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3:00 (화)
아시아의 몰락, 한국축구가 '아시아 프라이드' 살리려면
상태바
아시아의 몰락, 한국축구가 '아시아 프라이드' 살리려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6.26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주·일본·이란 세 팀이 거둔 성적 2무 7패…한국이 아시아 유일 16강 '마지막 보루'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이제 한국이 아시아의 마지막 희망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을 대표해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4룡' 가운데 이제 16강 진출의 가능성은 오직 한국에만 있다. 비록 기적만을 바라야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호주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연달아 지면서 일찌감치 16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일본에 이어 이란까지 조별리그 3차전에서 지면서 모두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4강 진출을 호언장담했던 일본은 25일(한국시간) 쿠이바아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C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의 공격에 수비가 농락당하며 후반에만 3골을 내줘 1-4로 졌다.

극단적인 수비축구로 일관한 이란 역시 26일 사우바도르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치고비나와 F조 마지막 경기에서 에딘 제코 등에게 세 골을 내주며 1-3으로 완패했다.

이란은 후반 37분에야 뒤늦게 레자 구차네지하드의 만회골로 이번 대회 유일한 득점을 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호주와 일본, 이란 등 아시아 3개국이 3경기씩 치르면서 올린 성적은 2무 7패. 9경기에서 올린 득점은 6골에 불과하고 19골을 잃었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일본 등 무려 두 팀이 16강에 진출한 것과 극과 극이다.

◆ 투혼이 없었던 일본, 수비만 했던 이란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4룡 가운데 그나마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았던 팀은 한국과 일본이었다.

FIFA 랭킹 43위로 AFC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던 이란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라는 명장을 모셔왔지만 세대교체와 리빌딩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데다 전력이나 전술에서도 세계 수준을 따라잡지 못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어떻게 통했을지 몰라도 세계 축구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었던 이란의 몰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호주는 네덜란드, 칠레, 스페인의 틈바구니에서 역시나 빠져나오지 못했다. 호주 역시 이렇다 할 선수도 없어 기대조차 모으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적지 않은 선수들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메 A,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 고르게 진출하며 유럽 축구를 경험했다. 유럽은 물론 남미의 유수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웠다.

또 이탈리아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뒤 지휘봉을 잡아 4년을 조련시켰다.

그러나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는 실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일본은 실력은 있었지만 투혼은 없었다.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정신력이다.

'사무라이 저팬'이라고는 했지만 전혀 무사답지 못했다. 코트디부아르와 첫 경기가 그 단적인 사례다. 혼다 게이스케의 선제골로 앞서가고도 디디에 드로그바가 나오자 허둥지둥댔고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그리스전에서는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대를 위협하지 못했다. 콜롬비아전 역시 이기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신력은 부족했다.

결정지을 수 있는 골잡이가 없던 것도 원인이었다. 골을 넣은 선수는 혼다와 오카자키 신지 등 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가가와 신지는 정작 경기에서는 활약도가 미미했다.

골잡이가 없으면서도 수비력도 안정되지 못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수비가 잘 안되면 그만큼 골을 넣으면 된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월드컵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이란은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관중들에게 야유만 받으며 망신살이 뻗쳤다. 나이지리아와 경기는 1승이 필요했지만 수비만 일관하다가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다.

아르헨티나와 2차전에서는 전후반 90분을 잘 막아내 승점 1 추가를 눈앞에 뒀지만 후반 추가시간 리오넬 메시에게 한방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은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으나 역시 선 수비, 후 역습만으로 일관하다가 끝났다.

◆ 네덜란드와 맞받아친 호주, 그나마 빛난 투혼

오히려 3연패로 물러난 호주가 인정받았다. 호주는 네덜란드전에서 무섭게 받아치는 모습으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호주는 일본, 이란보다도 더 많은 골을 넣었다. 일본이 2골, 이란이 1골을 넣는 사이 호주는 3골을 넣으며 선전했다.

칠레전에서는 팀 케이힐이 0-2로 뒤진 전반 35분 만회골을 넣으며 경기 막판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향방으로 몰고 갔고 네덜란드전에서는 아리언 로번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면서도 케이힐이 동점골을 넣었다.

특히 호주는 네덜란드전에서 밀레 예디넥의 페널티킥 골로 역전까지 시켰다. 이후 로빈 판페르시와 멤피스 데파이의 연속골로 2-3으로 지긴 했지만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 진정한 프라이드는 투혼에서 나온다

일본과 이란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리며 감독도 떠나보냈다.

자케로니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지휘봉을 내려놨다. 4년동안 승승장구하며 아시아 축구판을 호령하던 일본이었지만 정작 결과는 '백 투더 2006'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와 포르투갈 감독을 역임했던 케이로스 역시 "이란에서 일하는 것을 영광스럽고 자랑스럽게 느꼈지만 계약 연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제안을 받지 못해 지휘봉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는 말로 이란과 작별을 고했다.

이제 모든 눈길은 한국에게 향해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아시아에 대한 본선 티켓 4.5장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성급한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이 보여줘야 할 그 무엇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 국가는 16강 진출 확정은 커녕 1승도 없다. 한국에 있어 16강도 중요하겠지만 1승도 그 못지 않게 절실하고도 중요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에서 모두 1승 이상씩 거뒀던 한국 축구가 시계 초침을 16년 전인 1998년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는 16강 진출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승리를 거두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상대가 벨기에다. 벨기에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와 만나기 위해서는 역시 투혼이 중요하다. 유니폼에 새겨져 있는 그 투혼이 그라운드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 아시아 축구의 희망과 미래, 한국에 달렸다

월드컵은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4년 뒤 러시아에서도 열릴 것이고 2022년에도 열린다. FIFA라는 조직이 와해되지 않는 이상 월드컵은 영원하다.

아시아 축구가 비록 브라질 월드컵에서 고배를 들었다고 해도 4년 뒤 재도약을 위해 아시아 축구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세계축구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한국과 벨기에의 맞대결은 단순한 한국 혼자만의 자존심을 살리는 경기가 아닌, 아시아의 미래까지 걸려있다. 한국까지 16강에 떨어지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시아 축구가 그래도 마지막까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일전이다. 유일하게 FIFA 월드컵 4강에 올랐던 한국 축구가 '프라이드 오브 아시아'로 다시 한번 빛날 것인가.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