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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보영아, 힘드니?' 정재영의 뭉클한 한 마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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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보영아, 힘드니?' 정재영의 뭉클한 한 마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1.26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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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 사진 이상민 기자] "이제 제 나이에 맞는 작품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는 박보영이 이번에 관객을 만나는 작품은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다.

연예부 기자가 쓴 원작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연예 기자의 세계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박보영의 극중 이름은 '도라희'다. '또라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어도 '기레기' 소리를 들으며 시작하는 연예부 인턴 기자다. 도라희 기자는 다른 매체에서 나오는 기사를 베끼는 '우라까이'를 하고, 노트북을 메고 다니며 연예인의 병원 응급실에 잠입한다. '도라희 기자'가 실제 기자들과 만나는 소감은 묘할 듯했다.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를 찍은 후 '오 나의 귀신님'을 찍었다. 제작발표회 때 내가 할 일들에 집중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기자님들을 더 보게 되더라. 그런 자리에서 보통 첫 질문이 잘 안 나오곤 하는데, 예전엔 '질문이 왜 안 나올까' 싶었는데 '열정'을 찍은 후엔 '기자님들도 질문하기 부끄러워 그러신 거겠지?' 생각하게 됐다.(웃음)"

 

◆ "배우 박보영 위치는 영화 속 배성우 정도?"

'사회초년생' 도라희는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친다. 도라희의 초보적인 모습에 베테랑 부장 하재관(정재영 분)은 답답해 하고, 고함을 지르고 원고를 찢기도 한다. 이런 수모를 겪지만, 하재관이 도라희에게 혹독한 건 라희를 잘 키우면 '괜찮은 기자'가 될 재목임을 알아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보자인 라희도, 초보가 답답한 하부장님도 모두 이해가 간다"는 박보영은 실제로 자신의 위치는 한선우(배성우 분)가 돼 가는 정도라고 했다. 한선우는 라희의 선배이자, 하부장의 후배다. 박보영은 2006년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해 올해 10년차 배우다.

"내가 이제 한선우와 같은 입장이 돼 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두 모습 모두가 이해가 간다. 예전엔 라희의 입장이었는데 이젠 후배들을 보면서 '선배님들이 날 보면서 이런 부분이 답답했겠다'는 생각이 조금은 든다. '경성학교'를 찍을 때 촬영을 처음 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현장 용어들을 잘 모르더라. 빨리 찍어야 하니까 순간적으로 큰 소리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한 번만 잘 설명해 줘도 친구들도 이해를 잘 해서, 가서 알려주기도 했다."

 

◆ "전용 책상에 신나서 사진 찍기도…실제 직장생활은 엄두 안 난다"

도라희는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박보영에게 "배우가 아닌 다른 꿈을 꿔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니 "이것밖에 못할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2 때부터 이 일(연기)을 했어서 그런지 다른 일은 상상이 안 된다.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참 일을 못 하는 시기엔 시골 집에 내려가서 다른 일을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했었다. 부모님도 '너 하나 못 먹여 살리겠냐' '내려와라' 하셨고. 그런데 다른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너무 슬프게도, 이 일 말고는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를 모르겠더라. 전공도 연극영화과다 보니 그럼 과부터 옮겨야 하는데, 친구들에 비해 늦다는 생각도 들고. 결론은 다시 연기를 하는 거였다."

일반 직장에 다녀 본 적은 없지만, 박보영은 연기를 하면서 역할을 바꾸는 행운을 가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래도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에서 받게 된 직장인의 책상은 특별했다. 박보영은 "신나서 '라희 자리' 사진을 찍고 그랬다"며 "그런데 사무실에서 혼날 땐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곤욕이더라. 난 직장 생활은 못할 것 같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 '열정'으로 인해 직장인들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은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박보영은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놓다, 아직 취직 전인 친구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박보영은 "면접에 떨어져 직장을 못 잡은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면 '너를 못 알아본 회사가 틀려 먹었어, 더 좋은 데 나타날 거다'라고 해도 이런 위로나 맛있는 것 사주는 것밖에 못 해 주는 게 너무 슬프다"고 했다.

 

◆ "내가 연기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고민, 정재영 조언 휴대전화에 메모"

박보영은 그날그날 일기를 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기장을 읽어보면 과거 촬영장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쓰여 있어 인터뷰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번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소중한 기억 중 하나는 술자리에서 들은 조언이다. '열정' 촬영장엔 술자리가 유난히 많았고, 선배들의 말은 박보영에게 뜻깊게 다가왔다.

"난 나를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 걱정거리가 많은데, 내색하기보단 혼자 고민하는 편이다. 그런데 말을 안 해도 선배님들 눈엔 힘들어 보였나 보다. 정재영 선배님은 '보영아, 뭘 그렇게 힘들어 해. 혼자 짊어지지 마'라거나 '즐겨야 이런 것도 헤쳐나갈 수 있다' 그런 말씀들을 해 주셨다. 조언을 까먹을까봐 술자리에서 휴대전화에 바로바로 메모했다.

고민의 내용? 일부터 시작해서 연기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끝도 없고…. 정말 연기는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내가 연기에 재능이 없는데 욕심 때문에 붙잡고 있는 건가. 이 길을 가는 게 맞나' 고민을 항상 한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꼽히는 박보영에게 예상 외의 고민이다. 그래도 박보영은 "이런 고민은 항상 하는 것이지만, 예전처럼 심각하지는 않다"며 "누구나 사표를 품고 다닌다는 것과 비슷한 거다"고 했다. 

 

◆ "'돌연변이' 촬영하며 초심 깨달아…올해 새로운 시도들엔 만족"

박보영의 필모그래피 중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작품이 2008년 개봉한 영화 '과속스캔들'이다. 신인이었던 박보영을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박보영은 개인적인 고민은 당시에 가장 심했다고 털어놨다. 오래 해 온 고민은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돌연변이'를 촬영하며 해소됐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과속스캔들' 이후였다. 내가 스스로 다음에 대한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의 기대는 크니까. 작년에도 연기적으로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겨울에 '돌연변이'를 찍으며 많은 힘을 받았다. 저예산 영화인데, 난로가 하나밖에 없는데 여자라고 날 챙겨주시는 거다. 그러면 난 '난로를 나한테 챙겨주셨어!' 하면서 기뻐하고 감사해 하고. 그러면서 연기하는 상황 자체에 대한 감사를 느꼈다. 옛날의 내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연기가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여겼을까 생각도 들고. '경성학교' 땐 나름의 슬럼프였다면 지금은 많이 홀가분해졌다."

이어진 촬영 '열정'과 '오나귀'에서도 이 '홀가분한 기분'은 제대로 작용한 듯 보인다. 해당 작품들에서 박보영은 자유롭고 유쾌한 기운을 발산한다.

'경성학교' '오나귀' '돌연변이'에 이어 이번 '열정'을 끝으로 박보영은 올해의 작품을 마무리한다. "색다르고 여러 시도를 한 것에 대해선 만족한다"는 박보영이지만 '시도 자체엔'이란 말을 붙인 것을 보니 여전히 허기진 듯 보인다. "내년을 그냥 넘겨버리지 않게, 여러 작품을 보고 있다"고 하니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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