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11 (금)
[열정 2016] (1) 슬럼프와 핸디캡 이겨낸 '테니스 세대교체 주역' 한나래, 도쿄까지 큰 나래 편다
상태바
[열정 2016] (1) 슬럼프와 핸디캡 이겨낸 '테니스 세대교체 주역' 한나래, 도쿄까지 큰 나래 편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18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직은 세계랭킹 200위 밖, 리우 대신 2020 도쿄 올림픽 정조준...단신 롤모델 에넹 도전 따르고파
 

[200자 Tip!] 아직 한국 테니스의 수준은 아시아권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남자의 경우 이형택 이후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꼽히는 정현(20)이 세계랭킹 51위까지 올랐지만 여자는 아직 힘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여자테니스도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로 입문 5년 만에 처음 시즌 2승을 달성하는 피날레 우승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한나래(24·인천광역시청·세계 240위)는 자신의 해인 원숭이띠 2016년를 맞아 새로운 열정을 다지고 도약을 꿈꾼다. 서두르지 않고 4년 뒤까지 내다보는 도전의 새출발이다.

[인천=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한국 여자테니스는 스타 기근속에 좀처럼 나래를 펴지 못했다. 지금은 가수 윤종신의 아내로 더 유명해진 전미라 해설위원이 세계랭킹 129위까지 올라간 것이 최고였을 정도로 한국의 여자테니스는 세계 무대에서 크게 도약하지 못했다.

▲ 어느덧 프로 6년차를 맞이한 한나래는 자신의 해인 원숭이띠 2016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아직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세계랭킹에 이르지 못했지만 4년 승부를 걸어 도쿄 올림픽을 바라본다는 각오다.

한때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고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세 차례에 걸쳐 4강까지 올랐던 일본의 전설 기미코 다테-크룸(46)이나 2011년 프랑스 오픈, 2014년 호주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 2위까지 등극했던 중국의 리나(34)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하지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한국 여자테니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한나래와 장수정(21·사랑모아병원·세계 191위)을 앞세워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이 선수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 메달을 따냈다. 이 가운데 한나래는 빛고을에서 여자 복식 금메달과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다.

◆ 슬럼프로 세계랭킹 상승세 주춤, "그래도 약이 됐어요"

2011년 프로에 데뷔한 한나래에게 2015년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해였다. 2011년과 2013년에 한 차례씩 단식 우승을 경험한 한나래로서는 2015년이 처음으로 2승을 거둔 뜻깊은 해였다. 그러나 우승을 차지한 두 대회 사이의 9개월은 한나래가 부침을 겪는 기간이기도 했다.

한나래는 3월 호주 포트 피리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장수정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후 9개월 만에 방콕대회에서 오자키 리사(일본)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전혀 제 경기가 되지 않았어요. '이번 시즌도 이렇게 끝나는구나'하고 생각했는데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지난 9개월 동안 대회에 나가면 1회전 넘기기가 너무 어려웠을 정도였어요. 2014년만 해도 나가면 뭔가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쳤는데 지난해에는 대회에 나가면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한나래가 지난해 마지막으로 출전한 국제테니스연맹(ITF) 창 프로서키트 대회는 강호들이 즐비했다. 결승에서 만난 오자키도 한나래보다 한참 높은 160위의 선수였고 준결승 상대는 세계 15위까지 오른 적이 있던 카이아 카네피(에스토니아·126위)였다.

▲ 한나래는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3월에 일찌감치 1승을 추가하고도 9개월 가까이 승리를 추가하지 못하면서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나선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2승을 기록했다.

"오자키, 카네피에 세계 42위까지 올랐던 스테파니 푀겔레(스위스·119위), 2005년 세계 7위 패티 슈나이더(스위스·744위) 등 베테랑 선수들이 많이 있었어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있었기에 마음을 비우고 했죠. 그것이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리는 계기가 됐어요."

한나래가 당시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고비는 역시 카네피와 경기였다. 카네피가 워낙 센 선수이기도 했지만 섭씨 36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는 카네피뿐 아니라 7월에 태어난 '여름 아가씨' 한나래에게도 고욕이었다.

"저는 당시 복식 경기도 함께 했었기 때문에 더욱 체력적으로 불리했어요. 그런데 건너편에 있는 카네피도 더위를 먹었는데 더 힘들어하더라고요. 땀이 비오듯 해서 나도 지쳤는데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그랬더니 카네피가 기권하더라고요."

9개월의 슬럼프는 한나래에게 분명 약이 됐다. 2012년 806위에서 2014년 27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던 한나래는 9개월의 슬럼프로 순위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아직 240위에 그치면서 200위 이내 순위에 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슬럼프가 올해 더욱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경험이 많이 쌓이다보니 나만의 노하우와 내공이 쌓이는 것이 느껴져요. 경기할 때나 생각하는 것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경기에 나갔을 때 힘들어지면 예전에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하며 극복하죠. 해마다 점점 더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것 같아요. 지난해 겪었던 혹독한 슬럼프가 올해부터는 엄청난 보약이 되지 않을까요."

