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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3) 연극배우 임대일, 배우로 얻고 배운 것, 이제는 사회로 '환원' 할 시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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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막후](3) 연극배우 임대일, 배우로 얻고 배운 것, 이제는 사회로 '환원' 할 시간 (인터뷰)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5.12.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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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Tip!]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는 힘이 있는, 그리고 그 힘을 사회로 쏟아 붓는 배우가 있다. 데뷔한 지 30년, 현재까지도 대학로에서 활발한 연극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임대일이다. 극단 ‘디딤돌’의 대표이자 배우인 임대일은 직접 제작하는 창작 연극을 통해 단순한 재미와 오락적 기능을 넘어선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한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2014년 그가 제작한 공감연극 ‘밥’이라는 작품이 안전보건지원 공모사업 대상에 선정됐고,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배우이자 극단 대표, 그리고 이사로서 쉴 새 없이 활동하고 있는 임대일의 인생 드라마, 그 막을 올린다.

[스포츠Q(큐) 글 김윤정 · 사진 최대성 기자] 1984년 영화 ‘장대를 잡은 여자’로 데뷔한 배우 임대일의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한국연극협회의 이사직과 (사)한국연극배우협회 부이사장직, 그리고 극단 디딤돌의 대표직을 맡아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일이 협회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지방 공연을 하던 중 우연한 지인의 권유로 나가게 된 ‘(사)한국연극배우협회’ 선거에서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가 2006년, 최연소 선출 이사가 된 그는, 그때부터 배우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게 됐다.

▲ 극단 대표 겸 연극배우 임대일

◆ 30년차 베테랑 배우 임대일, “연극은 친정이다”

임대일의 본업은 누가 뭐래도 ‘배우’다. 많은 직책을 갖고 있는 임대일 또한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업’에 대해서는 단연 ‘배우’를 꼽았다. 임대일은 영화 ‘은밀한 유혹(2014)’, ‘나쁜 피(2012)’, 드라마 SBS ‘시티홀(2009)’, ‘패션 70s(2005)’, MBC ‘베토벤 바이러스(2008)’, ‘짝(1995)’, 연극 ‘뉴 보잉보잉(2005)’, ‘엘링(2014)’, 뮤지컬 ‘선물(2006)’, ‘희(1997)’ 등에 출연하며 주연과 조연, 또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다작 배우’로서 활동하며 그만의 연기 인생을 펼쳐갔다.

약 30년간 배우로 살아온 그가 연기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특히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 연극 무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거짓말하지 말자’는 느낌으로 연기를 해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만들어서 하지말자’, ‘멋있게 하지말자’라고 생각해요. 진정성이라는 게 어떤 캐릭터를 맡았을 때 가장 나답고 진솔하게 연기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미세한 차이 같지만 꾸미지 않는 연기를 하다보면 오랜 시간 연극을 보고 있는 관객들도 진솔한 연기와 연극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에요.”

여전히 대학로를 대표하는 연극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임대일은 ‘애증’의 연극 무대에 대해 ‘친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와 드라마가 갖는 매력도 줄줄 늘어놓는 그는 역시 30년차 베테랑 연기자였다.

“연극은 친정 같고, 영화는 재밌어요. 연극은 관객들을 앞에 두고 내가 하는 역할의 전체적인 그림만 보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스태프들이 모두 나한테만 집중하고, 그럴 때 느끼는 묘한 감정과 희열이 있죠. 또 영화관에서 내가 나오는 영화에 집중하는 관객들을 봤을 때 연극무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그 느낌도 참 좋은 것 같고. 영화는 연극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게 가능하니까 그런 부분도 재밌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영화보다 좀 더 아기자기한 느낌이죠.”

