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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호재 인디감독 "일탈에는 용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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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호재 인디감독 "일탈에는 용기 필요"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14 0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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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청춘의 무한도전 감행

[300자 Tip!] 청춘 로드 다큐멘터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에 대한 젊은 관객의 관심이 해를 넘겨서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개봉한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사상 최단 기간 1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누적 관객수 3만 여명을 모았다. 요즘은 각종 기획전, 공동체상영, IPTV를 통해 상영되는 중이다. 단돈 80만원을 든채 1년에 걸친 유럽 배낭여행을 감행하며 현지 숙박업소와 영상업계, 네티즌 사이에 돌풍을 일으켰던 네 청춘의 리더 이호재(29) 감독은 2016년 2기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1기가 물물교환을 통한 자급자족이었다면 이번에는 삶의 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는 봉사 프로젝트다.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ㆍ사진 이상민기자] 영화는 캠코더 1대, DSLR 2대를 든 채 2009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해 영국 런던에서 끝낸 네 청춘의 1년에 걸친 배낭여행 발자취다. 이들이 현지에서 만든 민박·호스텔 홍보 동영상, 뮤직비디오는 도발적인 감수성으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스스로를 ‘잉여(생각은 있으나 행동하지 않는)’라 칭했던 이들은 여행 후 ‘그래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으로 가치관의 변화를 겪었다. 무엇이 이같은 변화를 촉발했을까. 전지적 감독 시점으로 이를 기록했다.

◆죄충우돌 여정 통해 '잉여=모든 걸 다 할수 있는'으로 가치관 변화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던 (이)현학이, 김휘, 하비(하승엽) 그리고 나의 로망은 유럽 배낭여행이었다. 답답한 현실로부터 일탈을 꿈꾸던 차에 비용 해결의 답을 찾았다. 온갖 숙소가 넘쳐나는 유럽에서 홍보 동영상을 찍어주고 잠자리와 약간의 경비를 제공받는 게 가능하리라는.

기획 자체가 획기적이라 여겼다. 가자마자 돌풍을 일으킬 것이란 허무맹랑한 자신감이 우릴 지배했다. 부모님께는 자퇴 얘기조차 안하고 그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탈탈 털어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수중에는 단돈 80만원이 숨죽인 채 있었다. 왜 여행기간을 1년으로 정했냐고? 다들 군미필이라. 크큭. 준비부족에, 좌충우돌이 속출했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첫 여행지인 낭만의 도시 파리는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았고, 우리에겐 숙소도 없었다.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서 막막했다. 눈물 젖은 바게트와 라면으로 버티다가 프랑스 남부로 발길을 향했다. 걷고 또 걸으며 그제서야 유럽에 있다는 걸 체감했다. 모호한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로마에 입성하며 안정적인 숙소가 생겼다. 첫 홍보영상 작업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 주변을 돌아다녔다. 유적지를 보러 다니진 않았다. 시간 여유가 많다보니 관광 명소를 일일이 확인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지 않았다. 작업하다가 달아오른 머리를 식히러 나가보면 콜로세움이 바로 앞에 있는 식이었다. 명소들은 일상에 산재해 있었다. 오히려 현지인이 추천하는 장소를 가보거나, 휴양지에 가서 바람 쐬고 오거나, 그들이 권하는 음식을 먹는 데서 행복함을 느꼈다.

동서양의 가교, 터키 이스탄불에선 일손을 놓은 채 '급' 친해진 현지인들 집에 3개월 동안 뒹굴뒹굴했다. 한국의 집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신비로운 모스크(사원), 정겨운 그랜드 바자르, 석양이 아름다운 갈라타 타워, 탁심의 작은 펍과 바들…친절한 사람들,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 세계적인 브릿팝밴드 아르코 뮤직비디오 촬영 맡는 쾌거

에든버러에 머무르며 호텔 동영상 및 뮤직비디오 촬영을 진행했고 글래스고를 거쳐 런던의 한인 펍에 머무르면서 고행의 서막이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오던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아르코의 마지막 음반 뮤직비디오 촬영에 몰두하기 위해 펍에 입주했는데 성수기라 바텐더, 서빙, 설겆이 등 일에 파묻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달 동안 죽어라 일만 했고 동생들의 불만은 비등점을 향해 치솟았다. 더욱이 여행 말미라 우리 모두에겐 향수병이 엄습했다.

