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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 탄생! 뮤지컬 디바 전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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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타 탄생! 뮤지컬 디바 전예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5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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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김윤식(플로어1스튜디오)]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7월8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미국 브로드웨이를 배경으로 시골 출신의 무명의 뮤지컬 여배우 페기 소여가 역경을 딛고 스타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히트작이다. 전예지(21)는 페기 소여와 똑 닮았다. 단 한 편의 뮤지컬 출연 경력도 없는 무명의 신인이 지난해 대작의 여주인공으로 일약 캐스팅돼 파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모두가 주목하는 뮤지컬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6월 말, 연습이 한창인 사당역의 한 건물 카페에서 소녀에서 숙녀의 경계에 선, 그를 만났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하얀 얼굴에 똘망똘망한 반달 눈매가 영민함을 솔솔 풍겼다. 목소리는 옛말 그대로 ‘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듯’이다.

“작년보다 더 설레요. 사실 작년엔 긴장 탓에 맘껏 설레지도 못했거든요. 무대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큰 역할을 맡았으니 그럴 만도 했죠. 이제야 제대로 하는 느낌이에요. 후후.”

◆ 여고생 시절 뮤지컬 도전…앙상블에서 일약 여주인공으로

첫 공연에서 연습 때도 전혀 실수가 없었던 대목에서 음이탈이 나왔다. 그때부터 머리가 하야지면서 회복이 안됐다. 눈물이 쏟아졌다. 3일 동안 악몽을 꾸느라 체중이 3kg이나 내렸다. 강박증에 말만 하면 ‘삑사리’가 나는 등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세게 경험을 한 차례 치른 탓인지 그 이후부터는 제대로 실력 발휘를 했다. 올해 다시 올리는 ‘브로드웨이 42번가’에 경력 10년의 대선배 최우리와 더블 캐스팅됨으로써, 운이 아닌 실력의 소유자임을 입증했다.

▲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에서 전예지(가운데)[사진=CJ E&M 제공]

대학(중앙대 연극영화과) 입학을 앞둔 열아홉 여고생 신분으로 2012년 앙상블 오디션에 지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작진에서 다시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다. 심사위원단 사이에서 “페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애가 나타났다” ‘노래를 너무 잘 한다“는 평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특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다이내믹한 탭댄스가 압권인 작품인데 전예지는 틈틈이 탭을 배워 익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 ’준비된 42번가 배우‘였던 셈이다.

“지난해 기초부터 탭댄스에 이르기까지 6개월 동안 연습을 해서 군무는 너끈해요. 탭은 박자만 맞추면 되니까 이젠 턴이나 팔동작 등 춤이 달라져야 하므로 신경을 많이 쓰죠. 올해는 페가와 저의 비슷한 점에 대해서 많이 느껴요. 작품 안의 내가 더 재밌어졌다고 할까. 전예지의 페기 쇼어는 당당하고 패기 넘쳐요. 감정 폭도 크고, 아무래도 풋풋한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요? 푸웁~.”

오디션을 보고싶은 열망에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꿈에 차있는 페기의 모습이 느껴져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공연 후반부, 27명에 이르는 앙상블 멤버들과 함께 탭댄스 군무를 추는 스펙터클한 장면도 아끼는 대목이다. 최첨단 무대장치의 도움 없이 배우들의 연습량과 호흡으로만 만들어내는 감동의 장면이라 몸은 힘들어도 즐겁단다.

 

◆ 성악가 부모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래에 푸~욱

성악가인 부모님 덕분에 유년기부터 음악에 파묻혀 살았다. 집에서 늘 노래했고, 부모님으로부터 코치를 받았다. 아버지로부터 건네준 뮤지컬 ‘레 미제라블’ 10주년 DVD를 보며 필리핀 출신의 뮤지컬 여배우 레아 살롱가의 노래에 꽂혔다.

나이답지 않게 가요를 좋아하지 않고 뮤지컬 넘버들을 즐겨 불렀다. 특히 세계적인 디바 살롱가의 ‘Reflections’ ‘The Last Night of the World’ ‘I Dreamed a Dream’ 등을 즐겨 불렀다. 초등학생이던 2006년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가족뮤지컬 ‘애니’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음악은 취미로만 하라고 권유하셔서 공부에 매진했어요. 모의고사 1~2등을 할 만큼 상위권이었죠. 그땐 건축가가 되고 싶었는데 예고에 진학해 음악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팍 들더라고요. 부모님을 설득했죠. 방학 땐 매일 아버지가 레슨하는 동안 혼자 14시간 넘게 피아노를 치며 뮤지컬 넘버랑 성악곡들을 불러 제꼈어요. 제 의지가 전달됐는지 그제서야 허락을 받았죠.”

 

고교 1학년 때부터 기다린 ‘브로드웨이 42번가’ 오디션 공고를 3학년이 돼서야 마주하게 됐고, 즉시 응시했다. 예상치도 않게 여주인공으로 합격했다. 첫 공연을 보러온 ‘딸 바보’ 아버지는 격하게 기뻐했다. 숨을 몰아쉬는 외동딸에게 “잘 한다”는 말 대신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건넸다.

“제가 드디어 제 궤도에 올라섰다는 확신이 드셨나봐요. 늘 부모님에게 감사드리죠. 제가 지닌 재능의 9할은 부모님께서 주신 거니까요.”

◆ 고난과 역경 딛고 성장하는 캐릭터 연기하고파

순수한 이미지와 청아한 목소리, 탄탄한 발성을 자랑하는 전예지는 예쁜 역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장하는 여성을 연기하길 원한다.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지닌 여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늘 꿈틀댄다. 그래서 언젠가 ‘미스 사이공’의 비운의 여인 킴, ‘캣츠’의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를 소화할 자신을 꿈꾼다.

 
 

“춤과 노래, 부족한 게 정말 많아요. 특히 뮤지컬은 연기가 바탕이 돼야 하니까 연기를 좀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죠. 근데 제가 연기할 때 느끼는 감정이랑,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랑 다를 때가 많더라고요. 그럴 때 무지 헷갈려요. 뭐가 맞는 건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감정을 파고드는 진정성과 이를 표현해내는 테크닉은 시간이 해결해 줄 답이지 않을까. 대신 전예지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참고서들이 그득하다.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명품 배우 남경주, 김영호, 박혜미, 홍지민 등으로부터 무수히 지적과 조언을 들으며 산교육을 체험하고 있다. “객석과 소통하는 선배님들의 여유와 편안함이 너무 부럽다”고 재잘거렸다.

[취재후기] 별반 재는 법 없이 툭툭 자기 생각을 꺼내놓는 스타일. 적당히 까칠한 구석이 있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잘하는 귀여운 이중인격자다. 자신이 내린 결정과 관련해선 망설이는 법이 없다는 당당한 루키, 그녀의 성장세가 올해 어느 지점에까지 와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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