▲ 극단 대표 겸 연극배우 임대일 [사진 = 극단 ‘디딤돌’ 제공]

◆ 극단 ‘디딤돌’ 대표 임대일, 사회적 메시지 녹여낸 연극 제작 “시각 넓어졌다”

이제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 연극은 ‘기초’ 중의 ‘기초’가 됐다. 기초의 활동을 외면하지 않고, 극단에 뿌리를 둔 배우 임대일이 극단 디딤돌의 대표로서 활동하면서부터는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연극,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 배우로서의 경험이 극단 대표 혹은 제작자로서 일하는 그에게 양질의 자양분이 됐기 때문이다.

“제작자, 혹은 기획자, 협회에서만 활동한 사람이었다면 배우의 시각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고, 배우로서만 활동한 사람이었다면 행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러나 배우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졌죠. 또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 틀에 갇히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현재 임대일은 극단 디딤돌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와 문제점들을 연극에 녹여낸 창작극을 제작하며 어렵지 않은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 연극 분야에 흥미 있는 학생들을 모아 극단을 보여주고 연극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재능기부도 3년간 이어오고 있다.

행정가, 교육자, 배우, 대표 등 여러 타이틀을 갖고 있는 임대일이지만, 배우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연극 문화 환경을 만드는 데 분명히 기여하는 부분이다. 이것이 임대일이 극단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며, 뼛속까지 ‘배우’인 이유이기도 하다.

▲ 2014년 ‘안전보건지원 공모사업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극단 ‘디딤돌’의 안전연극 '행복한 동행'이 대상(고용노동부장관상)에 선정됐다. [사진 = 극단 ‘디딤돌’ 제공]

◆ (사)한국연극협회 이사 임대일, “이사직, 내 사업엔 마이너스” 

임대일이 몸담고 있는 (사)한국연극협회에서는 한국 연극 전반에 걸쳐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제반적인 모든 것들을 다루는데 그 중에서도 프로 쪽을 많이 다루는 편이다. (사)한국연극협회는 배우들만 가입되어 있는 (사)한국연극배우협회와는 달리 프로듀서부터 연출, 기획, 스태프까지 각 분야를 총망라한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특히 (사)한국연극협회에서는 대한민국연극대상과 청소년 연극제를 주최하고 있고, 한국연극지를 발행하며 연극인들이 복지와 권익,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이사직을 맡은 임대일이 이런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임대일은 (사)한국연극협회에서 자본이나 지원금과 같은 행정 전반에 걸친 업무와 회원들에게 의료 복지 등의 혜택들이 정당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도 맡고 있다. 이처럼 임대일은 회원들, 즉 연극인들에게 정당한 혜택과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사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이사직은 극단에 도움이 하나도 안돼요. 저나 제 극단이 혜택을 받게 되면 기득권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솔직히 제 사업 쪽에선 굉장히 마이너스예요. 오죽하면 직원들하고 ‘우리 좀 살아야죠’라는 얘기를 하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일이 연극인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이유는 전방위로 활동하며 얻게 되는 배우로서의 경험과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로서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며 웃어보이던 임대일은 배우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는 행정가로서 또 배우로서 후배 연극인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있다.

◆ “배우도 노동자, 정당한 보상이 문화 융성을 만든다”

임대일은 현재 연극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에 대해 “산업화가 뒤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로에는 160여 개의 공연장이 있고, 한정된 관객 수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차이가 너무 커진 상태다. 이에 “제도적인 지원만이 해결책은 아니다”라는 것이 임대일의 입장이다.

“제도적인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해야 될 필요가 있어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죠. 10년, 20년 길게는 100년을 봐야하는데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점만 해결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이 등장하죠. 예를 들어 시에서 좋은 작품을 사와서 국민들에게 공짜로 보여주는 건 겉으로 볼 땐 굉장한 문화 제공이죠. 그러나 눈을 돌려보면 옆에 있는 극단들은 다 죽는 거예요. 실제로 문화를 융성하는 것 같지만 문화인들을 말살하는 제도인 셈이죠. 굉장히 단순한 건데 이 두 가지 문제를 균형 잡는 것 또한 힘들어요. 그래서 제안을 하고 연구를 하게 돼요, 어쩔 수 없이. ‘극단들과 메세나(기업들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가 해야 될 일이 뭘까’ 하고요.”

