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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타이거볼 2연패' 대학미식축구 극강 동의대, '가을타짜'가 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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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타이거볼 2연패' 대학미식축구 극강 동의대, '가을타짜'가 된 비결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1.22 0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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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판승부 '타짜 본능'-OB회, 학교 전폭 지원-부산대와 동반 성장...골든이글스와 김치볼 격돌

[포천=스포츠Q(큐) 글 민기홍·사진 최대성 기자] 감독도 선수도 동문도 하염없이 울었다. 동의대 터틀파이터스가 타이거볼 정상을 차지했다.

김용희 감독이 이끄는 동의대는 21일 경기도 포천 대진대 운동장에서 열린 전국대학미식축구선수권대회 제21회 타이거볼 결승전에서 부산대 이글스를 14-8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치켜들었다. 2년 연속 타이거볼을 거머쥔 동의대는 다음달 6일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인미식축구 광개토볼 챔피언 EC 골든이글스와 김치볼에서 격돌한다.

대학선수권에서 지난 9년간 네 차례씩 우승을 나눠 가진 양팀은 이날도 예상대로 한치의 양보 없는 혈전을 펼쳤다. 부산 지역에서 수차례 격돌해 서로를 훤히 아는 양팀은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다. 전반은 팽팽한 기싸움 속에 0의 행진이 계속됐다.

▲ 동의대 터틀파이터스가 2년 연속 타이거볼을 제패했다. 김용희 감독(가운데)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하고 있다.

동의대가 균형을 깼다. 3쿼터 와이드리시버 김상진의 터치다운과 필드골 성공으로 7-0으로 앞서나갔다. 부산대가 4쿼터 쿼터백 박보성의 러싱플레이(6점)와 컨버전(2점)으로 리드를 잡자 동의대는 경기 종료 1분 5초 전 김봉재의 터치다운으로 재역전했다. 부산대는 박보성의 러싱으로 역전을 노렸지만 동의대의 육탄방어에 막혀 고배를 들었다.

관중석에서는 “이런 명승부가 또 없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2011년 목동에서 펼쳐진 타이거볼 결승에서 부산대에 21-22로 주저앉았던 동의대는 4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김용희 감독과 김태훈 코치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냈다.

◆ 가을부터 강해진다, 동의대는 타짜다 

동의대는 ‘가을 DNA’를 보유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강해진다. 시즌 초반에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팀인데 여름 합숙을 통해 조직력을 다지고 나면 연승 가도를 시작한다. 김용희 감독은 토너먼트의 ‘타짜’다. 상대의 전술을 예상하고 길목을 틀어막는다.

동의대는 부산경남리그를 3위로 마쳤다. 이번 시즌 부산대를 상대로 2전 2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는 완패, 두 번째는 1점차 패배였다. 부산대 주장 성태훈은 “올해는 동의대에 진 적이 없다. 3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한판을 놓쳤다.

▲ 경기 종료 1분 5초 전 동의대 김봉재(왼쪽 첫 번째)가 결승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후 포효하고 있다.

포천을 찾은 동료 지도자들은 김용희 감독의 지도력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서울권 대학교와 사회인리그 챔피언 골든이글스, 국가대표 사령탑들이 타이거볼 현장에 몰려들어 공통적으로 내놓은 반응은 “역시 동의대다”, “준비를 많이 했다” 등이었다.

김용희 감독은 “부산대가 적이 아니다. 너희들의 적은 너희 자신”이라며 “결승은 절대 잘 하는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실수를 하지 않아야 이긴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4쿼터 중반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자 호통이란 충격요법을 통해 선수단을 일깨웠다.

부산대의 강점은 러싱. 김 감독은 상대의 돌파를 확실하게 차단하면서 자신들은 러싱과 패싱을 섞어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킥을 세 차례 연속으로 지시하는 무모한(?) 결단도 내렸다. 경기를 지켜본 백성일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김용희의 배포를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수차례 하이라이트 필름을 연출한 한수일은 지난해만 해도 평범한 선수였지만 김용희 감독의 지도 하에 1년 새 사회인 미식축구팀들이 탐을 내는 특급 러닝백으로 거듭났다. 국가대표 라인맨 남인제는 “시즌 초반 부진해도 지속적인 세미나를 통해 나아진다. 우리는 감독님을 믿는다”고 말했다.

