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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첫해 패자부활 셋'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감동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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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첫해 패자부활 셋'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감동 이어가려면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12.1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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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한화 이글스행, 이케빈-이강혁 이어 3호... 김인식 감독 "5억이면 운영 가능, 스폰서 나타나길"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한국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이 2주 만에 또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연천 미라클은 17일 우투우타 외야수 김원석(26)이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다고 밝혔다. 2차 신인지명회의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케빈(23), 지난 3일 NC 다이노스의 부름을 받은 이강혁(24)에 이은 3호 프로선수다. 창단 첫 해인 것을 고려하면 빼어난 성과다.

김원석은 “목표를 이룬 것이 아니라 한 발 다가간 것이라 생각한다. 프로에서는 배울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진지한 자세로 매달리겠다”며 “연천 미라클 식구들이 꿈이 있고 목표의식이 있으면 어디서 무얼 하든 정체된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길 바란다. 모두가 절실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항상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 '악바리'로 이름을 떨쳤던 김인식 감독은 연천 미라클 선수들에게 근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창단 첫 해 프로선수 3명을 배출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사진=스포츠Q DB]

연천 미라클의 사령탑은 현역 MBC 청룡 시절 ‘근성의 상징’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인식 감독이다. 그는 3호 프로선수를 배출한 뒤 “내가 한 건 아무 것도 없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줘 창단 첫 해부터 값진 성과를 냈다”며 “그저 좋다. 야구를 할 수 있어 행복했는데 참 보람 있는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연천 감독은 ‘악바리’ 김인식, 근성 DNA 가진 선수들 

“사기가 저하된 좌절된 친구들의 자신감을 키워주겠습니다. 감독직을 제안받자마자 흔쾌히 수락했어요.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님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김인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근성을 갖춘 선수들로 키워보겠습니다. 상처받은 선수들이 희망과 꿈을 갖고 도전한다는 자세 자체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높이 평가합니다.”

지난 3월 창단식에서 밝힌 김인식 감독의 연천 미라클 취임 일성이다. 현역시절 숱한 사구를 맞고도 어지간해선 경기를 거른 적이 없어 ‘악바리’로 불린 그다운 출사표였다. 김 감독은 “한번 실패를 맛보고도 또 해내겠다는 놈들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의욕, 근성 하나만큼은 최고다.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선수들의 태도에 후한 점수를 줬다.

김인식 감독의 철학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선수들은 '찰떡궁합'이었다. 한화에 입단한 김원석은 부산공고, 동의대 출신으로 대학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2차 7번에 지명돼 기대를 받았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방출되고 말았다. 경남중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군입대를 선택했고 전역과 동시에 연천 미라클에 합류했다. 친정팀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김인식 감독은 김원석에 대해 “서러움을 알아 그런지 팀에 잘 적응하더라. 야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에 군대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엄청나게 했는지 몸이 탄탄한데다 투수 출신이라 손목힘도 일품”이라며 “공수주를 모두 갖췄다. 발 빠르고 어깨 좋고 수비가 좋아 내년 1군 합류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원석은 지난 8월 한화에 합류해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은 상태다.

▲ 한화에서 방출됐던 김원석은 연천 미라클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친정팀으로 복귀하게 됐다. 그는 "더 진지한 자세로 야구에 매달리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진=연천 미라클 제공]

김인식 감독은 2주 전 희소식을 전한 우투좌타 내야수 이강혁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왜 연천 미라클에 있었는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선수다. 3루수니까 송구 능력만 조금 더 보완하면 좋겠다”며 “NC 수비코치들의 지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디스크가 있으니 몸관리에 신경써서 프로에서 자리를 잡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 연천 미라클의 간절한 바람,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애들과 같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는데 말입니다.”

김인식 감독은 통화 말미에 “가능성이 있는데도 회비에 부담을 느껴 그만둔 친구들이 많다. 지난해처럼 연천군이 도와주지 않으면 팀이 해체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어렵게 독립리그의 명맥을 유지하려 하는데 재정 위기로 운영할 수 없다면 정말 안타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 한화 입단이 확정된 김원석의 손. 연천 미라클 선수들은 야구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렇게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천 미라클 제공]

야구계 일각에선 선수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연천 미라클이 잘 되겠냐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는 해체된 고양 원더스의 경우 재력가 허민 구단주의 탄탄한 지원 속에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연천 미라클 선수들은 숙식비 명목으로 월 70만 원을 내고 운동해야만 한다.

김인식 감독은 “서른 미만의 성인 선수들이다보니 부모님에게 마냥 손을 벌리기도 힘든 상황일 것이다. 회비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을 이해한다”며 “한해 4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썼던 고양 원더스처럼은 바라지도 않는다. 1년에 5억 원이면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루 빨리 스폰서가 나타나주기를 고대했다.

연천 미라클 관계자 역시 “부족한 운영자금으로 창단 첫 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진정한 독립구단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선 기업과 스폰서십이 필요하다”며 “공식 파트너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제휴가 가능하다. 실력 향상, 재기를 꿈꾸는 야구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재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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