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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일본의 잔혹한 몰락, 결코 남의 비극이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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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일본의 잔혹한 몰락, 결코 남의 비극이 아닌 이유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5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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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1무1패 벼랑 끝에서 조 최강팀과 격돌 '동병상련'...치밀한 대응만이 기적의 생존법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스시타카' 일본이 몰락했다. 4강에 오르겠다고 호언장담했다가 16강은 커녕 조 최하위의 수모를 당하며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25일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C조 조별리그 콜롬비아와 최종전에서 1-4로 참패, 4강은 커녕 16강도 밟아보지 못하고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일본의 탈락을 비웃을 수만 없는 일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과 일본의 상황은 묘하게 닮아 있다. 내심 8강 이상의 목표를 했던 것도 비슷하고 반드시 잡았어야 할 2차전에서 승점 3을 챙기지 못해 1무1패로 위기에 몰린 것도 같다.

공교롭게도 3차전 상대도 2연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시드팀이라는 것까지 닮았다. 일본은 콜롬비아와 상대했고 한국 역시 이미 2연승으로 16강 티켓을 거머쥔 시드팀인 벨기에와 27일 일전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도 이틀 뒤에는 일본과 같이 추락할 수도 있다. 아니, 상황은 오히려 한국이 더 나쁘다. 일본은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이긴다는 전제 아래 콜롬비아를 꺾기만 했어도 16강에 나갈 수 있었지만 한국은 러시아가 알제리를 잡아준다고 하더라도 골득실과 다득점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이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 주전 안 나온다고 해서 만만한 것이 아니다

벨기에의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16강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앞선 조별리그 2경기에서 경고를 받은 선수들을 한국전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동안 주전으로 나오지 않은 선수가 대거 기용된다고 해서 전력이 크게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팀의 기본 전술이 바뀌게 돼 대응 방법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 본보기가 바로 지난 23일 알제리전이었다. 알제리가 무려 5명의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 새로 넣었고 한국은 그 대응방법을 찾지 못해 전반 내내 허둥대다가 2-4로 완패했다.

또 강한 팀은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그리 크지 않다. 콜롬비아만 하더라도 무려 8명의 선수를 새롭게 선발 라인업에 넣었지만 일본을 상대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벨기에 역시 굳이 주전 멤버가 나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대팀을 압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벨기에의 전력이 브라질 등에 비해 강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괜히 시드를 받은 것이 아니다.

한국으로서는 벨기에의 비주전 가운데 '신성' 아드난 야누자이 등에게 말릴 수도 있다. 비주전이 나온다고 해서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 '공격 앞으로'만 외치다가 역습에 당할 수 있다

일본이 콜롬이바전에서 어떻게든 역전골을 넣기 위해 후반에 무리하려다가 역습으로 3골을 내리 내주면서 무너진 자멸은 한국의 벨기에전에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특히 한국은 무조건 2골 이상을 넣어야만 16강을 노려볼 정도로 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더 크게 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 골 차로 지든, 한 골 차로 이기든 결과는 16강 탈락이기 때문에 공격에 더욱 비중을 둬야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격을 해 대량 득점을 한다고 해도 그만큼 실점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수비도 강화하고 강하게 공격을 밀어붙일 묘수를 짜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러시아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대표팀의 기본 포메이션은 4-2-3-1이지만 수비를 강화하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위해 4-4-2에 가까운 전술로 상대한 바 있다. 손흥민과 이청용의 좌우 측면 미드필더에게 과부하가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포메이션을 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 안되는 선수는 과감하게 버려라

홍명보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박주영을 대체할 만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뽑았다"고 했다. 홍 감독이 소속팀에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박주영의 활약을 기대했다.

모든 팬들은 박주영 발탁에 대해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그가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따낼 때 보여준 해결사 능력을 떠올리며 언젠가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기다렸다.

그러나 박주영은 끝내 팬들은 물론이고 홍 감독의 기대까지 저버렸다. 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 동안 단 1개의 슛만 기록했다는 점은 이미 스트라이커로서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안되는 선수는 과감하게 버릴 필요가 있다. 박주영 외에 쓸만한 선수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김신욱이나 이근호 등 교체로 들어갔던 선수들이 더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왼쪽 측면 공격수에 김보경을 배치시키고 득점력이 좋은 손흥민을 중앙 스트라이커로 내보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2011년 아시안컵 때처럼 지동원과 구자철을 전방에 내세우는 '지구 특공대' 포맷을 써볼 수도 있다. 이런 수많은 공격 옵션이 있는데도 계속 박주영만 내세우며 변화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일본 역시 가가와 신지의 부활만 기다렸다가 허탕을 쳤다. 가가와는 코트디부아르와 첫 경기에서 별 힘을 쓰지 못했고 역전패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에 일본은 그리스전에 가가와를 선발로 내보내지 않았지만 역시 별무소용이었다. 마지막 콜롬비아전에서 부활을 기대했지만 역시 자케로니 감독의 기대를 외면했다.

가가와 역시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제대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폼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체력이 된다고 해도 경기 감각이 받쳐주지 않는 선수라면 미련을 버려야 한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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