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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가수 장현기, 눈빛에 담긴 '밤에 쓴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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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가수 장현기, 눈빛에 담긴 '밤에 쓴 독백'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5.12.07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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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최신랑! 물을 얼마나 쓰길래 다른 집 보다 5천원이나 더 나와요? 물 좀 아껴 써요~' 결혼 7개월 차 아내의 타박이다.

다소 서운했다. 물세 5천원의 의미를 아내는 정녕 몰랐단 말인가! 사람마다 그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사진은 현장 상황에 따라 이미지가 직관적으로 보이는 반면 글은 얽히고 얽힌 생각의 갈래들이 한 줄로 정리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큰 틀이 보이는 편이다. 그 '정리'를 위한 환경이 중요한 바, 나의 경우는 '욕조'가 생각의 안식처이다. 그러니 목욕을 자주 할 수 밖에 없다.

정수리를 타고 목젖과 가슴을 지나 골반과 무릎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줄기엔 번잡스러운 고민의 갈래들이 함께 씻겨 내려간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무상무념의 무의식 공간에 몸과 정신을 맡긴다. 고민의 구정물이 티끌까지 없어지는 찰나, 아이디어는 갑자기 떠오른다.

 

지난 10월 28일에 가수 장현기를 인터뷰했다. 약간 긴장한 듯한 그는 알고 보니 이미 스타였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 그는 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룹 '린기왕자'로 출연, 탑11까지 진출하며 유명세를 탔다.

20대의 도전의식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가수로서 작은 '성공'을 맞봤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걸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 나이 27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작사와 작곡에 편곡까지 가능한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그래서 너무 행복하단다.

 

핸드폰을 통해 곧 발매될 그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힙합이지만 힙합이 아니다. 특정할 수 없는 장르였다. 그리고 슬프면서도 행복한 무언가가 있었다. 이어진 인터뷰를 들어보니 그건 밤에 써서 그렇단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단다. 그래서인지 곡에 밤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것도 그냥 밤이 아닌 '깊은 밤'이다.

외부의 잡다함이 고요함에 완전히 가려지는 그 시각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볼 수 있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에 장현기는 곡을 쓰기 위한 안식처로 '깊은 밤'을 택한 것이다.

 

31살, 한국살이 4년 차인 그의 얼굴은 어느새 깊은 밤을 닮아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위해 고된 음악살이를 견뎌온 그의 진정성 담긴 눈빛이 카메라에 묵직하게 담겼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진짜다. 욕조에서 피어나는 생각의 아지랑이처럼, 깊은 밤 자신을 향해 써 내려간 처절한 독백임을 나는 알기에 장현기의 목소리가 공개될 날을 오늘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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