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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저팬' 큰소리, 헛심포에 작아져만가는 '자크니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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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저팬' 큰소리, 헛심포에 작아져만가는 '자크니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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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전서 골 결정력 없는 패스축구 한계, 득점없이 비기며 1무1패 '탈락 위기'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자크니폰'의 지난 4년은 사실상 실패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월드컵 4강까지 갈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며 자신만만했던 일본 축구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 아레나 다스 두나스에서 열린 그리스와 국제축구연맹(FIFA) 2014 브라질 월드컵 C조리그 2차전에서 골 결정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득점없이 비겼다.

코트디부아르에 1-2로 역전패했던 일본은 간신히 승점 1을 얻긴 했지만 남은 경기 일정을 보면 4강은 언감생심이다. 16강행도 가물가물하다.

C조에서는 그리스에 이어 코트디부아르까지 꺾은 콜롬비아가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가운데 코트디부아르가 1승 1패, 승점 3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승점 1을 챙긴 일본과 그리스가 골득실에 의해 3, 4위로 나뉘었다.

일본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오는 25일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 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한 뒤 코트디부아르-그리스전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콜롬비아가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그나마 일본으로서는 위안거리다.

그러나 일본이 콜롬비아를 꺾고 승점 4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코트디부아르가 그리스를 꺾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는 일본은 자신만만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뒤 지휘봉을 잡은 자케로니 감독이 계속 일본 대표팀을 지휘하며 조직력에 있어서는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또 각종 대회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자신감은 더해갔다.

지난해 12월 월드컵 본선 조편성에서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그리스와 함께 같은 조에 묶인 뒤 자케로니 감독은 "4강에 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자케로니 감독의 큰 소리는 허언이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벨기에를 꺾고 네덜란드와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해 열린 평가전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 본선이 다가오면서 수비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케로니 감독은 "2골을 잃으면 3골을 넣으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2로 역전패하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음 상대가 그리스였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일본이 쉽게 승리를 가져오리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리스는 이미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에 힘없이 0-2로 무너졌던 팀이다. 이번 월드컵에 나선 그리스의 전력은 4년 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게다가 그리스는 콜롬비아전 0-3 완패로 자중지란까지 일어났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선수들은 훈련 도중 설전을 벌이며 내분이 일어나 조직력이 흐트러졌다. 일본으로서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일본은 그리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를 일방적으로 주도했으면서도 그랬다.

이날 일본은 자신들의 강점인 패스축구를 그리스 앞에서 선보였다. 무려 86%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고 패스 숫자 역시 662-243으로 일방적인 우세였다. 볼 점유율도 7-3에 가까운 수치(68-32)를 보였다.

더구나 그리스는 전반 38분 코스타스 카추라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일본은 수적인 우세 속에 충분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16개의 슛 가운데 11개가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유효슛이었지만 승리를 위한 단 한 골이 없었다. 골이 될 것 같았던 슛은 그리스 골키퍼에 막히며 땅을 쳤다. 스페인의 '티키타카'가 골 결정력이 없어 몰락했듯 일본 역시 득점력 부재에 시달리며 서서히 무너져갔다.

경기가 꼬이자 자케로니 감독은 아껴뒀던 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하세베 마코토를 빼고 엔도 야스히토를 투입했고 그래도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12분 오사코 유야를 빼고 가가와 신지를 내보냈다. 그래도 별무소용이었다.

일본은 지난 4년 동안 아시안컵 우승과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등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임하며 '탈 아시아'를 선언했다. 유니폼에 전범기(욱일기) 문양까지 새겨넣으며 16강을 넘어 4강을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16강 탈락을 걱정하는 신세다.

일본은 그리스전 무승부로 16강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4년 전으로 돌아갔다. 아니, 16강까지 올랐던 4년 전보다 더 퇴보했다.

더구나 일본축구협회는 월드컵이 끝나는대로 자케로니 감독을 퇴임시키기로 내부 결정을 내린 상태다. 지난 4년을 헛되게 보낸 셈이 됐다. 자케로니 감독 취임 이후 그리스전까지 모두 56차례 A매치를 치러 32승 12무 12패로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정작 월드컵에서는 1무 1패라는 성적으로 한없이 초라해졌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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