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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숙명의 미식축구 라이벌, 동의대-부산대 '그들의 위대한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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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줌Q] 숙명의 미식축구 라이벌, 동의대-부산대 '그들의 위대한 족적'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11.23 0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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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수'다.

지난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라이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인 두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위대한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은 '라이벌 관계'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츠에도 이러한 긍정적인 기운의 라이벌 관계가 있다. 아시아 최강을 다투는 한국과 일본 축구가 그렇고 한 때 피겨여왕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김연아 선수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가 그렇다. 그리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미식축구에도 함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부산대와 동의대가 그렇다.

 

'여러분들 덕분에 살짝 접혀 있던 제 어깨가 완전히 펴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시 대진대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진 제 21회 타이거볼 결승전 후 부산대를 꺾고 2연패를 달성한 동의대 OB멤버의 감격 어린 소감이다. 양 팀은 지난 9년간 4차례의 우승을 나눠가졌지만 동의대의 이번 우승으로 균형의 추가 기울게 됐다.

 

사실 객관적인 데이터상 이날 경기는 부산대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었다. 올해 2번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부산대였기에 경기 전 선수들은 기세 등등한 모습이었다. 반면 동의대 선수들의 분위기는 기자가 느끼기에 다소 긴장되어 보였다.

 

최기자 : "이번 경기에 복수를 다짐하고 왔겠네요?"

농담을 섞은 기자의 질문에 운동화 끈을 조이고 있던 동의대 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른 선수들을 향해 외쳤다.

 

"긴장하지마! 긴장하지 말고 시작할 때까지 몸을 풀어!"

두 팀의 불꽃 튀기는 신경전은 경기 시작 전부 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동의대 김용희 감독은 경기 중에 "정신 똑바로 안 차려!"라고 호통치며 '퍼거슨 헤어드라이기' 뺨치는 충격요법 작전을 구사한 반면 부산대 장원석 감독은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며 뚝심 있는 전술로 동의대를 몰아붙였다.

 

팽팽한 두 팀의 경기는 수준 높았다. 좀처럼 점수가 나지 않았지만 플레이에 실수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중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 어려울 것 같다'는 한 선수의 예상처럼 경기는 치열했다.

 

기록상으로도 박빙인 두 팀은 감독들 이상으로 선수들도 서로를 뛰어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한국 미식축구의 양대 축으로 성장한 두 팀의 원동력인 라이벌 정신이 그대로 그라운드에 발현되고 있었다.

 

경기는 4쿼터 막판 동의대가 김봉재의 짜릿한 터치다운으로 재역전에 성공한 후 막판까지 박보성을 앞세워 역전승을 노리던 부산대를 봉쇄했고 결국 14-8로 승리했다. 한편의 반전 드라마 같았던 명승부였다.

 

부산대 박보성의 마지막 러싱이 실패하자마자 심판의 휘슬이 울렸고 가슴 졸이던 동의대 선수들은 그야말로 울부짖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근소한 차이로 역전패를 당한 부산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올림픽 정식 종목도 아니며 프로는 고사하고 실업팀 하나 없는 것이 한국의 미식축구의 현주소다. 그러나 이날 본 미식축구인들의 열정과 자존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미식축구에 대한 프라이드로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은 동의대나 부산대나 똑같을 것이다.

 

경기 후 환한 미소로 손을 굳게 맞잡는 두 감독의 라이벌 정신은 앞으로 대한민국 미식축구사에 남게 될 '위대할 족적'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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