◆ 미식축구 불모지? 동의대선 간판 종목 

동의대에는 야구, 축구, 펜싱, 배드민턴, 미식축구까지 5개 운동부가 있다. 미식축구만 유일하게 엘리트 체육이 아닌 종목. 하지만 학교 체육진흥단은 미식축구부를 적극적으로 돕는다. 미국 유학파인 김인도 이사장과 정형열 미식축구 후원회장이 동의대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 동의대는 학교 운동부 중 유일한 비엘리트팀이지만 여느 종목보다 화끈한 지원을 받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몇몇은 타이거볼 우승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고시엔볼을 참관하기 위해 22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1982년 터틀파이터스 창단 멤버인 정대영 씨는 “지도자가 많이 보고 들어야 한다”며 “선배들은 후배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식축구 지도자들 대다수가 ‘무급 봉사’를 하는데 반해 동의대 감독은 오래 전부터 OB들의 회비로 급여를 받는다. 동의대의 모범 사례 이후 5개 학교가 감독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은 일본의 저명한 지도자를 초청해 클리닉을 열고 파견을 보내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도록 독려한다.

20여명에 달하는 동문들이 후배들의 타이거볼 2연패 도전을 직접 보기 위해 포천을 찾았다. 부산에 사는 이들은 오전 5시 30분 기차를 타고 올라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4년간 술을 끊었는데 오늘만큼은 한잔 해야겠다”, “터틀파이터스로서 살아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눈시울을 적시며 금일봉을 전달했다.

통산 5번째 타이거볼 정상. 이제 동의대는 더 높은 목표, 김치볼을 향해 전진한다. 지난해 김치볼에서 동의대는 삼성중공업 블루스톰에 4쿼터 막판 통한의 6-7 역전패를 당했다. 김용희 감독은 “개인 기량도, 팀 전력도 골든이글스에 밀리지만 대학팀의 패기로 승부를 보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 라이벌 그 이상, 동반자 부산대 있으매

정상 문턱에서 패한 부산대 선수들은 얼굴을 감싸 쥐고선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쿼터백으로 동의대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박보성의 아쉬움이 극에 달했다. 그는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면서 “상대가 잘 했다. 동의대의 2연패를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 부산대 쿼터백 박보성(왼쪽)은 과감한 러싱으로 동의대 수비진을 무던히 괴롭혔지만 팀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장원석 감독도 “아쉬운 점들이 많지만 결국 우리가 졌다. 동의대가 잘 했다”며 “졸업생이 많다. 전반적으로 팀을 가다듬어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장원석 감독과 김용희 감독은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사이다.

부산대가 있기에 동의대가 있다. 이날 우승으로 동의대가 타이거볼 타이틀(5회)에서 부산대에 한발 앞서게 됐다. 하지만 부산대는 동의대가 갖지 못한 김치볼을 두 차례나 제패했다. 여전히 부산대는 동의대가 넘어야 할 벽이다. 이번 시즌 상대 전적서 1승 2패로 밀린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김용희 감독은 “장 감독과 부산대의 실력이 좋다. 절대로 우리가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명승부를 펼쳐준 상대를 치켜세웠다. 김태훈 코치 역시 “부산대와 늘 이렇게 정상 문턱에서 맞붙는다. 좋은 상대가 돼줘 무척 고맙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부산대 선수들이 준우승 트로피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올라가자 동의대 선수들은 “잘했어”를 연호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라이벌이 있기에 동의대는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함께해야 오래 간다'는 말처럼 동의대와 부산대는 서로를 자극하며 미식축구계를 쌍끌이하고 있다.

▲ 혈전 끝에 부산대를 잡고 김치볼에 안착한 동의대는 김치볼에서 골든이글스를 상대한다.

◆ 김치볼은 이미 시작됐다, 골든이글스-동의대 진검승부

이제는 김치볼이다. 동의대 선수들은 지난해 거제에서 겪은 ‘4쿼터의 아픔’을 잊지 못한다. 사회인 팀의 절대 우세라는 예상을 깨고 삼성중공업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포인트킥 실패로 한점차 패배(6-7)를 당한 기억이 있다. 이번만큼은 잔실수를 줄여 대형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다.

상대 골든이글스는 외국인인 12명이나 버티고 있다. 세계선수권을 앞둔 국가대표를 평가전에서 8점차로 제압했고 사회인미식축구선수권(광개토볼)에선 디펜딩 챔피언 삼성중공업을 꺾었다. 대학생의 경우 파워와 기술에서 토종을 압도하는 외국인을 보고 주눅이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지난해 예방주사를 맞은 동의대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난 5월 미국 오하이오주 캔턴에서 열린 월드챔피언십에 다녀온 남인제는 “센 선수들과 붙어보고 오니 두려움이 줄었다”며 “골든이글스를 잡고 김치볼을 거머쥐면 여한이 없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날 현장에는 골든이글스 김진국 감독이 코칭스태프를 대동하고 동의대와 부산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골든이글스의 라인베커 최성호는 “동의대의 패스와 러닝이 예상한 것보다 짜임새가 있다”며 “대학팀들은 변칙 플레이가 많다.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 동의대 김용희 감독(왼쪽)이 경기 후 부산대 장원석 감독을 끌어안으며 감사함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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