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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갑동이' 김민정 "연기 즐길 줄 알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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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갑동이' 김민정 "연기 즐길 줄 알게 돼"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7.07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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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아역 출신 연기자 김민정(31)은 1990년 MBC 드라마 '베스트극장- 미망인'을 통해 배우에 입문했다. 연기자로서 무려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걸어왔다. 오랜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김민정은 최근 종영작 '갑동이'를 통해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오마리아를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로 소화해 내 시청자에게 호평을 이끌었다. 그는 작품을 마친 뒤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혼신의 힘을 다해 '갑동이'를 끝낸 그는 산행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은 뒤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예정이다.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스포츠Q 김나라 기자] "최근까지 '갑동이'를 촬영하고 계속 일이 있었어요. 일요일 하루 푹 쉬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웃음)"

김민정은 지난달 21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정신과 전문의 오마리아 역을 열연했다. 3개월여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온 그는 드디어 꿀맛 같은 휴가를 얻었지만 '깁동이'의 넘치는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빼곡한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인터뷰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각인 오전 11시, 김민정은 피곤함을 호소한 것과 달리 히피풍의 블라우스를 곱게 차려 입고 소녀 같은 모습으로 강남의 한 카페에 등장해 스포츠Q와 수다로 하루를 시작했다.

"최선 다한 '갑동이' 후회 없이 연기했다"

'갑동이'는 가상의 도시인 일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20부작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다. 당시 유력 용의자를 지칭하는 갑동이를 추적하는 형사 하무염(윤상현)을 중심으로 갑동이에 대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는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스토리가 긴장감 넘치게 전개됐다.

김민정은 정신과 전문의 오마리아 역을 맡아 마치 1인 2역처럼 두 얼굴의 모습이 담긴 캐릭터를 열연했다. 오마리아는 전문의 가운을 벗는 순간에는 짙은 스모키 화장에 화려한 차림으로 변신해 주위 사람들과 철저히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등 화장기 없는 청순한 얼굴로 환자를 치유할 때와 달리 상반된 모습을 지닌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 '갑동이'에서 오마리아(김민정)는 17년 전 벌어진 일탄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일한 생존자로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사진=CJ E&M 제공]

"촬영이 끝나서 좋아요. '갑동이' 말미에 감정신이 많아 힘들었거든요. 제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얘기가 들리니까 스스로에게 아쉬운 게 있는지, 작품이 어땠는지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저의 대답이요? 후회는 없어요.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렇다는 게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요."

김민정은 지난 3개월을 "최고는 아니라 해도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연기자의 자만이 아닌,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 붓고 난 뒤의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함이었다.

◆ "복합적인 캐릭터 오마리아, 표현 하기 쉽지 않아… 고민 거듭"

마리아는 일탄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이자 유일한 목격자다. 이 충격으로 그는 언제나 상대방과 99cm 거리를 유지하고, 큰 가방엔 전기충격기가 항상 대기 중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인물은 아무리 연기파 김민정이라고 해도 소화해내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마리아를 표현하는데 강도 조절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갑동이'의 작가님도 가장 어려운 캐릭터로 오마리아를 꼽았어요. 마리아는 과거 자신의 상처 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잖아요. 예를 들어 갑동이의 카피캣 류태오(이준)를 대면 할 때 이중적인 모습으로 방어벽을 세우지 않으면 어떻게 그 친구를 만나겠어요. 마리아의 이런 행동을 이해는 하지만 이 모습을 표현할 때 시청자가 '제 왜 저러고 다닐까'라는 갭이 생기지 않게 적정수위에서 어떻게 연기하느냐가 관건이었죠."

'갑동이'에서 오마리아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친절한 설명이 요구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 갑동이(정인기)·하무염(윤상현)·류태오 등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나가야 하는 극의 전개상 비중 있게 다뤄지진 못했다. 김민정 역시 짧은 분량 안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게 가장 머리가 아팠다.

"촬영 중반까지는 저도 즐겁게 임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많이 생겨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감독님 덕분에 잘 끝낸 것 같아요. 마리아는 너무 힘든 역이었지만 현장에서 상현 오빠를 비롯, 스태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서 그걸로 큰 위로를 받았어요.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죠. (웃음)"

◆ "당분간 휴식 예정… 해외여행 보다 국내가 좋아요. '등산이 최고'"

'갑동이'로 필모그래피를 더욱 탄탄하게 채운 김민정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는 추천할 만한 휴가지로 산을 꼽았다.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해외로 떠나기도 했었는데 문득, '나는 한국에서 알려진 사람이라 갈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도피 온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외국을 다녀오면 마음이 공허하더라고요. 한국에 좋은 곳이 많은데 자국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제주도 한번 제대로 다녀와 본 적이 없고. 이것을 계기로 산을 오르게 됐는데 풍경이 정말 최고에요."

김민정의 공백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년의 연기 내공을 자랑하는 김민정은 이제야 연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 그는 다양한 작품 안에서 "놀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이 워낙 힘들어서 조금 쉬고 싶긴 하지만 오래 쉴 생각은 없어요. 행운의 여신이 빨리 저에게 좋은 작품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웃음) 20대에는 작품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모든 걸 올인하며 연기해서 기본 6개월간 쉬고, 새 작품을 준비하다 보면 1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의도치 않게 템포가 느려지면서 복귀할 때 부담이 많았어요. 30대가 되니 저도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겨 달라졌죠.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현장이 좋아요. 어떤 작품을 하든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해요."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취재후기] 김민정은 '갑동이'에서 "최고는 아니라 해도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지만 시청자에게 그의 열연은 '최고'였다. 그는 바쁜 일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를 만나고 난 뒤 싸이의 '챔피언'이 귓가에 맴돌았다. '진정 즐길 줄 아는 여러분이 챔피언'. 김민정의 연기 비결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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