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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리화가' 수지, "국민 첫사랑? 저한테는 넘어야 할 산이에요" ②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27 08:59 | 최종수정 2015.11.27 09: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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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아이돌 가수의 연기 도전을 아직 부정적으로 보던 2012년, 한국 영화계는 한 걸그룹 출신 여배우의 등장에 열광했다. 그 영화의 이름은 ‘건축학개론’, 그리고 그 배우의 이름은 미쓰에이(missA)의 멤버였던 수지였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연기한 ‘서연’의 스무살 시절을 연기한다. 수지가 연기한 ‘서연’은 경쾌하고 발랄한 아직 10대 소녀 같은 풋풋함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영화가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공을 기록하며 ‘국민 첫사랑’이라는 호칭까지 얻게 됐다.

모처럼 20대 초반의 풋풋함을 간직하면서도 스타성 있는 여배우의 등장에 영화계는 환호했지만, ‘건축학개론’ 이후 수지의 모습을 다시 스크린에서 보기까지는 3년하고도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 사이 수지는 본업인 가수로 돌아가 미쓰에이 활동도 하고, 영화 대신 ‘빅’, ‘구가의 서’ 등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건축학개론’ 이후 3년 7개월 만에 영화 ‘도리화가’를 통해 스크린으로 돌아온 수지를 만났다.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수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그녀에게 입혀진 ‘국민 첫사랑’이란 수식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 영화 '도리화가' 수지 [사진 = 퍼스트룩 제공]
 

◆ “국민 첫사랑, 저한테는 넘어야 할 산이에요”

배우에게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한 작품에서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강렬해, 다른 작품에 출연하더라도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그 배우를 대표하는 명쾌한 캐릭터로 인해 존재감이 돋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렇게 덧입혀진 이미지는 그 배우의 모든 것이 되고 결국 지나친 이미지 소비로 피로감을 불러온다. 그래서 배우들은 항상 다른 연기, 새로운 연기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

이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수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리화가’가 이제 겨우 두 번째 영화고, 배우라기보다는 아직 가수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수지는 벌써부터 자신의 이미지가 ‘국민 첫사랑’으로 고정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배우로서 당장이 아닌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너무 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어렵지 않게 됐고, 시나리오를 읽는 내내 울컥했었던 것 같아요. ‘진채선’이 판소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제가 가수가 되기 위해 연습생부터 시작해 준비하던 그 과정과도 많이 닮아 있어서, 그 때의 서러움이나 기억이 스쳐지나간 것 같아요. 그래서 읽으면서 눈물도 많이 났고, 옛 기억들도 나고, 그래서 제가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 영화 '도리화가' 수지 [사진 = 퍼스트룩 제공]

“‘건축학개론’ 이후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에는 너무나 감사드려요. 하지만 그런 수식어들이 영화 이미지에서 나온 것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해나가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부담도 되고, 넘어서야 하는 말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어요. 제가 평생 그것만 가지고 갈 수는 없잖아요? ‘도리화가’를 선택한 것도 ‘이 영화에 출연하면 ‘국민 첫사랑’처럼 어떤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라고 계산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국민 첫사랑’은 저한테는 결국 넘어야 할 산과 같은 것이니까요.”

‘건축학개론’ 이후 ‘도리화가’까지 수지의 다음 영화를 보기까지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건축학개론’ 이후 수지가 바로 다시 영화에 출연하기는 물리적으로는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연이어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본업인 가수활동으로 잠시도 휴식을 취할 겨를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건축학개론’ 이후 그렇게 많은 영화인들이 수지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20대 초반이라는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황금기에 다른 영화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건축학개론’이 끝나고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냐고 묻는데, 사실 시나리오를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았어요. 회사에서 잘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 많이 받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여러 활동을 병행해왔기에 시간도 많이 흘렀고, 개인적으로도 다음 영화는 신중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까요?”

“예전에는 딱히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없었는데, 요즘은 시나리오를 읽고 끌리거나 배역이 저랑 비슷한 면이 있으면 더 끌리게 돼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연기하는 인물이기에 그런 내 모습이 많이 드러나는 부분에 끌리는 거죠. 제가 선택한 직업이 그런 제가 가진 것들을 표현하는 직업이기도 하잖아요. ‘도리화가’도 그렇고, 이제 들어갈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도 다 그런 점이 있어요.”

