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1:45 (목)
[SQ스페셜] 농구인 권은정-이환우 부창부수, "은퇴선수 인생2막 우리가 응원합니다"
상태바
[SQ스페셜] 농구인 권은정-이환우 부창부수, "은퇴선수 인생2막 우리가 응원합니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1.11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KPE4LIFE' 권은정 회장-이환우 총장 부부…'삶 위한 체육교육' 통한 은퇴선수 지원

[200자 Tip!] 매년 드래프트,자유계약 등을 통해 수많은 신인들이 프로스포츠 무대에 뛰어드는 만큼 주전 경쟁에서 도태되거나 기량이 떨어진 선수들은 구단을 떠나야 한다. 아마추어 종목 역시 마찬가지다. 예산에 맞는 팀 운영이 되려면 나이가 많고 실력이 떨어진 선수가 짐을 싸야 하는 현실이다. 일부 스타플레이어에게는 은퇴 후에도 좋은 자리가 보장돼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온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갑자기 현역 유니폼을 벗으라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농구선수 출신 이환우(44) 권은정(42) 부부는 이런 은퇴선수들의 ‘제2의 삶’을 응원하며 부창부수한다.

[수원=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이상민 기자] 대한체육회 은퇴선수취업지원센터를 맡아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매년 1만 명의 선수가 은퇴를 결심한다.

지도자 등 향후 진로가 예정된 선수들도 있지만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은퇴 후 방황의 시기를 보낸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KPE4LIFE(Korea Physical Education 4(For) LIFE·삶을 위한 체육교육)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환우 사무총장은 “숙소생활 등 폐쇄적인 환경에 익숙한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사회성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며 “우리 단체는 은퇴 선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KPE4LIEFE 로고가 적힌 보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환우(오른쪽) 사무총장-권은정 회장 부부.

이 사무총장의 아내이자 KPE4LIFE 회장직을 맡고 있는 권은정 씨는 과거 전주원, 박명애, 정윤숙 등과 여자 실업농구팀 현대산업개발에서 몸담았던 슈터 출신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처음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 스포츠클럽 설립에서 '교육사업'으로 확장한 계기는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저도 은퇴 이후 뭘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무명 선수들이 은퇴하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사회에 내던져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짧은 선수생활을 보낸 뒤 코치직을 끝으로 농구 코트와 작별한 이환우 사무총장의 말이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대전 현대(현 전주 KCC)에서 선수로 뛰다 부상으로 은퇴해야 했던 이 총장은 이후 매니저와 수석코치로 오랫동안 일했다. 1999년 현대 매니저로 시작해 2001년부터 6년 동안은 KCC 매니저로 활동했다.

지도자 인생은 2007년 시작됐다. 그해 5월부터 2010년까지 안양 KT&G 코치를 지낸 그는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인천 전자랜드에서 수석코치를 맡았다.

오랫동안 농구계에 몸담았지만 계약기간 만료 후 그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한동안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교육과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 이환우 사무총장은 "농구계를 떠난 후 느꼈던 막막했던 심정이 비영리단체를 만든 계기"라고 말했다.

이환우 총장은 “경희대에서 스포츠산업 창업교육 강의를 듣고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운동을 가르쳐주는 스포츠클럽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이를 확장시켜 ‘교육 사업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권은정 회장님(인터뷰 내내 아내라는 호칭 대신 회장님을 썼다)도 경희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경영을 전공하고 있어 뜻이 맞았다. 감사하게도 우리 사업에 투자해 주겠다는 분이 나타나 사단법인 비영리단체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고 웃어보였다.

◆ "현실적인 한계 있지만 '정도'를 걷겠다"

지난해 3월부터 구체화된 이 구상은 6개월을 거쳐 현실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2015 수원시 사회적경제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이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다. 부부의 아이디어가 가치를 인정받은 것.

이에 고무된 권 회장과 이 총장은 KPE4LIFE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12월 27일 공동 기부행사를 개최했다. 프로농구 경기가 열리기 전 중국상해청소년대표팀(18세 이하)과 송도고-전자랜드 D리그 연합팀의 친선경기를 개최, 농구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또 ‘승일 희망재단’에 성금 100만원을 기부, 몸이 불편한 박승일 전 울산 모비스 코치를 응원했다.

올해는 스포츠 강사들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학원체육에 이바지하는 게 목표다. 이환우 총장은 “방과 후 교실 등이 생기면서 스포츠 강사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다음 달쯤 정부에서 공고를 띄우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규모가 작겠지만 점점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 종합형 스포츠클럽을 세울 목표도 세우고 있다. 이 총장은 “스포츠산업 창업교육 때 만난 분들과 뜻이 맞아 진행하게 됐다. 지방자치체와 협력해 만들 예정인데, 지역민의 체육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웃었다.

▲ 농구인 출신인 이환우-권은정 부부는 현재 농구 쪽으로 치중돼 있는 사업 영역을 점차 다른 종목으로 확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남편과 아내 모두 농구인 출신이다 보니 다른 종목의 선수 출신들과 연결이 아직은 미흡하다. 하지만 이 총장은 서두르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에 ‘승일 희망재단’에 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은퇴선수를 위한 법인 차원에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며 “현역 선수들에게 KPE4LIFE를 알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 꿈을 가진 은퇴선수들과 함께 성장할 KPE4LIFE, 최종 지향점은?

농구인 출신 부부가 마음을 모아 설립한 KPE4LIFE는 향후 5년, 10년의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사업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권은정 회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스포츠센터를 만들어 은퇴 선수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은 물론 노인과 장애인에게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단체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현재 사무실도 규모가 커지면 이전할 계획이다. 이환우 총장은 “지금은 사무실을 무료로 지원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종목에 파트너가 생기면 정상적인 업무를 볼 곳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큰 거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권 회장과 이 총장은 어린 나이에 은퇴한 뒤 방황하는 선수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고 당부했다.

▲ 권은정 회장은 "마음의 문을 열고 한 번이라도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은퇴 선수들에게 조언했다.

“꼭 우리 단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고 조언을 들으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닫힌 마음을 열고 한 번이라도 문을 두드렸으면 합니다.” (권은정 회장)

“운동 선수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람들과 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KPE4LIFE가 그런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단체가 되겠습니다.” (이환우 사무총장)

[취재후기] 이환우 사무총장은 “운동선수들의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원인이 자신감이 결여된 데서 찾았다. 이 총장은 “운동선수 출신들은 상황 파악이나 열정, 몰입도가 좋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 자신감을 가지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그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울러 방황하는 은퇴선수들을 생각하는 이 총장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있었다.

▲ KPE4LIFE를 설립한 뒤 받은 표창장들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은 이환우-권은정 부부. 이들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단체를 기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홍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