난 바텐더를 맡았기에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서도 런던 생활을 재밌게 잘 보냈다. 짬짬이 고물 자전거를 탄 채 런던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으나 동생들은 그토록 아름답다는 런던의 여름과 가을을 숙소에 무료하게 쳐박혀 보냈다.

어렵사리 촬영을 마친 아르코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동생들과 갈등이 벌어졌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화를 많이 나누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은 사이였는데 첫 의견 충돌이었다. 결국은 뮤직비디오 완성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나홀로 남쪽으로 무작정 떠나 집채만한 파도가 내리치는 세븐 시스터즈 절벽 아래에서 신세 한탄을 했다. 포기했다는 거에 대한 괴로움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고생길이 뻔히 보이나 마지막이니까 도전해보고 싶은 그런 거? 그런데 그곳으로 동생들이 나를 찾아 나타났다. 쇼인줄 알았다. 자식들, 올 거면 진작에 올 것이지. 후후.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그리던 가족 품에 안겼다. 뿔뿔이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는 차례로 군 입대를 했고, 난 2012년부터 1년에 걸쳐 편집작업에 매달렸다. 장편 편집은 처음이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기에 힘들었으나 꾸역꾸역 해봤다. 가편집이 끝났을 땐 영화가 너저분했다. 다행히 CGV무비꼴라주와 함께 작업하며 멀끔한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 2016년 밴드 결성해 대안적 종합문화프로젝트 도전

여행은 성장의 자양분이다. 여행을 통해 무엇보다 영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과거엔 영상미학과 스토리에 기초한 영상 제작에 관심이 쏠렸다. 여행을 하며 많은 기회를 창출하고 다양한 작업을 함으로써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한국에 있었을 땐 참 많이 포기하고 살았다. 집요하게 내 자신을 내던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월 말 예정이었는데 연기가 돼 오는 5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한다. 모두가 군복무를 마치는 2016년 2기 프로젝트에 도전할 계획이다. 첫 번째의 자극 때문인지 더 가치 있는 일에 관심이 꽂힌다. 1기가 물물교환을 통한 자급자족이었다면 2기는 특정 지역을 방문해 삶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봉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한다. 우리 멤버들을 비롯해 기계공학도, 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팀원으로 모아 밴드를 결성, 버스를 이용해 중국, 인도, 유라시아를 장기간 횡단하며 영상작업, 공연을 함께 펼쳐가려 한다.

먹고 사는 거,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을 벗어났을 때의 두려움, 물론 크다. 누구나 정해진 코스를 밟아나갈 필요는 없다. 일탈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 경우 모든 걸 실패해도 카메라 한 대만 들고나가면 굶어죽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의 훈장이다.

요즘 우리의 현실은 취업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할 정도로 힘들고, 청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스펙트럼은 좁디좁다. 그럼에도 꿈을 펼치는 게 행복임을 알리고 싶다.

 

 

[취재후기] 이 감독은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국제통상학부를 다니다 자퇴했다. 공짜 영화 보는 게 좋아서 극장 영사실에서 1년6개월 동안 근무했다. 직접 만들어 보고픈 욕망에 다시금 영화과에 입학했다.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쌓는 것 역시 무의미하다고 여기기에 다양한 영상작업을 해나가길 소망한다. ‘그래서 모든 걸 다할 수 있는’ 청춘이다. 모델 뺨치는 체격조건에 강동원 닮았다는 말을 던지자 “장기하 닮았단 소리 많이 듣는다”고 배시시 웃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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