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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이 14개월 동안 본 '이상한 나라의 한국 축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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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이 14개월 동안 본 '이상한 나라의 한국 축구'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12.08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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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K리그 구단, 축구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잔디상태도 불량, 축구 애정 의심"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자신의 사생활과 가족에 대한 얘기를 할 때면 한없이 다정다감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지만 한국 축구의 현실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매서운 눈초리로 바라본 한국 축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그야말로 정문일침과 같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취재진과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해 따끔하게 비판했다. 모든 축구인들과 축구에 관계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어야만 하는 금과옥조와 같은 얘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바라본 첫 번째 이상한 점은 학원축구였다. 클럽 시스템이 일반화된 유럽인들의 시각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무조건 학원축구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학생들이 너무 일찍 프로의 길에 들어선다는 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나도 만 17세가 되기 전까지는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어본 적이 없다. 18세 팀에 선발되고 나서야 열심히 해서 구단의 관심을 받으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원축구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일찌감치 프로 선수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재능이 있어 보이면 바로 프로의 길로 들어서게끔 한다. 하지만 프로는 돈과 연결되어 있고 어렸을 때부터 프로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결국 돈을 좇게 된다"며 "축구가 좋아서 해야지,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부 에이전트들이 신중하지 않은 결정을 내려 선수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K리그 구단 대부분이 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K리그는 모두 기업구단과 시도민구단인데 구단주들이 축구인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구단 운영을 능률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 예로 구단이 고용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절반 가량이 경기에 뛰지 못한다. 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밝혔다. 10골을 채울 경우 내줘야 하는 보너스를 아끼려고 9골을 넣은 뒤 경기에서 제외시킨 모 구단을 향한 듯 했다.

세 번째는 그라운드 지적이었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미얀마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홈경기를 앞두고 수원월드컵경기장과 보조구장 잔디 상태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경기를 보면 그라운드 상태가 상당히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경기장을 관리하는 주체가 얼마나 축구 애정이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며 "또 경기장에 갈 때마다 관중이 별로 없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 역시 악순환으로 이어져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승강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은 점을 들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로 구분되어 승강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3부 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와 그 아래의 K3리그는 승강제가 없다. 내셔널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도 K리그 챌린지로 승격할 수 없고 K3리그 정상에 오르더라도 내셔널리그로 올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강 시스템 같은 것은 유럽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한국 축구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팀이 강등이 되면 경제적인 손해를 입게 되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승강제가 구축이 안된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유럽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따라한다고 한국 축구가 선진화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 시스템이 전세계 표준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따라갈 필요는 있다. 슈틸리케 감독도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유럽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세계적인 축구 흐름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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