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36 (목)
[SQ스페셜]① 한국 인라인롤러 실력은 세계정상급, 그러나?
상태바
[SQ스페셜]① 한국 인라인롤러 실력은 세계정상급, 그러나?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7.07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라인 젖줄' 청주시, 초등학교부터 시청팀까지 모범 성장...인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제외 안타까워

[300자 Tip!]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거침없이 트랙을 도는 가운데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하지만 절대로 멈추는 법이 없고 0.001초라도 경쟁자보다 빨리 들어오기 위해 힘껏 팔을 휘두른다. 마치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비슷하지만 속도감은 훨씬 빠르다. 인라인 롤러스케이트. 우리가 보통 인라인이라 부르며 레저스포츠로 즐기는 이 종목은 엄연히 국가대표가 존재하는 한국의 유망 스포츠 중 하나다. 실력도 출중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 1,2위를 다투는 세계 인라인 롤러스케이트 강국이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 속에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청주시청 인라인 롤러스케이트팀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에 나선다. 언젠가 다시 밟을 아시안게임 무대를 기약하며.

▲ 청주시는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10개의 인라인 롤러팀이 운영돼 전국적으로 높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도 정상권을 지키고 있다.

[보은=스포츠Q 글 강두원 · 사진 노민규 기자] “빨리! 빨리! 고개 들고! 느려진다! 스피드 올려!”

청주시청 인라인 롤러스케이트팀 현장 취재를 위해 찾은 인라인롤러경기장은 트랙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인라인 롤러스케이트는 바퀴가 고무로 만들어져 물이 닿으면 크게 미끄러지기 때문에 비가 오면 실외에서 경기와 훈련을 이어갈 수 없다. 그래서 물이 고여 있는 트랙을 보고 취재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내 우효숙(28) 플레잉 코치를 비롯한 청주시청 선수들이 속속 경기장에 도착해 짐을 푸는 모습을 보고는 우 코치에게 '트랙이 물이 고여 있는데 어떻게 훈련하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치우면 되죠”라고 간단히 답했다.

때마침 구름 뒤에 숨었던 해까지 고개를 내밀며 트랙에 고인 물을 싹 말려버리자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이날 기록측정을 위해 각종 장비를 트랙에 설치하던 임재호(49) 감독은 “이렇게 구간 기록을 측정해 이 선수가 어디 구간에서 잘하고 부족한지 판단해 맞춤형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0.001초라도 단축시키기 위해 있는 힘껏 트랙을 돈 청주시청 선수들은 “힘들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기진맥진해졌지만 다시 출발선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한 스피드를 뽐냈다.

▲ 청주시는 꿈나무 육성 사업을 통해 인라인롤러 유망주를 꾸준히 발굴하고 육성하며 청주를 인라인 롤러의 고장으로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호 감독, 안성아, 박민정, 안이슬, 우효숙 코치.

◆ 인라인 롤러 꿈나무 육성의 고장, 청주

청주시가 위치한 충청북도는 지난 5월 소년체전 인라인롤러 종목에서 무려 10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총 18개의 종목 중 10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니 절반 이상을 충북이 휩쓴 것이다.

그 중심에는 청주시가 있다. 특히 청주시청은 지난해 전국체전 인라인 롤러 7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안이슬(22)은 여자 일반부 300m에서 25초956으로 한국신기록(비공인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보탰고, 박민정, 안성아(이상 청주시청), 김동선(서원대)와 짝을 이뤄 출전한 3000m계주에서도 4분11초183으로 또 하나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이처럼 청주시가 인라인롤러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실업팀까지 탄탄한 기반을 통해 유소년선수들을 일찍이 발굴, 체계적으로 육성한 것이 바탕에 깔려 있다. 청주시에는 초·중·고교팀과 실업팀을 포함해 10개 팀에 40여명의 선수가 인라인롤러 선수로 활약중이다.

청주시청과 충북체육회는 국내 인라인 롤러 실업팀 중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고 초등학교(봉정, 서현, 증안), 중학교(봉명, 단성), 고등학교(서원, 충북여상) 역시 전국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청주시청 임재호 감독은 “청주시는 꿈나무 육성 사업을 통해 유망한 인라인롤러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발굴해 꾸준히 육성해 소년체전은 물론 전국체전에서 높은 성적을 거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청주시청에 있는 우효숙 코치나 안이슬, 충북여상의 정고은 등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청주에서 인라인 롤러를 시작해 지역과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우효숙 코치 역시 “청주는 정말 인라인 롤러를 위한 도시다. 안이슬처럼 좋은 선수를 길러낼 수 있는 바탕에는 탄탄한 기반 아래 성장하는 꿈나무들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며 "시에서 인라인롤러 선수들을 위해 지원과 처우를 남부럽지 않게 챙겨주고 있어 마음 놓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 청주에서 수준 높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스카우트를 통해 데려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고 덧붙였다.

