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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최후의 날' vs '이벤트 호라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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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최후의 날' vs '이벤트 호라이즌'
  • 태상준 영화평론가
  • 승인 2014.02.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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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폴 W.S. 앤더슨 감독은 할리우드 최고의 ‘경제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영국 TV에서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던 그는 1994년 주드 로와 세이디 프로스트 주연의 극장용 장편 데뷔작 ‘세븐 나이트’를 내놓았다. ‘세븐 나이트’에 쏟아진 평론가들의 호평을 무기 삼아 할리우드에 입성한 폴 W.S. 앤더슨은 ‘모탈 컴뱃’ ‘이벤트 호라이즌’ ‘솔저’ 등 저예산 SF 장르 영화에 이어 드디어 ‘레지던트 이블’을 내놓고 만개(滿開)한다.
무려 4개의 속편이 양산되며 작품은 망가지고 있었지만, 철저히 돈의 원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할리우드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책정된 제작비를 절대 넘기지 않고 꼬박꼬박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게다가 작품의 완성도도 특출 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기본 이하도 아니다. 폴 W.S 앤더슨이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유다.
 
20일 개봉되는 ‘폼페이: 최후의 날’은 폴 W.S 앤더슨의 장단(長短)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여러 차례 영화화된 이탈리아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 소재의 ‘폼페이: 최후의 날’은 미래와 우주 공간을 전전하던 폴 W.S. 앤더슨이 처음 도전한 시대극 액션이다. 스토리 라인은 단출하다. 노예 검투사 마일로(킷 해링턴 분)과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 분)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전부다.
당연한 말이지만 ‘폼페이: 최후의 날’의 키 포인트는 ‘타이타닉’과 ‘2012’ 제작진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생생하고 압도적인 3D 화면이다. 다행히 ‘폼페이; 최후의 날’의 비주얼에서 돈 냄새는 ‘풀풀’ 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애초에 접는 편이 낫다. 내러티브는 ‘벤허’, ‘스팔타커스’ ‘글래디에이터’ 등 유명한 시대극 영화들에 ‘타이타닉’이 더해졌으며, 그림도 ‘타이타닉’과 ‘2012’는 물론 ‘글래디에이터’와 ‘아마겟돈’ ‘딥 임팩트’ 등 재난 영화들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느낌이 강하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감독으로 남겠지만 폴 W.S. 앤더슨의 대표작은 여전히 ‘이벤트 호라이즌’이라 확신한다. ‘이벤트 호라이즌’은 실종된 우주 탐사선 ‘이벤트 호라이즌’의 생존 신호를 확인한 미 우주국이 생존자 확인을 위해 구조선을 파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근사한 비주얼과 로렌스 피시번, 샘 닐 등 할리우드 중견 배우들의 호연에 놀라운 상상력이 더해진 1990년대 웰 메이드 SF 영화 중 한 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벤트 호라이즌’ 이후 폴 W.S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 상상력을 찾기는 힘들어졌다. ‘폼페이: 최후의 날’의 상황도 동일하다. 이럴 때 ‘초심’이라는 말을 쓰면 적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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