 

이에 임대일은 문화융성과 배우들의 권익보호를 동일선상에 뒀다. 스타가 아닌 순수 예술인으로서 활동하는 연극배우들이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인정받는다면, 연극과 같은 문화들이 사회에서도 제대로 된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치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의 인식개선도 중요한 것 같고, 배우들도 그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스스로도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항상 ‘너희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죠. 물론 긍정적인 보상과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고요. 정부에서는 자꾸 제도적인 것, 학술적인 것만으로 가려고 하는데 중요한 건 마음을 여는 일 같아요.”

배우들의 권익 향상과 문화 융성을 위해 임대일은 자신이 가진 배우로서의 ‘끼’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사람을 이끄는 힘, 관객들을 이끄는 힘이 강한 그가 (사)한국연극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이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는 배우도 노동자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배우가 순수 예술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과는 다른 의견이지만, 예를 들면 표준계약서 같은 것들을 실천하게끔 만들어서 최소한의 약속한 금액만은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의죠. 스태프들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임대일은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연극인들의 처우 개선, 문화 활동에 관한 이야기들을 제안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배우들의 직계가족까지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과 서울평양연극제와 같은 연극 교류를 통해 나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문화 융합도 생각 중에 있다.

▲ (사)한국연극협회의 행복디딤돌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진경에게 위촉장을 건네고 있는 임대일 [사진 = 극단 ‘디딤돌’ 제공]

◆ ‘임대일 아니면 안 되는’ 임대일의 ‘디딤돌’ 기대

‘전방위 예술가’ 임대일은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세 번에 나눠 이야기를 전했다.

“협회차원에서는 협회회원들에게 보다 좋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복지적인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찾아낼 거고, 후배 양성을 통해서 후배들이 좋은 가치관을 갖고 연기활동을 잘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지금 목적이에요. 극단에선 좋은 작품들을 개발하고 좋은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키워가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교육적인 것들을 만들어낼 거고요. 또 개인적으로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끊임없이 개발을 할 거예요. 살도 빼고요(웃음).”

이어 임대일은 배우로서의 계획을 좀 더 자세하게 덧붙였다.

“정말로 ‘임대일 아니면 안 돼’라는 연극이나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캐릭터가 있고, 나하고 맞는 그런 작품이요. 그 캐릭터로 인해서 나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이란 작업을 통해서 나에 대해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는 과정도 재밌어요, 분야는 상관없이. 그게 욕심이면서 꼭 배우들이 갖고 있어야 하는 부분 같아요. 아니면 안주하게 되니까.”

마지막까지도 배우로서의 ‘프라이드’를 놓지 않는 임대일이 이끄는 극단 ‘디딤돌’은 사람과 사람, 즉 다른 말로 하면 ‘문화와 문화를 이어가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으로 매번 창작공연을 제작하고 있는 극단 ‘디딤돌’의 대표이자 배우 임대일이 앞으로 하나씩 놓아갈 ‘디딤돌’의 모습이 기대된다.

 

[취재후기] 임대일과 인터뷰한 장소인 극단 ‘디딤돌’의 사무실은 90도 각도의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야 나오는 반지하의 비밀스런 공간이었다. 적당한 크기의 연습실이 딸린 어둑한 조명이 빛을 비추는 조그마한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간 임대일은 “편해져도 되죠?”라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그 행동은 전혀 무례하거나 불쾌한 감정이 들지 않는 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사무실’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정 반대인 디딤돌의 어둑한 사무실이 아늑한 ‘사랑방’처럼 느껴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형화되지 않은 그의 행동에서 ‘자유로움’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임대일은 그 자유로움 속에서 가치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이었고, 필자가 만나본 ‘배우’ 그 이상의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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