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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메달 주역 아즈텍 전사들의 힘, '원정 16강' 한계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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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금메달 주역 아즈텍 전사들의 힘, '원정 16강' 한계도 넘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4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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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산토스·에르난데스 '젊은 피' 맹활약, 노장들과 적절한 조화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즈텍 전사' 멕시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원정만 나가면 힘을 쓰지 못했던 예전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이제는 원정 월드컵 첫 8강 진출까지 노릴 기세다.

멕시코는 24일(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의 아레나 페르남부쿠에서 벌어진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라파엘 마르케스, 안드레스 과르다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연속골로 크로아티아를 3-1로 완파했다.

A조에서 브라질과 2승 1무가 된 멕시코는 골득실에서만 뒤진 2위를 차지하며 B조 1위 네덜란드와 16강전을 치르게 됐다.

◆ 탄탄한 수비, 최고의 골키퍼

멕시코가 A조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8강 이상의 것이었다. 카메룬과 첫 경기 결과는 1-0 승이었지만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만 아니었다면 3-0으로 이길 수도 있었다. 조반니 도스산토스의 골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면서 무효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의 진정한 강력함은 바로 탄탄한 수비다. 0-0으로 비긴 브라질전에서 이런 면모가 나타났다.

멕시코는 이날 13개의 슛을 쏘면서 14개의 슛을 기록한 브라질과 당당하게 맞섰다. 무려 27개의 슛이 난무하는 경기에서 멕시코가 네이마르 등 초호화 공격진을 앞세운 브라질에 골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의 신들린 선방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초아는 브라질이 때린 8개의 유효슛 가운데 무려 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오초아는 거미손 활약을 펼치며 경기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또 멕시코의 수비진은 엑토르 모레노와 마르케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등의 탄탄한 스리백을 기본으로 미겔 라윤과 파울 아길라르까지 가세하는 파이브백을 혼용하는 탄탄한 방어로 조별리그 3경기동안 단 한 골만 내줬다.

모레노, 마르케스, 로드리게스는 경험이 많은 수비수들이다. 마르케스는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A매치 123번째 경기를 치렀고 로드리게스 역시 앞으로 2경기만 치르면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다. 모레노만 26세의 젊은 수비수이긴 하지만 이미 56번째 A매치를 경험했다.

◆ 런던 금 주역과 센추리클럽 선수 조화, 패기와 경험 모두 갖췄다

멕시코는 2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과 같은 조에 포함돼 0-0으로 비기기도 했던 멕시코는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올라 브라질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주역이 고스란히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다. 도스산토스를 포함해 무려 10명의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 주역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합세하면서 멕시코의 전력이 한층 안정됐다.

20대와 30대의 구성도 매우 이상적이다. 공격진에는 오리베 페랄타만이 30세일뿐 에르난데스, 도스산토스 등은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다.

또 엑토르 에레라 등 미드필드진은 전원 20대로 구성됐다. 미드필더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28세의 안드레스 과르다도다.

대신 안정적이어야 할 수비진에는 경험이 마르케스와 로드리게스에 카를로스 살시도 등 30대의 노장들이 포함됐다. 젊은 패기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수비는 역시 경험에서 나온다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대의 노장 선수들은 20대 패기왕성한 젊은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고 이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조별리그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차지한 주역들을 고스란히 브라질 월드컵으로 옮겨온 한국 축구와 대비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에는 곽태휘를 제외하고는 모두 20대여서 구심점이 없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그나마 곽태휘는 주전이 아니다.

◆ 활발한 해외진출, 더이상 '안방 호랑이' 아니다

멕시코는 꾸준히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으면서도 정작 원정에서 그 이상을 뛰어넘지 못했다. 자국에서 열렸던 1970년 및 1986년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도 원정에서 늘 한계를 보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년 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멕시코의 원정 징크스는 사라진 모습이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4위에 그쳤던 멕시코는 다른 대회에서는 최고 기록이 8강(1996년 애틀랜타)이었다. 올림픽 원정 징크스를 런던 올림픽 금메달로 확실히 씻어버렸다.

멕시코 선수들이 최근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멕시코 선수들은 주로 멕시코리그에서만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멕시코 선수들 가운데 유난히 해외파가 눈에 띈다. '치차리토' 에르난데스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것을 비롯해 도스산토스와 모레노, 하비에르 아키노 등은 모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뛰고 있다. 과르다도는 손흥민의 소속팀인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다.

풍부한 해외 리그 경험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원정징크스를 잊게 한다.

이제 멕시코 앞에는 네덜란드가 버티고 있다. 네덜란드는 B조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5골을 넣으며 3연승으로 당당하게 16강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최근 상승세를 봤을 때 멕시코의 이번 월드컵이 다시 한번 16강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멕시코가 보여준 전력과 경기력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멕시코가 개최국 브라질과 팽팽하게 맞서고 크로아티아를 완파할 것이라는 예상을 누구도 하지 못했듯 16강전에서 대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지금 아즈텍 전사들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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