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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의 유아인' 신재하의 강렬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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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의 유아인' 신재하의 강렬한 눈빛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06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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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게이 알바생 연기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Scene 1. 연하의 대학생이자 편의점 알바생 기철(공명)과 알콩달콩 연애를 시작한 현수는 매장 안에서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살짝 키스를 나눈다. 3개월 뒤 군입대할 기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안타깝기만 하다.

#Scene 2. 애타는 얼굴로 시계만 들여다보는 현수는 시간 앞에서 늘 초조하기만 하다. 근무가 끝나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가야 하는데 교대조 알바생은 오지 않고, 사장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편의점 문을 잠그고 나갈까도 하지만 손님들은 연이어 진상짓을 벌인다. 하는 수 없이 대본 연습을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 데뷔영화에서 게이 역 맡아 당혹...차츰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하게 돼

최근 폐막한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감독상(김경묵)의 영예를 안겨준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6월26일 개봉)는 한국 청춘영화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9명의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경험하는 시간을 통해 시대와 청춘의 함수관계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배우 신재하(21)는 자신의 첫 영화에서 ‘배우 지망생’ ‘동성애자’ ‘서른을 앞둔’ 현수로 얼굴을 내민다.

“시나리오를 보며 캐릭터들을 관찰하는데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거예요. 새로운 느낌의 영화가 나오겠다 싶어 감독님께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3차례 오디션을 보면서 제 이미지에 맞는 역할을 고르는 상황이었는데 현수 역을 맡은 배우가 중도 하차하면서 현수에 캐스팅된 거죠.”

애초 “현수 역만 맡지 않으면 돼”란 생각이었다. 첫 영화에서 게이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배우 공명과 스킨십을 하고 가볍게 키스를 하다보니 서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들 역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것일뿐’이란 생각에 다다랐다. 공명과도 친해지면서 서로의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신재하(왼쪽)와 공명

“주변에 게이친구들이 있거든요. 친하게 잘 지내왔음에도 막상 제가 게이 역할을 하려다보니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캐스팅 이후 자주 만나서 물어봤죠. 친구가 ‘우린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니야. 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일 뿐이지 남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란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내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했구나, 여겼고요. 인터뷰를 오면서 친구에게 ‘니 얘기를 할 거 같다’고 말했어요. 후후.”

◆ 당당한 알바생 현수 후련...내성적인 성격 연기에 방해돼 ‘개조’

지난해 여름 ‘이우끝’ 촬영 당시, 신재하 역시 드라마와 영화 오디션을 보러다닐 시기였다. 현수처럼 오디션에 늦어 결국은 기회를 놓친 적은 없지만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오디션을 보지 못하는 것보다 더 식은땀이 나는 게 업계 관계자들에게 밉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그런 상황 자체에 화가 불끈 치솟았다. 카페서빙, 콘서트장 무대세트 제작 및 진행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그는 마감시간 중 취객 탓에 퇴근하지 못했던 경험을 살려 촬영에 임했다.

 

“현수를 통해 시원함을 느꼈어요. 평소 할 말 다하고, 손님에게조차 자기주장 다 펼치잖아요. 피해를 입는 상황에 당당히 맞서는 데다 서슴없이 사랑하는 현수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꼈죠. 전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연기에 방해가 되기에 개조했어요. 감정을 삭이는 고통에서 해방되니 행복해지더라고요.”

마지막에 합류해서 제대로 리허설을 못한 채 촬영에 임해서 부담이 심했다. 더욱이 감정선이 여러 가지인 캐릭터였기에 섬세하게 살려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 아이스하키 선수에서 배우지망생으로...올 가을 주연영화 ‘거인’ 개봉 앞둬

초등학교 시절부터 스케이트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중학교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다가 외고 진학을 목표로 하며 스틱을 내려놓았다. 그 무렵 아버지가 추천해준 뮤지컬을 보고나서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문계 고교 1학년을 마치고 한림예고에 시험을 쳐 합격했다. 예고시절엔 뮤지컬에 푹 빠져 지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 입학 후 단편영화 작업에 참여하며 영화에 매료됐다.

“영역을 구분 지을 필욘 없을 듯해요. 무대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뮤지컬, 디테일한 연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 나가야겠죠.”

 

주목받는 감독 김태용의 장편영화 데뷔작 ‘거인’의 주연을 맡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선보인 뒤 개봉될 예정이다. 청춘의 성장기 영화인 ‘거인’에서 영재(최우식)와 함께 고아원에서 자라온 고교생 범태를 맡았다.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면서도 환경 탓에 언제 서로를 배신할지 모르는 관계다.

“어두운 캐릭터라 감정표현이 만만치 않았어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끌고간 경험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공부가 많이 됐죠. 특히 감독님이 꼼꼼하게 연기 디렉션을 해주시는 스타일이라 배우로서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을 많이 얻었어요.”

◆ “20대는 마음껏 도전하고 시도해보는 시기라 행복”

인생에 있어 가장 활력 넘치는 시기인 20대를 보내고 있다. 넘치는 열정 탓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는 황금시대다.

“10대엔 반복된 일상에 지쳐 하루하루를 그냥 보냈던 거 같아요. 지금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생각 많이 하니까 살아오면서 제일 재미난 시간이죠. 부담 없이 마음껏 도전하고, 부딪혀보고, 시도해볼 수 있잖아요. 20대에 많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해요. 30~40대가 되면 저만 생각할 순 없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한 10년 후 30대의 제 모습이 궁금해요. 시간이 쌓여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겠죠?”

확신으로 가득 차 반문하는 얼굴에 청춘만의 달뜬 기운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취재후기] 미남은 아니지만 강렬한 눈빛과 청순한 비주얼 덕분에 ‘제2의 유아인’ 소리를 듣는다. 데뷔 2년차 신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꼬리표다. 이른 나이에 프로무대에 발을 디뎌 존재감을 만들어가고 있으니, 앞날이 밝은 행운아다. 자신의 정서는 추억의 가요와 클래시컬 뮤지컬로 통한다며 ‘애늙은이’란 별명을 자진 납세했다. “남자배우랑 로맨스 연기를 해봤으니 이제 여배우랑 러브라인을 그려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하기에 “꼭 이뤄지길 바란다”고 덕담해줬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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