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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세리머니, 감출 수 없는 원초적 회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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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커스] 세리머니, 감출 수 없는 원초적 회춘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4.07.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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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최대성 기자] 매번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배우라 불리는 송강호가 아무리 연기를 잘 한다고 해도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의 순간 보여지는 선수들의 표정만큼 실감날 수는 없다. 그 순간 만큼은 갓난아기의 얼굴로 이른바 '회춘'을 하기 때문에 제아무리 송강호 아니 설경구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심장박동이 터질 듯 빨라지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의 외적인 변화와 '해냈다'는 생각 외에 다른 어떤 논리적인 사고도 불가능한 내적인 상태로 설명되는 세리머니는 잠깐의 시간 동안 세상의 모든 걱정근심을 잊게 만든다. 어쩌면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실제 생물학적으로 아주 약간 젊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2014년 국민들의 큰 기대 속에 브라질로 향했던 홍명보호는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한 채 돌아왔고 축구로 위로를 받아야 했던 팬들은 가중된 스트레스로 탈모를 걱정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스포츠에 축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구도 있고 농구도 있다. 그리고 소위 비인기라고 불리는 다양한 종목들이 있다. 이 종목들에도 땀과 열정이 있고 박진감과 투혼도 있다. 당연히 가슴 벅찬 세리머니도 있다.

다행히(?) 스포츠Q는 그동안 야구나 축구등의 인기 종목은 물론 비인기 종목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바로 월드컵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비인기 종목들의 세리머니 사진이다.

◆ 첫번째 세리머니는 지난 4월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에 3-0으로 승리하고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7연속 우승의 대업을 달성한 순간이다.

 

내리 두세트를 따낸 삼성화재였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의 거센 공격에 고전을 했다. 하지만 현대의 범실을 틈타 삼성이 역전을 했고 우승에 1점을 남긴 상황에서 체육관의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현대 아가메즈의 강력한 스파이크가 삼성 박철우의 블로킹에 막히는 순간 삼성화재 선수들은 그야말로 온몸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위 사진에서 삼성화재 이선규(앞)를 얼싸안고 있는 고희진의 표정만 봐도 이날의 감격적인 우승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 두번째 소개할 세리머니는 지난 4월 4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1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GS칼텍스가 정규리그 우승팀 IBK기업은행을 꺾고 6년만에 여자 프로배구 정상에 오른 순간이다.

 

5전 3선승제로 진행되는 챔피언결정전서 GS는 3차전까지 1승 2패로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 했지만 내리 두경기를 이기며 우승해 팬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선물했다.

 

특히 마지막 5차전 또한 두차례 듀스가 이어지는 명승부를 연출했고 감격적인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GS칼텍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 않았다.

 

◆ 세번째 세리머니는 테니스 코트에서 찾아보았다. 한국 테니스의 '구세주' 임용규(위)와  '기대주' 정현(아래)이다. 테니스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짧고 굵으며 젠틀하다. 정숙한 코트 분위기 속에 흐르는 양 선수의 팽팽한 긴장감은 숨죽여 지켜보는 관중들의 손에 땀을 쥐게했다.

 

승부의 순간 임용규와 정현의 눈빛은 번뜩였고 절묘한 스트로크로 승부가 결정된 순간 그들은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했다.

 

◆ 네번째 세리머니는 지난 5월1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SK 핸드볼코리아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웰컴론이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완파하고 창단 첫 우승에 성공한 순간이다.
 

 

이 경기의 우승공신은 단연 웰컴론 수문장 이창우였다. 보는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만큼 신들린 선방은 마치 '쇼'를 보는 듯 했다. 결정적인 선방을 한 이창우는 두 손을 번쩍 들며 우승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표정을 보였다.

 

 결국 19-17로 우승이 확정된 순간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 모두 펄쩍펄쩍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 다섯번째 세리머니는 미녀 검객 김지연을 뽑았다. 지난 7월 4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아시아펜싱선수권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김지연이 에무라 마시키(일본)를 15-8로 누르고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지른 그녀는 환한 미소로 세리머니를 마무리했다.

 

팬싱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졌지만 그의 몸짓만 보아도 표정이 그려지고 있다.
 

 

 이어 그가 마스크를 벗었을 때 환희로 가득찬 얼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 마지막 세리머니는 가장 최근인 7월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예선전에서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은 순간이다. 보통 '장애인 스포츠는 재미가 없을 것이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단 한 경기만 관전해보면 그것이 잘못된 편견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치열한 자리다툼을 위해 휠체어와 휠체어가 충돌하는 순간 들리는 묵직한 파열음, 역습 상황에서 가속도가 붙은 휠체어의 스피드 그리고 눈으로 믿기 힘들 정도인 선수들의 드리볼과 개인기는 상상 이상의 박진감을 선사한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한 수 위의 기량과 투지를 선보이며 아르헨티나에 완승, 2승 1패로 준결승 리그에 올랐다.

 
 
 
 

특히 승리가 확정된 순간 재미난 세리머니 상황이 연출되었는데 김동현이 흴체어가 뒤집어 질 정도로 오동석을 격하게 끌어안는 장면이었다. 마치 '춤'을 연상케한 이 세리머니를 보면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회춘'한 건 나 뿐일까?

dpdaesung@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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