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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청룡영화상] 대종상과 너무나 비교된 청룡영화제의 수상결과 보여준 김혜수의 뼈 있는 한 마디 "상 참 잘 주죠?"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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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th 청룡영화상] 대종상과 너무나 비교된 청룡영화제의 수상결과 보여준 김혜수의 뼈 있는 한 마디 "상 참 잘 주죠?"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1.27 07: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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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지난 20일 '한국 최고 영화시상식'이라고 자청하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은 '한국 최고'가 아닌 '사상 최악의 영화시상식'으로 기억되게 됐다.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아홉명 전원이 불참했고, 그 외에도 수많은 영화인들이 불참대열에 합류했다. 게다가 '국제시장'에 10관왕 '몰빵'을 선사하며 상의 권위까지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그리고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은 불과 6일 전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배우들은 모두 참석해 설령 수상을 못하더라도 수상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줬고, 영화 촬영 등 정말 피치못할 사정으로 불참한 몇 명을 제외하면 객석도 가득 찼다.

국내 영화시상식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대체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 지난 20일 열린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인들의 대규모 불참사태도 수상자와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대리수상을 하게 된 '스물'의 이병헌 감독과 대종상 사회자 신현준 (위),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나 해외영화제 참석 중이어서 불참한 '거인' 김태용 감독을 대신해 대리수상한 '거인' 최우식 배우와, 감독상을 수상했으나 다음 영화 준비로 인해 일본에 출국해 불참한 '베테랑' 류승완 감독을 대신해 대리수상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사진 = KBS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 SBS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방송화면 캡처]

대종상 영화제의 몰락은 다름 아닌 대종상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물이었다. 제52회 대종상 시상식을 앞두고 영화제 조직위는 "불참하는 배우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참석 강요를 하고, 인기상 투표를 하려면 돈을 내라는 비싼 투표비 논란까지 가세했다. 결국 이런 대종상의 행태가 영화시상식 초유의 남녀 주연상 후보 전원 불참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지고야 말았다.

게다가 이걸로도 부족해 대종상 영화제는 '공정함'이 생명인 영화시상식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 올 한해 '국제시장', '베테랑', '암살' 등 세 편의 천만영화가 나오고 '사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 작품적인 완성도에서 주목할 영화도 여럿 쏟아져 나왔지만 대종상 영화제는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에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 상을 '몰빵'하며 2012년 '광해 : 왕이 된 남자'의 전관왕 사태를 재현하고 말았다.

사실 대종상의 '국제시장' 10관왕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 대종상은 보수적 성향이 짙은 한국영화계 원로들의 입김이 유독 강한 영화시상식이고, 무기 중개 브로커로 구속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전임 조직위원장을 거쳐갔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대종상에 투입되는 자금의 출처 역시 상당히 미심쩍은 곳이 많다. 원로들의 입김에 의도가 의심스러운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입김, 그리고 로비까지 횡행하다 보니 상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지는 오래인데, 여기에 참석 안 하면 상도 안 준다고 으름장까지 놓으니 결국 집단 불참 사태가 빚어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반면 대종상에 이어 항상 국내 영화 시상식 No.2로 불리던 청룡영화상은 26일 열린 제36회 시상식에서의 압도적인 모습으로 이제 명실상부 대종상을 추월해 국내 최고의 영화시상식이 됐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대종상에 이런 저런 사정을 들어 불참한 배우들은 불과 6일 후에 열린 청룡영화상에는 모두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수상 결과 역시 '국제시장'에 '몰빵'한 대종상과 달리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상결과를 내놓았다. 영화제의 권위는 물론 수상의 공정성까지 청룡영화상이 대종상을 압도한 것이다.

제36회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의미심장했던 대목은 22번째 청룡영화상 사회를 맡은 '청룡의 연인' 김혜수가 최우수 작품상 수상 당시 한 말이었다. 김혜수는 '암살'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자 "상 참 잘 주죠?"라는 말로 청룡영화상의 공정성을 칭찬함과 동시에 6일 전 열렸던 대종상의 초라한 꼴을 겨냥했다.

▲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암살'의 최동훈 감독, '국제시장'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달수, '소수의견'으로 각본상을 수상한 김성제 감독 [사진 = SBS '제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방송화면 캡처]

실제로 26일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의 결과는 놀라웠다. 청룡영화상의 후원자가 대표적인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는 '국제시장'에게는 남우조연상 하나만을 들려서 돌려보내고, 친일파 청산을 그린 '암살'과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베테랑'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그리고 용산사태를 모티브로 국가와 투쟁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수의견'에 각본상을 안겨줬다. 또한 여우주연상도 제작비 1억도 되지 않는 초저예산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에게 안겨주며 다양성 영화를 깨알같이 챙기는 폭넓은 포용성을 보였다.

다시 시계를 6일 전으로 돌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을 들여다 보자. 대종상은 주요 부문 후보들이 불참한 것 뿐 아니라, 대리수상을 할 영화 관계자들까지 대거 불참해 수상 장면에서 갖은 추태를 연출했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뷰티 인사이드'의 백감독(백종열)이 불참하자, 백감독과는 일면식도 없는 신인감독상 후보였던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대리수상을 했고, 사회를 보던 신현준은 의상상과 미술상에서 두 번이나 사회를 보다 대리수상을 하러 달려나가야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에서는 그런 추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요 부문에서는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의 김태용 감독과 감독상을 수상한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이 해외영화제 참석과 다음 영화 제작으로 인한 해외 출국으로 불참했지만, '거인'의 주연배우인 최우식과 류승완 감독의 아내인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대리수상을 하며 오히려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것이 바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의 급격히 벌어진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1963년 시작된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올해로 36회를 맞이했으며, 3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1993년 14회 청룡영화상부터 19회를 제외하고 총 22번 청룡영화상 사회를 맡은 '청룡의 연인' 김혜수와 2012년 33회 청룡영화상부터 4년 연속 진행을 맡은 유준상이 올해도 사회를 맡았으며,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오후 8시 45분부터 SBS를 통해 생중계됐다.

◆ 제36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 최우수 작품상 : 암살
▲ 감독상 : '베테랑' 류승완 감독
▲ 남우주연상 : '사도' 유아인
▲ 여우주연상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정현
▲ 남우조연상 : '국제시장' 오달수
▲ 여우조연상 : '사도' 전혜진
▲ 신인감독상 : '거인' 김태용 감독
▲ 신인남우상 : '거인' 최우식
▲ 신인여우상 : '간신' 이유영
▲ 촬영상 : '사도' 김태경
▲ 조명상 : '사도' 홍승철
▲ 음악상 : '사도' 방준석
▲ 미술상 : '국제시장' 류성희
▲ 기술상 : '암살' 조상경, 손나리
▲ 각본상 : '소수의견' 김성제, 손아람
▲ 편집상 : '뷰티 인사이드' 양진모
▲ 청정원 인기스타상 : 박서준, 이민호, 박보영, 김설현
▲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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