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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조승우 "울화? 세상에 대한 주인의식 아닐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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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조승우 "울화? 세상에 대한 주인의식 아닐까"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1.23 0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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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삼고초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내부자들문화전문회사, 배급 쇼박스)에서 조승우가 맡은 우장훈 검사는 그가 세 번 거절했음에도 결국 그의 품에 안긴 배역이었다. 우장훈은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말마디마다 욕을 섞고, 자신의 야심을 위해 '빽' 없이도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배짱을 가진 인물이다. 조승우는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과 함께 '내부자들'을 끌고 가며 삼고초려의 몫을 톡톡히 했다.

조승우의 거절은 '내부자들'이 안고 있는 세계가 불편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개봉을 앞두고 1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승우는 "작품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세상이 실제로 존재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 '내부자들' 조승우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삼고초려한 '내부자들', 만족했지만 "내가 한 일은 없다"

'믿고 보는' 조승우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지만, 가장 뚜렷한 것은 조승우가 관객과 감독 모두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란 의미일 것이다. 최근 '베르테르' '맨 오브 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등 뮤지컬 무대에 올랐던 그가 스크린에 돌아오며 선택한 캐릭터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였다.

우장훈은 '내부자들'의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에는 없던 캐릭터로, 큰 출세욕과 동물적 감각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뚝심있게 가자고 생각했다. 우검사는 학연, 지연, 빽의 피해를 보는 사람 중 하나고, 어떻게 하면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캐릭터다. 입체적이기보단 단순화시켜서 연기했다."

'내부자들'은 어둡고 무거운 소재와 노출, 폭력 등 자극적인 화면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보다 강렬한 건 두 남자, 이병헌과 조승우의 연기다. 그러나 조승우는 "지금도 카메라가 불편하다. 오그라들어서 내가 연기하는 걸 잘 못 본다"는 사람답게 "내가 별로 한 게 없다. 상대 배우들이 너무나 훌륭했다"며 이를 제작진과 다른 배우들의 공으로 돌렸다.

"역시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란 걸 느꼈다. 작년에 촬영이 끝나고 1년 동안 후반 작업을 했는데, 장면 배치가 바뀌고 스피드가 가해지면서 후반작업의 힘이 크더라."

"사투리 연기를 위해 경상도 욕이란 욕은 다 수집했다"는 조승우지만, 영화에 대한 자신의 몫은 '현장 분위기 메이커' 정도로 정리하려는 분위기다.

"귀여운 후배로 남자는 생각이었다. (이)병헌이 형은 모니터가 철저하고 상의도 반드시 하는 편이라서, 나는 '내가 보기엔 다 좋은데 뭐가 마음에 안 드냐. 좀 막아라' 했다.(웃음) 보통 내 애교는 '빨리 찍자'는 그런 투정으로 시작하는 편이다."

▲ '내부자들' 조승우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이병헌? 자극 주는 좋은 형, 좋은 배우"

'내부자들'이 화제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이병헌과 조승우의 만남이란 점이다. 혹자는 '연기 괴물'과 연기 천재'의 만남이라고도 표현한 두 사람이 펼치는 호흡뿐 아니라, 중후반을 지나며 상구와 장훈이 묘한 우정을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이병헌이 열 살 위 형이지만 영화에선 그 간극이 쉽사리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 설정과 연기가 그 틈을 메워 준다. 조승우는 '병헌 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형은 작품성, 흥행 등 여러 작품을 한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물어봤더니 '난 하나다. 시나리오가 재미있는지 여부'라고 하더라. 한류를 넘어서 할리우드까지 가 연기하는 걸 보면 정말 독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영어도 해야 하고, 신인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나. 배우로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을 집요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기도 하고.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배우를 만났다."

이와 함께 "조승우 본인은 해외진출을 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조승우는 '깜냥'에 대한 답을 내놨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부분 같다. 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연극 연출이나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모든 스태프들을 컨트롤하면서 원하는 걸 뽑아내는 건 엄청난 역량이니까. 이병헌 형의 행보는 그런 맥락에서 정말 치열하고 대단한 자세인 거다. 난 그럴 그릇은 못 되는 것 같다."

▲ '내부자들' 조승우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 무모해도 의식있지 않나"

'내부자들'은 우울하고 어두운 현실을 보여주지만, 장훈과 상구가 끝내는 이 어려움을 걷어내고 깨부수려는 데서 쾌감이 있다. '빽' 없는 장훈과 '상식'(?) 없는 상구의 만남이니 무모한 조합이지만, 조승우는 우장훈에게 점수를 제법 줬다. 생각이나 말에서 끝나지 않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해결책을 행한다는 점에서다.

"우검사는 좀 무모할진 몰라도 그나마 의식은 있는 것 같다. 화가 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옮겨서 표현하는 것이 엄청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울화'가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조승우가 화가 나는 대상은 어떤 부분일까. 현재 고양이 두 마리,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승우에게 '동물 관련 뉴스'는 더욱 주의깊게 보게 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내가 보지 않으려고 해도 내가 신경쓰지 않으려는 사회의 어떤 부분까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좌우 이념의 대립, 비리 등 여러 사안들…. 내가 살아가는 터전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세상에 주인 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런 걸 보면 울화통이 터지는 거다. 요즘은 묻지마 폭행, 고양이 살해 사건 같은 뉴스를 보면 너무 힘들다. 하루종일 마음이 안 잡힐 정도다."

▲ '내부자들' 조승우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이런 답변과 조승우가 생각하는 요즘 범죄영화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맥락이 같았다.

"식상한 권선징악 말고, 누군가를 응징한다는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이 있는 것 같다. 시커먼 사회지만, 그래도 빛줄기가 있다는 것."

이런 '빛줄기'는 통한 모양이다. 2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부자들'은 개봉 3일째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서 최단기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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