▲ 임재호 감독은 인라인롤러를 하는 국가가 동아시아에 편중돼 아시안게임 종목에서 제외된 것에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 탄탄한 기반이 곧 국가대표 경쟁력으로

이처럼 수준급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오다보니 청주시청 선수들은 대부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세계대회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둬왔다.

현재 플레잉 코치로 청주시청 소속 선수들의 맏언니 역할을 하며 틈틈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우효숙은 세계적인 인라인롤러 스타다.

그는 2003년 처음 인라인롤러 국가대표로 선발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2007년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포인트 1만m와 EP 1만m에서 2관왕을 차지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2007년은 시작에 불과했다. 1년 뒤 우효숙은 세계 인라인롤러계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2008년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고 2009년 다시 2관왕에 오르며 한국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거두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또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월드게임, 그리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인라인롤러 스피드 EP 1만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그랜드슬램을 이뤄내 ‘롤러 여제’라는 애칭을 얻었다.

우효숙과 함께 안이슬(22) 역시 청주시청 소속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안이슬은 2007년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주니어 여자 3000m 계주에서 우승을 차지, 세계무대 첫 금메달을 따냈다.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주니어 여자 200m와 500m, 1000m 계주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주니어 4관왕을 차지해 우효숙과 더불어 한국의 종합우승을 견인했다.

▲ 청주시청 인라인롤러스케이트팀의 안성아, 안이슬, 박민정(왼쪽부터)이 스타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후 시니어 무대를 옮겨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인라인롤러 여자 스피드 300m 타임 트라이얼과 500m 스프린트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꿈에 그리던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청주시청은 우효숙과 안이슬은 물론 현재 소속돼 있는 박민정(21), 안성아(21), 김동선(23)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서 한국 인라인롤러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쉴새 없이 트랙을 돌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인라인 롤러,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볼 수 없다?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아시아 전역에 걸쳐 45개국 1만 300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로 많은 관심을 끌어 모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콜롬비아와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는 한국 인라인롤러 국가대표팀은 화려한 축제에 초대받지 못했다.

인라인롤러 종목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관중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내며 호평을 받았지만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아시아국가 중에서 중국과 대만 등이 인라인롤러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세계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한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기에 지난 대회 성적(금 3, 은 2, 동메달 2개)보다 나은 성적을 노려 볼 수 있었지만 종목 제외라는 벽에 막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는 상황이다.

▲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제외됐지만 청주시청 선수들은 스케이팅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10월 전국체전과 11월 아르헨티나 세계선수권대회를 바라보며 훈련에 땀을 쏟고 있다.

임재호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나름 이번 대회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남아 국내 팬들에 한국 인라인롤러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인라인롤러를 하는 국가가 동아시아에 편중돼 있다 보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정식 종목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먼 산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표했다.

‘롤러 여제’로 세계 인라인롤러계를 평정했던 우효숙 코치는 정식 종목 제외를 두고 격앙된 어조로 열변을 토해냈다.

“한국 인라인롤러는 세계적인 수준이에요. 세계선수권에 나가면 아무리 못해도 상위권에서 벗어나는 적이 없어요. 그런데 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빠졌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네요. 그것도 이번 아시안게임은 국내에서 열리는 데 저희 인라인롤러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네요. 올림픽은 아니더라도 아시안게임에 꾸준히 출전해 국제 경험도 쌓고 좋은 성적도 올리다보면 그만큼 저변확대에 도움도 되고 인라인롤러를 알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인데 참 슬프네요.”

그러나 청주시청 선수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트랙을 쉼 없이 질주한다. 그들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10월 전국체전에 출전한 뒤 11월 7일부터 19일까지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또 하나의 금메달을 향해 정진한다.

임 감독과 우 코치에게 똑같이 '앞으로 아시안게임에서 인라인롤러 종목을 볼 수 있을 날이 오겠죠'라는 질문을 던지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물론이죠. 언젠가 한국 인라인롤러 선수들이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취재후기] 안이슬의 스피드 스케이팅 도전 발언은 우효숙 코치의 발자취를 살펴보며 조금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정말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 우 코치부터 안이슬까지 어느 한 종목에서 높은 금자탑을 세운 뒤 새로운 도전의식과 함께 다른 종목에 도전하는 것은 선수로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라는 최고 수준의 무대가 있음에도 인라인롤러 선수로서 출전하지 못한다는 점은 한국 인라인롤러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볼 때 무척 안타깝다.

kdw0926@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