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자신이 연 황금시대, '뷰티풀 골'로 마무리한 비야
상태바
자신이 연 황금시대, '뷰티풀 골'로 마무리한 비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6.24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후반 11분 교체되며 눈물, 팬-동료 기립박수로 맞이

[스포츠Q 민기홍 기자] '아디오스! 비야'

또 한명의 스타가 떠났다. 마지막 가는 길에도 아름다운 골 감각을 보여주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었다.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 아레나 다 바이사다에서 열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B조 3차전 스페인-호주전.

양 팀 모두 탈락이 확정돼 다소 맥이 빠질 수 있었지만 스페인 다비드 비야(33·뉴욕시티FC) 덕에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스페인은 지난 2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비야의 선제골과 페르난도 토레스, 후안 마타의 추가골로 호주를 3-0으로 완파하고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살리고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비야는 고별전에서 찬란히 빛났다. 전반 36분 후안 프란이 오른쪽에서 연결한 공을 절묘한 힐킥으로 마무리했다. 공이 다소 빠졌지만 그는 정상급 공격수의 본능이란 이런 것임을 보이며 감각적으로 돌려넣었다. 은퇴 경기 자축하는 '뷰티풀 골'이었다.

후반 11분 비야는 마타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비야에게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스페인 동료들은 모두 일어나 ‘전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벤치에 앉은 비야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FIFA는 경기 후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로 비야를 선정했다. 델 보스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비야의 마지막 경기인 줄 몰랐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풀타임을 소화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비야는 56분의 짧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아한 골로 팬들에게 자신의 퇴장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경기 후 스페인의 축구전문지 아스는 비야의 인터뷰를 실었다. 비야는 “나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 매우 좋았다. 꿈만 같았다”고 지난 날을 떠올리며 “55세까지 뛰고 싶었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고별 인사를 전했다.

비야는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세계축구 역사상 전인미답의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의 꼭짓점에는 비야가 있었다. 유로 2012 본선에서는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지만 예선전에서 7골을 넣으며 스페인 우승에 디딤돌을 놨다.

스페인의 최전방엔 늘 그가 있었다. 비야는 A매치 통산 97경기 59골이라는 가공할 결정력으로 스페인의 득점을 책임졌다. 월드컵 통산 득점은 9골이다. 이날 터뜨린 골로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골이라는 값진 기록도 남겼다.

비야는 이번 월드컵에서 백업에 그쳤다. 선발은 2013~2014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돌풍을 이끈 브라질 출신 공격수 디에구 코스타의 차지였다. 2순위 역시 페르난도 토레스였다. 스페인의 황금시대에 늘 중추였던 비야는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벤치를 지켰지만 마지막 존재감만은 이들보다 빛났다. 스페인 축구의 몰락을 벤치에서 맛본 그는 유종의 미로 자존심을 살려냈다.

국가대표에서는 물러나지만 비야의 축구 인생은 끝나지 않는다. 비야는 2015년부터 미국으로 무대를 옮겨 새 삶을 시작한다. 이에 앞서 호주 A리그 멜버른 시티에 단기 임대돼 10경기를 소화한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