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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눈] '언더독' 코스타리카가 풀어낸 '축구변방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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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의 눈] '언더독' 코스타리카가 풀어낸 '축구변방의 생존 방정식'
  • 김학범 논평위원
  • 승인 2014.07.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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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안정·끊임없는 속공에 체력까지 뛰어나…한국 등 축구변방에 월드컵 해법 제시

[스포츠Q 김학범 논평위원] 축구변방 북중미, 아시아 그리고 넓게는 아프리카까지 월드컵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코스타리카가 모두 보여줬다.

북중미의 '언더독' 코스타리카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비록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가 끝난 뒤 집중 연구할만한 팀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코스타리카가 8강까지 돌풍을 일으키고 네덜란드와 치열한 결전을 벌인 원동력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안정된 수비 구축과 끊임없는 속공, 그리고 준비된 체력이다.

◆ 스리백 바탕으로 한 코스타리카의 안정된 수비, 5경기 2실점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리백 시스템을 쓴 코스타리카는 5경기를 치르면서 단 2골밖에 내주지 않았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했다. 이 가운데 한 골은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나온 페널티킥에 의한 것이었다. 필드골 실점은 그리스와 16강전 한 차례뿐이었다.

코스타리카는 우루과이전부터 대파란을 예고했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세를 놓치지 않고 안정된 수비 뒤 역습으로 3골을 몰아치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탈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 역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안정된 수비와 역습으로 단 한 골만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가 잉글랜드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맞았던 2차전이었기에 코스타리카의 전력은 이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결국 잉글랜드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0-0으로 비기고 2승 1무의 전적으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코스타리카는 꾸준했다. '죽음의 조'였던 D조에서 우루과이, 이탈리아를 차례로 물리치고 잉글랜드와 비긴 성적에서 코스타리카의 선전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2승 3무(승부차기 2경기 포함)의 전적으로 한번도 지지 않고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코스타리카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었다.

◆ 네덜란드전서 보여준 유기적인 움직임, 13차례나 오프사이드 함정 성공

로빈 판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30·갈라타사레이),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처럼 득점 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이 즐비한 네덜란드를 상대로 120분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 역시 안정된 수비 조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네덜란드는 무려 13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했다. 그만큼 코스타리카가 완벽한 수비 조직력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잘 썼다는 얘기다. 이런 수비 조직력은 계속적인 훈련을 통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또 코스타리카는 뒷공간을 노리는 네덜란드의 공격을 철저하게 막아내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네덜란드의 15개 유효슛 가운데 7개를 선방으로 걷어낸 코스타리카 골키퍼 테일러 나바스(28·레반테)의 슈퍼 세이브도 있었다. 이 역시 코스타리카의 수비 조직력의 일부분이다.

그렇다고 코스타리카가 공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잠그기만 하는 팀이 아니다. 압박을 통해 공을 뺏어오면 곧바로 공격으로 나가는 속공 능력이 뛰어났다.

안정된 수비력과 곧바로 속공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골키퍼가 안정적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등 아시아, 북중미, 아프리카 등 축구변방에 안정적인 골키퍼는 절대 중요하다.

◆ 두차례 연장 접전에도 밀리지 않는 체력 눈부셨다

코스타리카의 뛰어난 체력은 더욱 놀라웠다. 코스타리카는 그리스와 16강전, 네덜란드와 8강전에서 모두 연장 접전을 벌이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선전을 펼쳤다.

2경기 연속 연장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선전할 수 있던 것은 그만큼 체력적인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부지런히, 그리고 전방위적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움직임은 체력이 없으면 절대 되지 않는 것이다.

코스타리카의 선전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모습은 이미 12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가 보여줬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썼던 한국 축구가 이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더라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진 않았을 것이다. 수비 조직력이나 역습도 없었고 특히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끊임없는 움직임과 체력은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 네덜란드, 승부차기 가기 전에 경기 끝내는 과감한 선수 교체 아쉬워

비록 4강에 오르긴 했지만 네덜란드 루이스 판할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다시 한번 교체가 뛰어났다는 의견이 있는데 거꾸로 본다.

코스타리카가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전문가들이 네덜란드의 무난한 승리를 점친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는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판할 감독은 조금 더 과감히 교체카드를 꺼내들어야 했는데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승부차기까지 갈 것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골키퍼 교체카드를 끝까지 하나 남겨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네덜란드 같은 팀이라면 승부차기 전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과감한 교체가 있었야 했다. 오히려 판할 감독의 머리 회전이 멈춘 경기라고 평가하고 싶다.

war3493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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