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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열번 찍어 체코 꺾은 남자배구 '50년 집념', AG까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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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열번 찍어 체코 꺾은 남자배구 '50년 집념', AG까지 그대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2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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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호, 체코전 '9전10기' 첫승...월드리그 경기 통해 경험쌓고 아시안게임 정조준에 자심감 계기

[수원=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울려퍼졌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또 하나의 월드컵' 월드리그 배구경기에 적지 않은 배구 팬들이 몰려들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대회 체코와 E조리그 4주차 두번째 경기(8차전)에서 3-0(25-16 25-23 27-25)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한국 남자배구의 승리는 너무나 뜻깊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체코를 만난 0-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열번만에 거둔 '9전 10기'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리그 전까지 체코를 상대로 6전 전패를 당했던던 한국 남자배구는 체코와 앞선 세차례 경기에서 모두 풀세트 혈전끝에 아깝게 2-3으로 졌다.

반세기만에 9전 전패 끝에 거둔 체코전 첫 승이었기에 한국 배구에 또 하나의 '조그만 역사'가 쓰여진 것이었다.

▲ 서재덕(왼쪽)과 전광인이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 체코와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킨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아시아 최강 떠오른 이란, 만만찮은 인천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

그러나 한국 남자배구는 또 하나의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한국 남자배구는 1978년 방콕 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 등 세차례나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12회 연속 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10년 광저우 대회를 기점으로 아시아 배구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별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이란 배구가 급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1966년 방콕 대회에서 동메달, 2002년 부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낸 것을 제외하고는 아시안게임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헀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딴 이후 단숨에 아시아 배구의 최강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네차례 우승을 차지했던 아시아배구선수권에서 이란은 2011년과 2013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이란은 석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만약 이란, 중국, 일본 등에 모두 밀리면 한국은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정상 탈환은 커녕 52년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게 될 수도 있다.

▲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 체코와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가 체코를 꺾은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첫 대결 이후 열번만에 거둔 첫 쾌거다.

◆ 월드리그는 아시안게임 준비 전초전

박기원 감독은 이번 월드리그를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가는 과정으로 삼았다. 월드리그 대회가 FIVB가 주최하는 큰 대회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국 남자배구의 올해 목표는 역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레프트는 큰 문제가 없다. 문성민(28·천안 현대캐피탈)과 전광인(23·수원 KEPCO)이 든든하고 이들이 부진할 경우 곽승석(26·인천 대한항공)이 받쳐줄 수 있다. 문성민이 아직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송명근(21·안산 러시앤캐시)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라이트다. 김요한(29·구미 LIG)의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데다 박철우(29·대전 삼성화재)는 기량이 들쭉날쭉하다.

▲ 서재덕이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 체코와 경기에서 스파이크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박기원 감독은 체코와 경기에서 서재덕(25·KEPCO)을 라이트로 기용했다. 서재덕은 성균관대 시절 레프트로 주로 기용됐지만 소속팀 KEPCO에서는 주로 라이트로 활약하고 있다. 후배 전광인이 KEPCO에 들어오면서 포지션이 바뀌었다.

체코와 경기에서 18점을 몰아친 서재덕은 "레프트에서 라이트로 포지션을 옮기긴 했지만 원래 초등학교 때 라이트를 봤기 때문에 포지션 변경에 따른 부담은 없다"며 "특별하게 적응을 따로 하는 등의 문제는 없다. 그저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은 "역시 올해 남자배구의 가장 큰 목표는 아시안게임이다. 월드리그 등 모든 것은 아시안게임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며 "아직 선수 구성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아시안게임에서 누구를 기용할까 말까는 결정된 것이 없다. 예비 엔트리 중에서 계속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서재덕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서재덕이 한 경기 잘했다고 해서 단번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 지켜보겠다는 박기원 감독의 속내다.

▲ 박기원 감독이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 체코와 경기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대표팀 구성은 7월 돼야 밑그림

박기원 감독이 생각하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밑그림은 7월이 되어야 그려진다. 월드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대표팀 선수들을 구성하겠다는 뜻이다.

박기원 감독은 "월드리그가 끝난 뒤 7월 13일이면 대표팀이 구성된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아시안게임에 대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지금 대표팀이 몇%이냐는 질문은 무의미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남자배구는 아시안게임에 앞서 2014 FIVB 세계남자배구선수권에 나가야 한다.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21일까지 폴란드에서 벌어지는 대회여서 이 무대는 아시안게임 성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전망이다.

박기원 감독은 "세계선수권이 열리는 시기와 아시안게임이 겹쳐서 많이 힘들다. 이번 대회는 특히 일정이 붙어있어 빡빡할 것 같다"며 "세계선수권을 뛴 뒤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라 힘들 수 있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전광인이 2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FIVB 월드리그 남자배구 체코와 경기에서 블로킹 벽 위로 스파이크 공격을 터뜨리고 있다.

지금 한국 남자배구의 상황은 위기 상황에 가깝다. 이란, 중국, 일본과 경쟁해서 이겨내지 못한다면 한국 남자배구는 '아시아 2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기 위해 63세 노장 박기원 감독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코트 위에서 쩌렁쩌렁 울린다. 다행히도 젊은 선수들이 월드리그에서 맹활약해주고 있어 기존 베테랑 선수들과 호흡만 잘 이뤄진다면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체코를 상대로 세차례나 2-3으로 졌다가 오늘 3-0으로 이겼지 않느냐. 실력차는 존재하지만 경기는 당일 해봐야 하는 것이다."

박기원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에 이번 아시안게임 목표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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