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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김경문 감독·김태군과 함께 만든 '14년만의 노히트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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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김경문 감독·김태군과 함께 만든 '14년만의 노히트노런'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5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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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 현역시절 개막전 노히트노런 경험…포수 김태군의 완벽한 볼배합도 한몫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014년 6월 24일 잠실구장. NC와 LG의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경기에서 대기록이 만들어질 찰나였다. 9회말 LG의 공격 때 NC의 마운드에는 여전히 선발 투수 찰리 쉬렉(29)이 서 있었다.

마지막 타자는 선두타자 박용택. 박용택이 친 타구는 높게 떴을 뿐 멀리 나가지 못했고 좌익수 김종호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2000년 5월 18일 송진우(당시 한화)가 광주 무등구장에서 해내틀 상대로 기록한지 14년만에 한국 프로야구에서 나온 노히트 노런 대기록이었다. 특히 찰리의 이날 기록은 역대 11번째 기록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으로 나온 것이었다.

◆ 찰리의 노히트 노런이 만들어지기까지

찰리는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 패턴으로 LG 타자들을 잡아나갔다. 1회말부터 3회말까지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아홉명의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4회말에는 선두타자 박용택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오지환을 볼넷으로 출루시켜 아쉽게 퍼펙트 행진은 10명째에서 끝났다. 그러나 2루 도루를 감행하던 오지환을 아웃시킨데 이어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아내 단 3명으로 4회말을 마감했다.

더욱 힘이 난 찰리는 5회말부터 7회말 1사까지 다시 한번 퍼펙트 행진을 이어갔다. 공교롭게도 두번째 볼넷을 내준 타자도 오지환이었지만 후속 타자에게 전혀 안타를 맞지 않았다. 8히말에는 첫 타자 이병규(7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1사 1루 상황에서 조쉬 벨을 투수앞 땅볼에 이은 병살타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찰리는 9회말 LG가 노히트 노런 수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보낸 대타 김용의마저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낸 뒤 박경수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워 단숨에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박용택까지 처리하며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날 찰리의 공식 기록은 투구수 110개에 탈삼진 7개, 볼넷 3개였다.

◆ 김경문 감독의 경험에서 나온 노히트 노런

NC에는 김경문 감독이 있다. 포수 출신 지도자로 현재 9개 구단 감독 가운데 이만수 SK 감독과 더불어 노히트 노런을 이끈 경험이 있다.

26년 전인 1988년 4월 2일, 김경문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개막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장호연과 배터리를 이뤘다. 1983년 데뷔한 장호연은 개막전의 사나이로 불릴만큼 강한 면모를 보였다.

현역 시절 김경문은 노련한 볼 배합으로 단 3개의 사사구만을 내주는 완벽한 투구로 통산 세번째 노히트 노런을 이뤄냈다. 이날 노히트 노런은 한국 프로야구사 유일하게 삼진이 없는 노히트 노런이었지만 맞춰 잡는 노련한 투구로 롯데 타선을 묶는데 성공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의 경험은 찰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찰리에게 공격적인 투구로 정면승부를 펼치라고 지시했고 찰리 역시 이를 잘 받아들여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9이닝을 던지면서 고작 110개의 투구 밖에 기록하지 않아 이닝 평균 12개의 공만 던졌다는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공격적인 투구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 친정팀 LG를 상대로 한 김태군의 완벽한 리드

배터리의 완벽한 호흡 없이는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기 어렵다. 바로 포수 자리에는 김태군이 있었다. 김태군은 2008년 LG에 입단했지만 2012년 11월 특별지명을 통해 NC로 이적했다. 옛 친정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이끌어낸 것이다.

역대 기록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기록한 것은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 현역 시절 한차례 있었다. 현역시절 해태에서 활약했던 유승안 감독은 빙그레로 팀을 옮긴 1988년 4월 17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해태를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지만 옛 팀동료들의 성향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만은 분명하다.

김태군은 포수로서는 그리 많지 않은 25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찰리와 찰떡 호흡을 맞춰 LG의 좌타자 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공격적인 투구 패턴과 맞물려 LG 타자들의 성향을 완벽하게 파악해놓고 있던 김태군의 도움이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 트리플A서도 수준급 투수, 찰리의 호투

김경문 감독과 김태군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역시 찰리가 그만큼 실력이 있어야만 노히트 노런이 가능하다.

네브라스카 대학 출신으로 2007년 드래프트에서 23라운드에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된 찰리는 2012년 산하 트리플A 팀인 샬럿 나이츠에서 11승 5패, 3.65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할 정도로 트리플A에서 수준급 피칭을 자랑했다.

당시 찰리는 170.1이닝을 던지면서 고작 29개의 볼넷만 내줬을 정도로 수준급 제구력을 자랑했다. 6이닝에 하나정도만 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과 공격적인 투구가 주무기였던 투수였기에 오늘의 노히트 노런이 가능했다.

찰리는 트리플A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NC의 스카웃 레이더망에 잡혔고 지난해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며 NC의 마운드를 이끌어왔다.

지난 시즌 NC가 창단 첫해 7위라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찰리가 튼튼히 마운드를 지켜줬기에 가능했다. 지난 시즌 찰리는 11승 7패와 2.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시즌 찰리는 에릭 해커, 태드 웨버 등과 함께 외국인 투수 삼총사로 활약하며 NC의 마운드를 더욱 튼튼하게 하고 있다. 특히 찰리는 극심한 타고투저 상황에서도 완벽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찰리는 이날 노히트 노런으로 평균 자책점을 2.99로 낮춰 전체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2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찰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경기 중간중간 전광판을 봤는데 안타가 없었다. 그래서 노히트 노런을 생각하게 됐다"며 "모든 타자가 공을 칠 때마다 긴장이 됐다. 하지만 동료들이 도움을 줘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 역대 프로야구 노히트노런 일지

구분 선수(소속) 일자 상대팀 구장 포수 결과 비고
1 방수원(해태) 19840505 삼미 무등 유승안 8-0

6삼진 무사사구

2 김정행(롯데) 19860605

빙그레

사직

한문연-김용운

8-0

5삼진 4사사구

3 장호연(OB) 19880402 롯데 사직 김경문 4-0

개막전 3사사구

4 이동석(빙그레) 19880417 해태 무등 유승안 1-0

5삼진 2실책 무사사구

5 선동열(해태) 19890706 삼성 무등 장채근 10-0 9삼진 3사사구
6 이태일(삼성) 19900808 롯데 사직 이만수 8-0 4삼진 3사사구
7 김원형(쌍방울) 19930430 OB 전주 김충민 3-0 6삼진 1사사구
8 김태원(LG) 19930909 쌍방울 잠실 김동수 9-0 6삼진 1사사구
9 정민철(한화) 19970523 OB 대전 강인권 8-0 8삼진 무사사구 낫아웃 출루
10 송진우(한화) 20000518 해태 무등 강인권 6-0 6삼진 3사사구
11 찰리(NC) 20140624 LG 잠실 김태군 6-0 7삼진 3사사구
# 박동희(롯데) 19930513 쌍방울 사직 강성우 4-0 6삼진 1사사구 6회 강우콜드
# 정명원(현대) 19961020 해태 인천 김형남 4-0 9삼진 3사사구 한국시리즈 4차전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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