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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잘 던지고 잘 친 류현진, 속타는 '아홉수' 동료들이 야속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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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잘 던지고 잘 친 류현진, 속타는 '아홉수' 동료들이 야속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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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타선에 어설픈 수비까지 겹쳐…구원투수 불쇼 '결정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의 아홉수 원인은 팀 동료들이었다. 동료들의 어설픈 플레이에 다시 한번 시즌 10승을 놓쳤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로스앤젤레서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클리블랜드 인디언즈와 2014 미국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7이닝 동안 피안타 7개를 내줬지만 볼넷없이 삼진 8개를 잡으며 2실점 호투했다.

류현진은 팀이 3-2로 앞선 7회말 타석때 야시엘 푸이그와 교체되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8회초 구원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이 불을 지르면서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이날은 낮경기여서 류현진에게 불리한 점이 많았다. 전날 밤경기 뒤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경기장에 나왔기 때문에 타자들이 대폭 바뀌었다. 4일부터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을 떠난다는 것 역시 주전들에게 휴식을 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 '답답해서 내가 친다', 혼자서 2안타에 1타점

그래도 타선의 지원은 너무 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류현진이 첫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안타는 1회말에 나온 A.J. 엘리스의 것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3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트레버 바우어의 커브를 받아쳐 안타를 때려냈다.

이날 다저스의 첫 타점도 류현진이 냈다. 미겔 로하스의 안타로 만든 2사 1루 상황에서 류현진이 3루수 키를 넘겨 왼쪽 담장 구석까지 가는 2루타를 쳐내며 주자를 불러들였다. 류현진의 시즌 두번째 타점이자 첫 멀티 히트의 순간이었다.

류현진이 2개의 안타를 때리는 동안 나머지 8명의 타자들은 16타수 2안타에 그쳤다. '답답하니 내가 친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류현진의 2루타에 바우어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볼넷 2개를 연달아 얻어내면서 2사 만루의 기회를 맞았다. 이 상황에서 안드레 이디어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3-2로 역전시켰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한방을 해줘야 할 맷 켐프가 범타에 그쳤다. 바우어를 확실하게 몰아붙여야 할 상황에서 그러질 못했다. 류현진의 10승 실패에는 부실한 타선 지원이 있었다.

◆ 내야진의 돌 글러브, 늘어난 투구수

내야진의 어설픈 수비는 류현진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1회초부터 실책이 나오면서 류현진은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아야만 했다.

류현진이 아스두르발 카브레라에게 2루타를 맞은 뒤 마이클 브랜틀리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가 실책을 저지르면서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카를로스 산타나와 얀 곰스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기에 망정이지, 경기 초반부터 꼬일 뻔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구수가 늘어난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2회초 역시 유격수가 류현진을 힘들게 만들었다. 1사 1루 상황에서 투수 앞 땅볼로 병살 플레이를 유도했지만 중간에 공을 떨어뜨리면서 더블 플레이에 실패했다.

5회초 3루수의 멋진 호수비가 있긴 했지만 내야진의 수비는 계속 꼬이기만 했다. LA 다저스가 8회초 3점을 내주며 재역전당하는 과정에서도 유격수가 도루를 감행하던 1루주자 브랜틀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 발단이 됐다.

또 켐프의 어설픈 외야 중계 플레이로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고 결국 로니 치즌홀에게 고의볼넷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서 마이크 아빌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것은 '결정타'나 다름없었다.

◆ 윌슨의 불쇼, 대체 몇번째야

류현진을 대신해 8회초에 등판한 브라이언 윌슨의 불쇼는 이날도 류현진을 괴롭혔다.

3-2의 불안한 리드라고는 하지만 윌슨이 나선다는 것은 다저스의 '필승계투조'가 가동됨을 의미했다. 그러나 윌슨은 전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브랜틀리와 산타나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머피에게도 좌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류현진의 승리투수 요건을 날려버렸다. 계속된 1사 만루 상황에서 아빌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무너졌다.

윌슨은 이날 패전투수가 되면서 3패(1승)째를 떠안았고 평균자책점은 5.52까지 치솟았다. 필승계투조에 있는 투수가 평균자책점이 5점대나 된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 그래도 꿋꿋한 류현진, 전반기 10승 달성 가능성 높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가 올시즌 16번째 등판이었다. 박찬호가 18승을 달성했던 2000년에 21번째 등판만에 10승을 거뒀기 때문에 한국인 투수 역대 최소 경기 10승을 거둘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팀 동료들의 훼방(?)에 아홉수에 걸렸다. 류현진은 지난 등판에서도 어설픈 외야 수비 하나에 10승 대신 시즌 4패를 떠안았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내용을 보면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전날 밤 경기를 치르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경기를 치른 것도 원인이 된 듯 보였다. 6회까지 빠른 공의 속도가 시속 92마일(149km)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클리블랜드 타자 역시 낮경기에 금방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 이 정도의 구속만으로도 삼진을 잡아내기에 충분했다. 8개의 삼진 가운데 5개가 빠른 공으로 잡아낸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빠른 공만으로 승부한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이날 101개의 공 가운데 빠른 공이 52개로 역시 절반을 약간 상회했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비율을 비슷하게 가져갔다. 이날 슬라이더는 20개, 체인지업은 19개였다.

대신 한동안 비율이 높았던 커브는 그다지 좋지 못했고 이로 인해 10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카브레라에게 던진 2개의 커브가 모두 외야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연결됐을 정도로 커브는 상대 타자들을 위협하지 못했다.

류현진이 4회초 2점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뺏기긴 했지만 노련한 투구 내용으로 다시 한번 퀄리티 피칭을 선보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지난달 28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즈와 경기에서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메이저리그라는 밀림에서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호투가 절대 요소이긴 하지만 팀 동료들의 지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류현진의 지금 투구내용은 계속 승리를 추가할 수 있는 상승세다. 두 경기 연속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던 것이 불운이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오는 9일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원정경기다. 원정이기 하지만 8일 이동휴식일이 있어 닷새를 쉴 수 있다. 그만큼 빠른 공의 위력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또 류현진은 올스타전이 있기 전인 오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홈경기 등판도 예정돼 있다. 올스타전 직전까지 두 경기 더 등판할 수 있기 때문에 전반기 10승 달성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 류현진 클리블랜드전 투구 결과

타자 1회초 2회초 3회초 4회초 5회초 6회초 7회초
킵니스(2B) 3땅   유땅   삼진   삼진
카브레라(SS) 중2   삼진   우2   우플
브랜틀리(CF) 유실   3땅   3라인    
산타나(1B) 삼진     중플 우안    
고메스(C) 삼진     우안   3실  
레이번(RF)   우플   좌홈   3땅  
치즌홀(3B)   좌안   삼진   중플  
아빌스(LF)   투땅   우안   3땅  
바우어(P)   삼진   삼진      
본(PH)             투땅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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