고 박진감 넘치는 럭비지만 경기가 끝날 땐 주심이 노사이드(No side)를 선언한다. 편을 가르지 않는다는 의미로 상대를 예우하고 존중하는 배재와 양정중 선수들의 경기 후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라운드에서만 노사이드(No side)가 있었던 건 아니다. 경기 후 선수단과 상대 응원단이 서로 상대 학교의 교가를 불러주며 합동 응원전을 펼치는 모습에서도 편을 가르지 않는 '예우와 존중'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배재와 양정인들이 럭비를 대표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날 그들이 보여준 상대에 대한 예우와 존중의 모습들은 럭비의 정신을 대표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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