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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에 밀린 '리틀 칸' 김영광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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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에 밀린 '리틀 칸' 김영광의 부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5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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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단단히 먹었습니다" 월드컵 휴식기 단내나는 훈련…수원전 선방쇼로 '맨오브더매치'

[수원=스포츠Q 박상현 기자] "정말 마음 단단히 먹었어요.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난 김영광(29·경남)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얼굴은 유난히 더 검어졌고 볼은 핼쑥해져 있었지만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김영광은 이운재(은퇴)와 김병지(44·전남) 등에 이어 차세대 대표팀 수문장으로 한동안 기대를 모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이운재 등과 함께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물론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든 세번째 골키퍼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차세대 대표팀 골키퍼 기회는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영광이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날카로운 눈매로 경기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대표팀에 들었던 그는 이후 김승규(23·울산 현대)가 급성장하면서 소속팀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다. 부상 여파도 있었다. 결국 김영광은 김승규에게 주전을 완전히 내줬고 올시즌을 앞두고 경남으로 임대 이적했다. 출전 기회를 위해서였다.

김영광은 경남에서 부활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지만 마음만큼 되지 않았다. 물론 경남 수비진이 약한 탓도 있었지만 12경기에서 19실점한 것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승규가 0점대 실점율을 보인 것과 달리 김영광은 K리그 전체 팀 최다 실점을 기록하며 자존심에 다시 한번 상처가 났다.

월드컵 휴식기를 맞이해 김영광은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았다. 단내나는 훈련이 있었다. 월드컵 대표팀에서 골키퍼들이 스킬볼을 가지고 훈련을 하는 것처럼 김영광 역시 작은 공으로 훈련했다. 스킬볼보다 더 작은 테니스공으로 집중력을 키웠다.

중학교 이후 15년만에 테니스공으로 지옥훈련을 했던 김영광은 수원전에서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김영광은 "한번 제대로 해야죠. 오늘 한번 지켜봐주세요"라며 씩 웃어보였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만큼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방쇼를 펼친 멕시코 기예르모 오초아나 미국의 팀 하워드 부럽지 않았다.

수원의 공격이 전반 중반부터 풀리기 시작하면서 여러 차례 날카로운 슛이 나왔지만 그때마다 김영광은 슈퍼 세이브로 막아냈다.

▲ [수원=스포츠Q 최대성 기자] 김영광이 5일 수원 원정경기에서 경기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김영광은 전반 30분 서정진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바깥에서 때린 왼발 슛을 손으로 쳐내 왼쪽 골 포스트를 때리면서 첫 위기를 넘겼다. 이어 전반 36분에는 정대세의 헤딩슛을 잘 잡아냈다.

수원의 파상공세가 더욱 거세진 후반에는 김영광의 선방쇼가 더욱 빛을 발했다. 김영광은 후반 20분 경남의 수비를 벗겨내는 스루패스를 받은 권창훈의 슛을 각도를 좁히며 적절한 시간에 나와 막아냈고 후반 27분에는 서정진의 다이빙 헤딩슛까지 몸을 날려 선방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나온 패스를 받은 권창훈의 날카로운 슛까지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권창훈의 마지막 회심의 슛까지 막히자 수원 서정원 감독은 목이 탄 듯 물을 들이켰다.

경기가 끝난 뒤 김영광은 맨오브더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고 경남 원정 팬들은 겨우 수십명에 불과했지만 김영광 구호를 우렁차게 외쳤다.

김영광의 선방에 잔뜩 고무된 이차만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김영광은 일정한 레벨이 있는 선수로 다른 선수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있다. 팀내 고참으로서 다른 동료 선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며 "오늘도 서너차례 선방을 했다. 휴식기간 중 성실하게 훈련했던 것이 오늘 선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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