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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9) 유명배우 강성훈이 아바타가 된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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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19) 유명배우 강성훈이 아바타가 된 이유 (인터뷰)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12.3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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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오소영 기자·사진 최대성 기자] "무명배우입니다. 유명배우로 만들어주세요."

'공주의 남자'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등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은 배우 강성훈(36)은 지난 11월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당시엔 네티즌이 내리는 지령을 수행하며 이 결과를 생중계하는 '실시간 아바타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제주도 아바타 게임에 참여하라"고 조언했고, 강성훈은 지시대로 공항에 가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처음엔 아바타 게임에의 합류였지만 이후에는 '유명배우 만들기 실시간 시뮬레이션 게임'이란 제목으로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하는 형식을 취했다. 강성훈은 작품 출연을 위해 오디션을 보고, 관계자와의 미팅을 비롯해 식사, 사색 등 다양한 일상을 공유했다. 강성훈의 게시글에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나 또한 힘을 얻었다"는 내용의 감사 댓글들이 쏟아졌다. 이 '유명배우 강성훈'을 만났다.

▲ 강성훈은 휴대전화로 댓글을 확인하며 하루의 일상을 공유했다.

- 제주도 여행까지 가게 된 '아바타 게임'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여기에 강성훈 씨가 참여한 것은 처음 알았네요. 합류 이후 자신만의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처음엔 게임 룰 자체가 신선했어요. 제주도에 가서 이 게임을 가장 먼저 시작한 1대 아바타와 함께 합류한 분들을 만났죠. 20대 친구였는데, 젊은 친구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움직인다는 게 제겐 놀라웠어요. 어렸을 때 친구들을 만나던 때의 느낌도 들었어요. 그땐 목적 없이도 서로 친했고, 누군지 몰라도 다들 서로 인사를 했고, 언제든 운동장에 가면 친구가 있었죠. 사회생활에서 일로서 대하는 것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느낌이 든 거죠. 사람들과 소통하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응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뻐 계속 하게 됐어요.

- 약 한 달 간 진행했고, 30편 동안 게시글을 연재했어요. 끝이 가까워오면서는 종료일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디데이로 표시하기도 했죠. 기한을 둔 이유가 있나요.

연재를 시작하고 첫 오디션을 보고 오는 길에 눈물이 나더라고요. 날 모르는 분들이 내 장단점을 분석하고 길게 적어서 보내주시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너무 고마웠죠. 이렇게 응원을 해 주는데, 스스로 기한을 정해둬야 꿈으로 가는 길에 보다 원동력이 될 것 같았어요.

- "유명배우로 만들어달라"는 글을 올렸던 첫 날이 기억나나요?

평소처럼 집안일을 하고 캐스팅 홈페이지에서 오디션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중 게시판에 누군가가 웃긴 글을 올렸는데 링크를 타고 가 보니 '오늘의 유머'였죠. 몇 년 전에 그곳에서 온 뉴스레터를 본 기억이 났어요. 덜컥 가입을 해 버렸고 '유명배우' 글을 올렸죠. 그리고 댓글에 따라서 2~3시간만에 제주도에 내려갔고.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웃음) 여러 문제가 겹쳐 좀 답답해서였던 것 같아요. 연기생활을 하며 주로 사채업자, 깡패 같은 역을 맡는데, 지속되니 지치더라고요. 도중에 힘들어서 2년 정도는 장사를 하기도 했는데 그 일도 결국 잘 안 됐고요. 돌아와 연기를 하려고 하니 이미 자리는 없고, 올해 결혼해 초조함도 크고. 스태프 일과 타이어 가게 일을 병행하며 오디션을 보던 중에, 장난 반 답답함 반으로 글을 올렸죠.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로부터 강성훈은 힘과 희망을 얻었다.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따뜻한 말을 주고받고, 강성훈이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아는 네티즌들은 실제로 달려와 간식이나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강성훈에게 특별히 기억남는 순간이 있냐고 물으니 "셀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 잠실 석촌호수에서 허겁지겁 뛰어와 건빵과 음료를 건네주던 사람, "아이가 수술해서 힘든 상황이지만 유명배우의 글을 보며 힘을 낸다"는 댓글…. 이런 마음이 모여 강성훈의 팬카페(cafe.daum.net/KSH-B612)가 처음으로 생기기도 했다. B612, 여전히 '어린왕자'를 가끔 읽는다는 강성훈의 꿈의 행성을 딴 주소다. 그동안 오디션을 본 덕에 소정의 결과도 얻었다. 1월10일부터 독립영화 '동전 한 닢' 촬영을 시작하고, 내년 초 방송하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에 딱 두 마디 분량이지만 출연도 하게 됐다.

