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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 배종옥의 치매가 불러온 참기 힘든 슬픔과 눈물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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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 배종옥의 치매가 불러온 참기 힘든 슬픔과 눈물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2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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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배우 배종옥은 인생 최고의 연기를 꼽으라면 어떤 작품을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수많은 드라마들이 머리를 스쳐가겠지만, '풍선껌'도 배종옥의 '인생 연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다.

2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풍선껌' 9회에서는 아들 박리환(이동욱 분)과 딸처럼 키워온 김행아(정려원 분)가 사귀는 것을 반대하던 박선영(배종옥 분)의 치매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알츠하이머, 즉 치매 진단을 받은 배종옥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홀로 남겨질 아들 이동욱을 위해, 세상을 떠난 후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배종옥이 정려원을 딸처럼 아껴왔지만 정작 아들 이동욱과의 사이를 반대하는 것 또한 그런 이유였다. 이동욱에게는 "그가 지켜줘야 할 사람"이 아닌 "그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 박리환(이동욱 분)은 어머니 박선영(배종옥 분)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힘겨워하고, 김행아(정려원 분)는 그런 리환을 지켜보다 결국 리환과 선영을 생각해 리환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사진= tvN '풍선껌' 방송 화면 캡처]

그리고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동욱과 정려원의 관계는 배종옥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젠 도망치지 않아. 나도 너가 좋아졌으니까"라며 이동욱과 굳건하게 미래를 약속했던 정려원은 결국 배종옥의 치매를 알고 힘겨워하는 이동욱을 보며, 이동욱을 위해 그리고 그녀가 '이모'라고 부르며 '엄마'처럼 따르던 배종옥을 위해 이동욱을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동욱은 그런 정려원의 배려 아닌 배려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동욱은 그를 위해 그의 곁을 떠나려는 정려원을 붙잡고 "답답해서 병원에서 나왔고, 너한테 안 오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그게 다 너한테 오는 길이었어"라며 "우린 결국 이렇게 돼. 아닌 척 하면서 도망다녀 봤자 결국 사귀게 됐잖아. 지금 헤어져도 우린 다시 만날거야. 결국은 너였어. 처음부터 너였어. 다 너였어. 나 너 있으면 잘 할 수 있어. 나 잘할게. 엄마한테도 내가 더 잘할게. 너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내가 더 잘할게"라고 다시 한 번 정려원을 붙잡는다.

배종옥으로 인해 정려원과 이동욱이 서로의 감정을 추스리는 시간을 가지는 동안, 배종옥의 치매는 더욱 악화된다. 배종옥은 홀몸으로 이동욱을 임신한 후 다시는 보지 못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그동안 그녀를 붙잡고 있던 마지막 의지가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온 배종옥은 5일 동안 죽은 듯이 잠에 빠져든다. 그 깊고 깊은 잠 속에서 배종옥은 그녀가 살아왔던 과거의 시간들, 행복했던 기억과 슬펐던 기억, 그리고 너무나 끔찍했기에 세상을 떠나려고 했던 악몽 같은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낸다.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든 배종옥은 5일 만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을 지켜보던 아들 이동욱을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리고는 자신을 간병하던 친구 서정연에게 묻는다. "누구셔?" 어머니가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그 모습에 이동욱은 눈물을 흘리며 "저는 박리환이라고 합니다"라고 또박또박, 아주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를 곱씹듯이 자신을 소개한다.

▲ 치매에 걸린 박선영(배종옥 분)은 아들 박리환(이동욱 분)을 홀몸으로 낳은 이후 찾아뵙지 못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내린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온 선영은 깊은 잠에 빠져들고, 5일 만에 잠에서 깨어나자 치매가 더욱 악화되어 아들 리환도 알아보지 못한다. [사진= tvN '풍선껌' 방송 화면 캡처]

'풍선껌'에서 배종옥은 참 많은 눈물을 만들어낸다. 절대 이동욱과 정려원의 사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사연 있는 고집으로 이동욱과 정려원 커플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마지막 순간에는 그토록 사랑하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으로 결국 꾹꾹 눌러참던 눈물샘을 왈칵 쏟아내게 만든다. 긴 잠에서 깨어 아들을 쳐다보는 배종옥의 얼굴, 그리고 나오는 한 마디 "누구셔?"에 눈물을 참아낼 수 있을까?

'풍선껌'은 정말 가슴을 뒤흔드는 드라마다. 어린 시절 남매처럼 자란 정려원과 이동욱의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로맨스를 기대했지만, 어느 순간 배종옥의 묵직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고 들어와 먹먹하게 만든다.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기억하는 것과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 '풍선껌'은 이 무거운 이야기들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눈물로 풀어낸다. 정말 이 드라마 보면 볼수록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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