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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20주기' 에스코바르가 남긴 유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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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20주기' 에스코바르가 남긴 유산들
  • 홍현석 기자
  • 승인 2014.07.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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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콜롬비아 8강전 참관…폭력축구문화 추방 비영리 단체 추모 행사

[스포츠Q 홍현석 기자] 콜롬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가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바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콜롬비아)가 피살당한 사건이다.

에스코바르는 당시 AC밀란행이 점쳐 질 정도로 유망한 수비수였다. 그리고 월드컵 남미예선에 출전해 아르헨티나를 5-0으로 이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작 미국월드컵에서는 미국과 조별리그에서 자책골을 넣어 탈락의 원흉으로 몰렸다.

그리고 1994년 7월 3일 새벽(한국시간) 자책골에 원한을 가진 괴한이 쏜 12발의 총알세례를 받고 고향인 메데인의 한 술집 주차장에서 27세의 나이로 비운의 삶을 마감했다.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콜롬비아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상 첫 8강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는 5일 브라질과 8강전에서 이기면 4강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에스코바르의 피살 20주기를 맞아 추모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당시 에스코바르와 함께 뛴 콜롬비아 축구의 전설 카를로스 발데라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에스코바르는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있다. 보고 싶다 형제여"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월드컵의 계절마다 그를 생각하며 애도했던 콜롬비아 메데인 지역 사람들은 3일 에스코바르 피살 20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다. 메데인은 그가 태어난 곳이자 죽음을 맞이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그의 유가족들은 좀 더 뜻 깊게 그를 추모할 수 있게 됐다.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는 3일 “에스코바르의 유가족들이 FIFA의 초대로 5일 열리는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브라질 월드컵 8강전을 참관한다"라며 “그가 피살당한지 정확히 20주년이 된다. 그래서 가족들이 죽음을 기리기 위해 당시 그의 번호였던 ‘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FIFA의 초대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에스코바르 여동생 마리아 에스테르는 “오빠는 우리의 자랑이었고 기쁨이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일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고작 27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는 중요한 일을 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나는 지금 메데인에 있고 싶지 않았다. 메데인의 모든 사람들은 에스코바르를 주목하고 있고 그를 생각하는 것은 아직도 힘겹다. 하지만 그의 사후 20주년 행사를 이렇게 뜻깊은 곳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집에 돌아가서도 우리에게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고 FIFA에 감사를 전했다.

그의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특별한 추모행사를 가진 이들도 있다.

콜롬비아 언론 엘 에스펙타도르는 “축구로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 스트릿 풋볼 월드가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없는 20년, 그의 인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라는 추모 행사를 2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진행했다”라고 보도했다.

‘평화를 위한 축구’라는 슬로건으로 운영되는 스트릿 풋볼 월드의 설립자 유르겐 그리스백은 “독일에서 축구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에스코바르의 죽음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콜롬비아로 날아가 콜롬비아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던 중 아내의 친구가 축구장에서 폭동을 일으킨 무리에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현재 폭력적인 색깔의 축구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고 설립 이유를 밝혔다.

▲ 콜롬비아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피살 20주년을 맞아 브라질 현지에서 3일(한국시간) 추모행사가 치러졌다.[사진=엘 엑스펙타도르 캡처]

스트릿 풋볼 월드는 기존 축구와 달리 심판 없이 축구 경기가 진행되고 골만큼이나 중요한 페어플레이 점수를 상대팀이 매기게 해 서로에 대한 존중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 메데인에서 이 활동을 시작한 그리스백은 마약과 폭력이 가득했던 이 도시를 축구 하는 곳으로 바꿔 세계에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곳에서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콜롬비아 축구의 싹이 움텄던 것이다.

그리스백은 “앞으로도 에스코바르 사건을 잊지 않고 축구를 통해 세상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toptorre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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