- 게시글을 연재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나 혼자 생각하고 기획하는 성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결국 배우란 직업 자체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니까요. 예전같았다면 계획을 세웠어도 실현까지는 안 됐던 것들이 응원을 받으니 실행력이 더욱 생겼어요. 무엇보다 연기에는 경험만큼 소중한 스승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심리적, 물리적인 경험도 쌓게 됐고요.

새로운 계획도 세웠어요. 제 꿈은 배우이기도 하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기도 해요. 이런 이유로 극단 '가족' 단원으로 활동하며 청소년들을 찾아가 연극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건 아바타 게임을 하기 전부터 지인과 기획했던 건데, '꿈을 찾아서'(가제)란 제목으로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해볼까 해요. 문화공간이나 인터넷 방송국 형태로 아이들이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 KBS 2TV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출연했던 강성훈 [사진=KBS '공주의 남자' 방송 화면 캡처]

- 이런 부분과 관련해서 말인데, 커뮤니티 가입 당일에 글을 올리고, 새로운 계획을 시작하는 것 때문에 개인의 유명세나 상업적인 의도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관련 내용은 인터뷰에서 다 빼도 괜찮아요. 캐스팅은 연기와 출연작품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이런 계기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온라인에 언급된 것을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사실 "유명배우로 만들어달라"는 글은 인지도, 인기를 위한 건 아니었어요. 무명배우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하나의 의견이기도 했어요. 무명, 재연, 단역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봐 줬으면 하거든요.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건 제 어린시절과도 좀 연관이 있어요. 

강성훈은 고등학교 시절 시작한 연극부 활동으로 연기에 매료됐다. 20대엔 대학로에서 먹고자며 연기를 배웠고, 1~2년간 중국에서 연기 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성훈은 드라마 '쾌도 홍길동' '그들이 사는 세상' '내 딸 서영이' '오자룡이 간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 '마이 라띠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대중에게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방송된 tvN 예능 '재밌는TV 롤러코스터' 속의 모습으로 가장 익숙하다. 강성훈은 당시 정형돈 등과 함께 '남녀탐구생활'에 출연했다.

 

- 연기는 어떤 계기로 매력을 느끼게 됐나요.

고등학교 연극부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어요. 선택권이 잘 없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는데, 그러다보니 사춘기 시절 반항심이 심했죠. 공부밖에 하지 않다가 무대에 올라가니 관객과 호흡하는 것에 대한 느낌이 마약처럼 느껴졌어요. 물론 지금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고 자식에 대한 애정 때문에 그러셨단 걸 알지만, 당시엔 연기를 많이 반대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제가 28살 때 제 공연을 처음 보러 오셨으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청소년들에 관심이 많아요. 저 역시 진로를 정하고 그 길을 걷는 중에도 여전히 흔들리는 순간이 많거든요. '좋아하는 일이니까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기도 하고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단 바람이죠.

- 그렇게 힘듦에도, 계속해 연기를 하는 이유는요.

결국 모든 사람은 내 인생에서 내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 그 피드백이 곧바로 느껴지는 곳이 무대고요. 사람은 누구나 외로워요. 배우자, 애인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늘 따뜻한 소통에 대한 갈증을 느끼잖아요? 저도 그러니 계속해 소통, 연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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