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져본 사람이 승리하는 것"
상태바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져본 사람이 승리하는 것"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07.03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번 실패로 물러나면 그것도 문제점"

[스포츠Q 민기홍 기자] "한번 실패했다고 책임지고 물러나면 그것도 문제점이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령탑 자리를 유지한다. 이로써 홍 감독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에서도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게 됐다.

축구협회 허정무(59) 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해 발표했다.

홍명보호는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 나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매 대회마다 승전보를 전했던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정무 감독이 3일 홍명보 감독 거취를 발표하는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하지만 협회의 결정은 확고했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그만둔다고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록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거울삼아 발전할 수 있다면 교훈이 된다”고 밝혔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대표팀 수장이라는 책임을 홀로 지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홍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기로 결정했다”는 뜻을 밝혔다.

허 부회장은 “월드컵에서 실패했다지만 져본 사람이 승리할 줄 아는 것이다. 이번 실패를 귀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비판을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라며 홍 감독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다음은 허정무 부회장과 일문일답.

- 결과에 대해 자리를 걸고 책임지는 이가 있나. 

“어떤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는 당장 감독이 그만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잘될 수 있을지 노력하는 것을 지켜봐 달라. 월드컵 준비 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고 이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책과 개선 방법을 찾겠다.”

- 먼저 실패 이유를 분석한 다음에 홍 감독에게 유임 여부를 제시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발표를 하고 실패 요인을 분석하겠다는데. 

“월드컵이 실망 안겨줬고 미흡한 점이 많다는 점을 안다. 개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중장기적으로, 단기적으로 플랜을 세우고 완벽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이나 언론이나 팬들 모두가 우선시하는 것이 홍 감독의 거취 문제 아니었나. 때문에 협회로서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회견을 가졌다. 물론 향후 여러 대책에 대해서 면밀히 준비, 분석해 오고 있었다.”

- 홍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만 했을 뿐 프로팀 감독을 거치지 않았다. 악조건을 겪어보지 못한 감독을 선임했던 협회의 행정적인 문제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축구 역사상 올림픽 나가 동메달을 딴 감독이 없었다. 나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감독이다. 청소년, 올림픽 무대를 거치며 좋은 성적 올린 감독이다. 나는 프로팀에서 경험이 많았지만 오히려 국제대회에서 실패가 많았다. 이런 감독들이 우리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실패했다지만 져본 사람이 승리할 줄 아는 것이다. 이번 실패를 귀중한 경험으로 생각하고 비판을 수용한다면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 [스포츠Q 최대성 기자] 허정무 부회장이 대표팀 부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홍 감독은 사퇴 철회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인가. 

“처음에 본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 의사를 완강히 내비쳤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님이 설득한 결과 앞으로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헌신하겠다고 했다.”

- 협회에서는 누가 책임을 지나. 

“아직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누가 책임진다고 할 수 없다. 나도 단장으로서 대표팀을 이끌어 책임을 통감한다. 모든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따지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검토 후에 비전을 제시하겠다. 매번 감독이 그만두고 하는 이런 식으로 우리 축구가 여태까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우선적으로 모색하고 그 다음에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1차적인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인가. 홍 감독은 이번 실패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 것인가. 

“홍 감독은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절감하고 연구하고 있다. 한 번 실패했다고 책임지고 물러나면 그것도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발전할 수 있다면 큰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 단장으로 참가했는데. 부회장이 생각하는 실패 요인은 뭔가. 월드컵 준비 과정을 보면 홍 감독 주변에 조언이 부족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홍명보 대표팀 2기'를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 

“많이 부담스러웠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홍 감독도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다. 모든 면에서 미흡한 점도 많았다. 준비 상태도 부족했다. 지원 스태프 분야 등 종합적으로 모든 자료를 분석하고 검증하면 더 잘 나타나겠지만 경기 내용은 미흡한 점이 많았다.”

- 조광래 감독 경질 당시, 경기력 하락으로 인한 스폰서들의 외압이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영향이 없었나. 

“그 때 당시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 집행부의 일이라 자세히 잘 모른다. 거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 대안이 없어서 홍 감독으로 간다라는 점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홍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대안이 없어서 막무가내로 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각급 대표팀 감독과 지도자 선임에 대해 폭넓게 인재풀을 넓히겠다. (위기에) 닥쳐서 할 것이 아니고 미리미리 대비하겠다. A매치 상대국 결정같은 부분도 월드컵 전부터 보완하기 위해 최소한 1~2년 전부터 대비하겠다. 팬들의 요구에 충족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 홍 감독 유임 문제를 떠나 근본적인 4년 후 플랜은 뭔가. 아시안컵에서 기대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급박히 서두르지 않도록 대안 준비해놓겠다. 당장 닥쳐온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이 단기 과제라면 2016 브라질올림픽, 2018 러시아월드컵이 중장기 계획이다. 앞으로가 중요한데 면밀히 분석하겠다. 장기적으로는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이라든가 유소년 축구 육성방안 플랜이 있다. 학원 축구라는 현실적인 거대한 산이 있다. 이같은 어려움을 한국 실정에 맞게끔 조정해 유소년들을 육성하겠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18세부터 22~23세의 선수들이 발전할 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점을 느끼고 중점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선수들 축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가면 1~3학년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기하며 경기력이 죽는다. 프로로 가더라도 경기를 못 뛰는 경향이 많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가장 중요한 나이에 개인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겠다. 협회에서도 모든 점에 대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화를 통해 협조하고 이뤄내겠다.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므로 조금씩 인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