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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춘에 고하다!...눈길 끄는 한·일 청춘영화 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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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청춘에 고하다!...눈길 끄는 한·일 청춘영화 2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4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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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한국과 일본 청춘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2편이 지난 6월26일 나란히 개봉, 작지만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감독 김경묵)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내며 우리 시대 청춘의 현주소에 느낌표를 찍는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감독 요시다 다이하치)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배구부 주장 키리시마가 어느 날 갑자기 동아리 활동을 그만두면서 맞이하는 주변 인물들의 변화에 시선을 맞춘다. 두 청춘영화는 진부함을 거부한 참신한 구성과 묵직한 주제의식, 주목할 만한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점에서 닮았다.

 

◆ 정교하게 맞물리는 시추에이션 드라마 vs '같은 사건 다른 시점' 구성

김경묵 감독이 시나리오를 집필한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는 불 꺼지지 않는 도시의 얼굴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9개 에피소드의 시추에이션 드라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대학생, 자퇴생, 취업준비생, 무명작가, 인디 뮤지션, 배우 지망생, 동성애자, 탈북자 등은 사랑에 설레고, 서툴게 이별하며, 진상 손님과 점주에게 시달리며 근무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때론 손님으로, 때론 선임자로 에피소드에 개입하며 시계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편의점의 시간을 채운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가 아사이 료의 청춘소설을 원작으로 한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는 캐릭터의 면면을 다큐멘터리처럼 따라간다. 영화 내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키리시마의 부재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여러 시점에서 재구성한다. 그가 없는 며칠을 먼저 보여준 뒤 반복을 통해 같은 시간, 같은 사건이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어떻게 다르게 해석되는 지를 비교한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 극중 장면
▲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극중 장면

◆ 주목할 만한 젊은 배우들 대거 출연…뉴스타 경연장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신진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리틀 디제이’를 통해 일본의 국민 남동생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힌 가미키 류노스케는 감독의 꿈을 이루고자 물불 가리지 않는 영화부 마에다 역할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류노스케는 지브라 스튜디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의 목소리 연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학교 내 상위계급인 여자 4총사 중 배드민턴부 카스미 역에는 영화 ‘고백’의 하시모토 아이가 열연했다. 성숙한 연기력과 신비스런 외모를 자랑하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제36회 일본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톱모델 출신 훈남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는 키리시마의 절친이자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탈퇴한 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야구부 히로키 역을 맡았다. 그 역시 이 영화로 일본아카데미상 신인배우상을 차지했다. 자신의 꿈과 짝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와지마 역의 오고 스즈카는 2005년 ‘게이샤의 추억’에서 장쯔이의 아역으로 주목받았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다.

▲ 히로키 역 히가시데 마사히로(왼쪽)와 사와지마 역 오고 스즈카
▲ 카스미 역 하시모토 아이(왼쪽)와 마에다 역 가미키 류노스케

‘이우끝’은 독립영화 배우, 탤런트, 아이돌그룹 멤버를 망라했다. 걸그룹 헬로비너스의 막내 유영이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가슴 설레는 당찬 알바생 하나로 스크린 데뷔했다. 인권영화 ‘어떤 시선’ 중 ‘얼음강’의 주연, 칸영화제 진출작 ‘도희야’의 조연으로 눈도장을 찍은 공명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기철을 연기한다. ‘셔틀콕’으로 2013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받은 이주승은 정체가 모호한 무명작가 지용으로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다.

강렬한 눈빛과 청순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신재하는 기철과 사랑에 빠진 배우 지망생 현수로 출연한다. 독립영화 ‘줄탁동시’의 주연을 맡았던 이바울과 김새벽은 각각 기선과 민희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정혜인과 ‘막돼먹은 영애씨’의 안재민은 스크린 데뷔작에서 각각 동성애자 은영과 괴짜 인디뮤지션 성준을 매끄럽게 소화한다. 김희연은 극중 걸걸한 탈북녀 수희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이우끝'의 공명 정혜인 이바울 김새벽 유영 이주승 신재하 안재민(왼쪽부터)

◆ 청춘의 민낯, 그들을 둘러싼 녹록치 않은 현실 그려내

두 영화는 청춘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리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달뜬 청춘의 민낯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재밌으면서도 슬픈 영화다.

‘이우끝’은 법적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돈을 받으며 노동을 제공하는 비정규직 젊은 세대의 아픔과 기쁨을 있는 그대로 정밀 묘사한다.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상징물인 편의점은 이들에게 있어 희망의 종착지로 가는 정거장 중 하나일까, 지옥으로 들어가는 관문일까. 영화는 객석에 물음표를 날린다.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 그만둔대’에서의 학교는 철저한 계급사회다. 인기 많고 능력 있는 상위그룹과 인정받지 못하나 오늘을 버텨나가는 하위그룹으로 나뉜다. 상위그룹 학생들은 리더 격인 키리시마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 반목한다. 반면 하위 집단 학생들은 감춰뒀던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등 일상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허약해진’ 일본 청춘에게 어떻게 살아갈 지를 이들을 통해 역설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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