▲ 영화 '도리화가' 수지 [사진 = 퍼스트룩 제공]

◆ 진채선과 수지의 닮은 점 “악바리? 근성? 깡? 그런 독한 면”

영화 ‘도리화가’는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이었던 ‘진채선’의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조선시대 말기,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기생집 부엌데기로 살아가던 ‘진채선’은 우연히 명창 신재효(류승룡 분)의 판소리를 보고 판소리를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당시 시대는 여성이 판소리를 할 수가 없던 시대였고, ‘진채선’은 남장을 하면서까지 ‘신재효’의 밑에 들어가 판소리를 배우려고 한다.

“진채선은 상당히 독한 여자애예요. 그런데 저도 꽤 독하거든요. 물론 진채선이 처한 시대적인 상황이나 배경이 지금의 저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진채선처럼 악바리? 근성? 깡? 그런 독한 면들이 좀 저도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그래서 그런 제 기억들을 끄집어 내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죠.”

“전 칭찬을 듣게 되면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이에요. 칭찬을 들으면 연기를 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고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튀어 나오곤 해요. 그런데 안 좋은 말이나 오기가 생기는 말을 들으면 독기를 품고 덤벼요. 그래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나 봐라. 내가 어떻게든 악바리처럼 이건 해내고 만다. 이런 거죠.”

“‘도리화가’를 찍으면서도 원래 대본에는 있던 장면 하나가 갑자기 촬영장에서 없어졌는데, 감독님이 이 장면이 굳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제가 감정적으로도 터지지 않으면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장면이라 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 이 장면을 연기하는 편이 더 설득이 될 것 같다고 하니, 감독님이 없어도 되는 장면이니 그럼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나름 오기가 생겨서 ‘또 한 번 보여줘야겠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하.”

▲ 영화 '도리화가' 수지 [사진 = 퍼스트룩 제공]

그 말처럼 ‘도리화가’에서 수지는 남다른 깡과 근성을 보여준다. 걸그룹 미모 원톱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가 얼굴에 온통 검댕 분장을 하고 땟국물이 질질 흐르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수영도 못하면서 추운 날씨에 얼음같이 차가운 물속에 잠수했다가 다시 나오는 장면도 군소리 없이 몇 번이나 연기해냈다. 이 정도도 안 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냐고 말하겠지만, 비교적 길지 않은 연기경력에 이만큼을 해내는 배우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남장을 하려고 수염도 붙이고 얼굴에 숯칠도 하고 했는데 촬영장에서 수염이 더 잘 어울린다고 하는 말까지 나왔어요. 처음엔 그런 제 모습이 적응이 안 돼서 거울보고 깜짝 놀라곤 했는데, 나중에는 그런 분장을 한 제 모습이 더 예뻐보이고 진채선이란 아이한테도 더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더라고요. 예쁘게 보여야 겠다는 생각도 안 들고 원래 제가 진채선이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영화에서 심청가를 부르다 물에 뛰어드는 장면이 두 번 나오는데 제가 수영을 못 해서 그 장면은 스턴트를 맡은 언니가 대신해 주셨어요. 그리고 영화에서는 삭제가 됐지만 물에 뛰어든 제가 물속에서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은 얼굴이 직접 나오는 장면이라 굉장히 오래 찍었어요. 물속에서 나오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어야 해서 오랫동안 촬영을 했는데 나중에는 몸에 감각이 없어져 발목이 잘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 장면을 영화에서 결국 빼셨기에 이메일로 그 장면 보내달라고 부탁드렸죠.”

‘건축학개론’과 ‘도리화가’, 이 두 편의 영화만으로 수지라는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정의하기는 아직 이르다. 수지가 보여준 연기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여배우들과 비교하기에는 아직은 너무나 서툴고 또 이르다. 하지만 현재 수지는 영화에서 안정적으로 주연을 맡아줄 수준급의 20대 여배우가 그리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서 분명 눈에 띄는 존재이고, 또 그녀 스스로도 연기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하며 배우로서 눈을 뜨려고 하고 있다.

‘도리화가’에서 판소리를 그저 홀로 즐기던 ‘진채선’이 스승 ‘신재효’를 만나 판소리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얼굴에 장난기가 가시듯, 수지 역시 이제 연기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 진지한 연기의 세계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도리화가’는 그렇게 수지라는 여배우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 명의 ‘여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첫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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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호성 기자  cinex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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