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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소문난 잔치 '닥터이방인', 먹을 것 없었던 '황당한'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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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소문난 잔치 '닥터이방인', 먹을 것 없었던 '황당한' 최후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7.09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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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소문난 잔치에 역시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2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SBS 수목드라마 '닥터 이방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워낙 벌여 놓은 판이 컸던 드라마다 보니 결말을 맺는 데 고심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하지만 고심만 했을 뿐 결론은 실망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8일 방송된 '닥터 이방인' 마지막회는 '초고속 전개, 억지식 설정, 중심콘셉트 부재'라는 3박자가 그대로 맞아떨어진 맥빠지는 마무리를 보여줬다.

▲ '닥터 이방인'이 억지스럽고 실망스러운 결말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SBS 제공]

◆ '초고속 전개 + 억지 설정'으로 황당한 결말 속출

드라마의 결론을 보면, 비운의 사랑을 담당했던 주인공 박훈(이종석)과 송재희(진세연)는 정치적 음모로 자신들을 위협하던 국무총리 장석주(천호진)와 남파간첩 차진수(박해준)를 따돌리고 자신들이 기다렸던 안전한 사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복수극을 주로 담당하던 주·조연 급 한재준(박해진)과 오수현(강소라) 커플의 경우는 '화해'라는 공식 속에서 복수를 포기한 재준과 재회했다.

겉보기에는 그다지 문제될 게 없는 결말같이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이들의 결말은 통속적이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우선 남북 간의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박훈과 송재희의 스토리는 허점을 드러낸 내용상 결함을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굳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무총리 장석주가 간첩 송재희와 차준수를 불러들여 박훈을 포섭하고 대통령 수술을 맡겨 그를 제거하겠다는 계획이 타당했을까. 장석주의 권력이라면 다른 의사를 충분히 포섭하고 대통령을 제거할 수도 있었다.

▲ 판을 크게 벌인 '닥터 이방인'은 복합장르라는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리한 결말을 내놓고 말았다. [사진=SBS '닥터 이방인' 방송 캡처]

이 스토리는 사실상 박훈과 송재희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짜 맞추기 위한 억지 설정에 불과했다고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워낙 무리하게 전개하다 보니 초반 흥미를 끌었던 남북 관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음모는 제대로 조명될 수 없었다.

굳이 정리하자면 이 드라마는 장석주의 대통령 제거와 이를 막으려는 박훈의 고군분투기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한재준의 황당한 복수극도 문제였다. 그는 어릴 적 오수현의 아버지 오준규가 병원장으로 있던 명우 병원의 의료사고로 부모를 잃고 복수를 다짐해온 인물이다. 이에 한재준은 의사로서 명우 병원의 핵심에 다가갔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오준규는 심장 마비로 쓰러져 버렸다. 한재준이 복수를 눈앞에 둔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어떤 감정의 변화 계기도 없던 한재준은 느닷없이 의사로서의 정의감이 발동하며 죽어가는 오준규를 살려내고 복수를 포기했다. 복수를 포기한 한재준은 오수현을 사랑해서 복수를 포기했다며 스스로 병원을 떠났다. 강제적 러브라인을 완성하기 위한 억지 복수극의 끝에 지나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악인' 오준규가 초고속으로 심경의 변화를 보이며 착한 할아버지로 변신했다는 부분이다. 억지 위에 통속적인 마무리를 더 한 격이다.

▲ '닥터 이방인'은 명목상 시청률은 1위로 마무리 했지만 계속된 시청률 하락을 보이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나타냈다. [사진=SBS 제공]

◆ 온갖 나물 넣었지만 '중심 콘셉트 부재'로 맛없는 비빔밥된 꼴

이런 초고속 전개와 억지 설정의 원인은 '닥터 이방인'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결정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바로 '중심 콘셉트의 부재'였다.

'닥터 이방인'은 의학드라마라는 기본 베이스에 남북 간의 정치적 문제. 삼각 러브라인, 스릴러, 액션, 치정 복수극을 가미한 복합장르의 드라마였다. 하지만 섞어도 너무 많이 섞어 놓은 탓에 드라마는 중심을 잃고 내용이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한재준의 복수극까지 엮다 보니 진짜 주인공 박훈의 정치적 음모를 뛰어넘는 의사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밑그림이 그려졌다.

결국 20부작으로 정리하기에는 판이 너무 커져 버린 것이다. 당연히 결말은 초고속으로 전개됐고 억지 설정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고 허무하고 통속적인 마지막을 남기고 말았다.

차라리 '닥터 이방인'이 의학 드라마로서 진정한 의사를 찾는 휴머니즘 드라마로 중심을 잡았다면 이런 결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닥터 이방인'은 모든 것을 보여주려 했기에 이런 결과를 자초한 모양새다.

▲ '닥터 이방인'은 좋은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중심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다. [사진=SBS '닥터 이방인' 방송캡처]

시청률도 이런 결과를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이날 닐슨 코리아가 집계한 '닥터 이방'인 마지막회는 12.7%다. 비록 19부보다는 1.8%p 상승한 시청률 수치지만, 전작 '너목들(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던 제작진의 기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 수치다.

주목할 부분은 초반 20%대도 가능할 것 같던 높은 시청률이 회를 거듭할수록 내리막을 걸었다는 사실이다. '닥터 이방인'이 결말에 이를수록 얼마나 많은 약점을 노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닥터 이방인'은 결국 '무모한 내용확장을 추구하는 드라마'보다는 '작지만 내용에 충실한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확률이 더 크다는 교훈을 주고 떠난 셈이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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