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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문신으로 말하는 인생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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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문신으로 말하는 인생 스토리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0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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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건강 기원·세상 떠난 가족 추모 등 다양한 이유로 문신 새겨

[스포츠Q 홍현석 기자]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을 보게 되면 문신을 한 선수를 찾는 것보다 안 한 선수를 찾는 게 빠를 정도로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몸에 그림이나 문구를 새겨 넣었다.

문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문화충격으로 다가온다. 상체 전반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있으면 징그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2일 칠레 공격수 마우리시오 피니야(30·칼리아리)가 브라질전에서 골대를 맞힌 아쉬움을 등허리에 문신으로 새긴 것이 보도돼 지구촌 팬들 사이에 화제를 낳았다. 지난달 29일 브라질과 16강전 연장 후반 막판 슛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피니야가 찬 슛을 멍하게 바라보는 줄리우 세자르(35·토론토FC)와 찬 볼이 골대를 부수는 장면으로 새겨졌다. 그 통한의 골대 불운을 몸에 새기면서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말자는 자기 다짐인 것이다.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축구팬들에게 큰 기쁨이지만 선수들의 문신 속에 이렇듯 담겨있는 그들의 스토리와 삶을 엿보는 것은 월드컵과 축구를 보는 재미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 케빈 프린스 보아텡, 문신으로 표현한 애국심

보통 사람들이 문신을 새길 때 애인이나 가족, 친구에 대한 생일이나 이름 혹은 기념적인 날짜들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가나 미드필더 케빈프린스 보아텡(27·샬케 04)는 이와 달리 자신의 조국과 고향의 모습을 몸에 새겨 넣었다.

보아텡은 목부터 가슴, 팔까지 13개의 문신이 있다. 그 중에서 왼쪽 팔뚝에서 아프리카 지도를 볼 수 있다. 바로 그의 조국 가나 지도이다.

그러나 그가 태어난 곳은 독일이다. 아버지가 가나 이민자 출신으로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독일대표팀 수비수인 이복동생 제롬 보아텡(24·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축구를 시작했고 독일 청소년대표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프로 선수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대표팀 감독인 요하임 뢰브와 문제가 생기면서 국가대표에 발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열망과 아버지 조국에 대한 동경으로 가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보너스 문제로 인해 갈등을 일으켰고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되어 좋지 못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앙헬 디마리아가 생존율 30%에서 태어난 딸 미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부인 호르헤리나 카르도소와 함께 지난 4월 딸의 첫 돌을 맞아 딸 이름을 새겨넣었다.[사진=카르도소 인스타그램 캡처]

◆ 30%의 기적을 새기다. 앙헬 디마리아

앙헬 디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는 2일(한국시간) 스위스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연장 후반 막판 골을 성공해 8강으로 이끌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료들에게 감사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서 애써주고 있는 가족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가 나간 후 디마리아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가 지구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3년 4월 임신 6개월이었던 그의 부인 호르헤리나 카르도소는 이상 증세를 느껴 빨리 병원에 갔고 아이와 산모 모두에게 심각한 상황이었고 수술을 한다고 해도 아이의 생존율은 단 30%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디마리아 부부는 30%의 희망을 믿었고 이런 부모의 정성이 하늘을 감복시킨 탓인지 아이는 점차 건강을 회복했다.

그리고 1년 뒤 이 부부는 아이의 건강과 밝은 미래를 위해 다리에 딸의 이름을 새겼고 지금은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니면서 잘 자라고 있다.

◆ “잊지 않을 거예요” 떠난 사람들의 흔적을 새긴 선수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있듯 떠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을 잊고 싶지 않아 몸에 그들의 흔적을 새긴 선수들이 있다.

호주 대표팀 에이스 팀 케이힐(35·뉴욕 레드불스)은 왼쪽 팔에 뉴질랜드 원주민인 사모아인의 문양과 사람들의 이름으로 2008년 문신을 했다. 그리고 2010년 시드니 지역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그 문신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시드니에서 사모아인 어머니와 아일랜드 태생의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그 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엄청났다. 할머니 인생이 곧 내 인생이었다”고 그의 어린 시절을 묘사했다.

이어 그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때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그리고 왼쪽 팔에 사모아 출신인 할머니를 위해 사모아 전통문양과 가족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기게 됐다”고 문신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스페인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28·맨체스터 시티) 역시 죽은 가족을 위해 문신을 했다. 이를 두고 스페인 언론 텔레 신코는 지난달 14일 실바의 문신과 골 세리머니에 대한 숨겨진 사실을 밝혔다.

이 매체는 “그가 왼쪽 손목에 새긴 신디야라는 이름은 그의 사촌 여동생 이름이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왼쪽 손목에 그녀의 이름을 남겼다”며 “그 이후 축구 선수가 된 그가 골을 넣을 때마다 그녀를 생각하기 위해서 항상 왼쪽 손목에 키스를 하는 세리머니를 한다”고 전했다.

▲ 스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지난 5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빅이어 문신을 왼쪽 다리에 새겼다.[사진=라모스 트위터 캡쳐]

◆ 챔스와 월드컵 제패, 진정한 승리자 라모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을 동시에 우승한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736명 중 단 14명 밖에 없었고 대부분 스페인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이 두 대회를 동시에 우승하긴 위해서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이런 영광을 가진 이가 바로 스페인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28·레알 마드리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월드컵 문신을 새기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한 그는 1년 6개월이 지난 2011년 12월에 오른쪽 다리에 월드컵 문신을 한 사진을 올려 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는 지난 3월 21일 스페인 라디오 방송 라 코페에 출현해 “나는 이미 월드컵 문신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팀의 10번째 챔스 우승과 함께 빅이어(챔스 트로피)를 왼쪽 다리에 새기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챔스 결승까지 올라간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막판에 터진 라모스의 극적인 동점골로 연장에 들어갔고 연달아 3골을 터뜨리며 팀의 10번째 우승을 성공했다.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빅이어가 새겨진 왼쪽 다리를 올려 팬들의 많은 환호를 받았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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