▲ 한나래가 지난해 대부분을 슬럼프로 보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돼 2016년 새해부터 다시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

◆ 랭킹 끌어올려서 그랜드슬램 대회 나가고 도쿄올림픽 도전

프로 통산 4승을 쌓은 한나래는 올해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큰 목표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200위 이내 진입도 해내야 한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투어 생활은 때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순위를 끌어올려야만 더 좋은 대회에 나가고 더 강한 상대와 맞붙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힘을 낸다.

"당장 페드컵이 있기 때문에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시작해요. 지난해는 3위를 했는데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높은 순위로 올라가야죠. 하지만 일본이 참가하고 중국이나 카자흐스탄도 만만치 않아서 잘 준비해야죠. 그리고 나서 제 순위를 더욱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죠. 이번에도 호주 오픈에 나가고 싶었지만 대기 순번이 40번째더라구요(웃음). 프랑스나 US오픈, 윔블던 대회에는 출전해야죠."

그렇지 않아도 한나래는 지난해 US오픈이 소중한 경험이 됐다. 비록 예선전이었지만 US오픈의 코트를 밟아본 것 하나만으로도 큰 자산이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정말 제 프로 생활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경기할 때 긴장을 잘하지 않는데 그때는 라켓이 덜덜 떨릴 정도로 긴장됐어요. 뉴욕 교민들께서 많이 응원와주셔서 힘이 됐지만 1회전에 워낙 강한 상대와 붙어서 어쩔 수 없었죠. 워낙 제 서브가 좋지 않았던데다가 상대 선수의 서브는 너무나 뛰어나 서브 리턴까지 잘 안됐어요. 강한 선수와 붙게 되면 아무래도 전진 플레이를 하기가 버거우니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전진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나래가 이처럼 올해를 힘차게 출발하지만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에는 나가기 힘들다. 64명이 출전하는 올림픽 본선에서 56명은 세계 순위로 결정된다. 상위 56위까지 선수들 가운데 한 국가에 4명씩 단식에 나설 수 있고 이후 빈자리가 나올 경우 아래 순위 선수들이 차지할 수 있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100위 정도는 되어야 안정권이다.

아직 200위권 밖에 있는 한나래로서는 올림픽은 아직 먼 얘기다. 올림픽이 있는 해에 올림피아드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욕심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테니스가 어떤 것인지 알게 돼 조금 더 바짝하면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수정이도 있으니까 더욱 힘이 나겠죠. 그런데 2020년이 되면 28세가 되는데 일단 선수생활이 길어야 꿈을 이룰 수 있겠죠. 하나 걱정되는 것은 투어 생활이 너무 힘들어 지치고 질리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지금은 테니스가 너무 좋아서 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지금 생각으로는 오래 하고 싶죠."

▲ 한나래의 롤모델은 쥐스틴 에넹이다. 에넹은 167cm 단신의 체격조건을 극복하고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른 테니스 스타다. 161cm로 테니스 선수로는 작은 축에 속하는 한나래 역시 에넹의 경기 영상을 여러차례 돌려보며 단신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 단신 체격조건 약점? "에넹도 세계 1위 했잖아요"

요즘은 몸관리만 잘하면 얼마든지 적지 않은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다테-크롬도 40대 중반 나이에 투어에 출전하기도 했다. 스포츠 과학 발전으로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일단 부상없이 꾸준히 몸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3년 전에 무릎 십자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입은 뒤로는 아직까지 별로 아픈 곳 없이 지금까지 왔어요. 부상 트라우마도 완전히 극복했기 때문에 얼마나 오랫동안 할 수 있을지는 제가 하기에 달린 것 같아요."

한나래의 '워너비'이자 롤 모델은 쥐스틴 에넹(34·벨기에)이다. 서양 선수로는 작은 편에 속하는 167cm 단신임에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2003년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윔블던을 제외한 나머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7승을 기록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냈다. 한나래가 에넹을 롤 모델로 삼는 것은 그 역시 단신이어서 신체조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한나래의 키는 165cm다.

"처음에는 키가 좀 더 크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에넹이 전성기였을 때 동영상을 수없이 찾아보면서 어떻게 단신의 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했죠. 흔히 말하는 '발발이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열심히 발로 뛰어다니는 것이 극복의 열쇠더라고요. 앞으로 전진 플레이도 잘한다면 더 보완이 되겠죠."

▲ 한나래의 또 하나 꿈은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다. 프로 생활을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부상을 조심하는 것이 첫번째다. 또 앞으로 다가올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대비하고 나아가서 도쿄 올림픽까지 바라본다는 것이 한나래의 '4년 구상'이다.

여기에 한나래는 마인드컨트롤에도 더욱 신경을 쓴다. 경기를 풀어가다가 실책을 하면 감정이 북받쳐오르는 바람에 스스로 망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내성적인데 코트에 들어서면 승부욕이 발동하고 마음이 급해져요. 그래서 예전에는 실책을 저지르면 욱하는 성격 때문에 종종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곤 했는데 이제는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또 정확하게 끝낼 수 있는 공이 왔을 때 제가 스스로 실책을 하면서 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젠 정확하게 끝내는 샷을 할 수 있게 됐죠. 여러가지로 많이 보완이 된 것 같아요."

원숭이띠로 '자신의 해'를 맞은 한나래의 목표는 당장 지금에 있지 않다. 국가대표선수로서 거의 초년병이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을 풀기 위해 2년 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대비해야 하고 멀리로는 4년 뒤 도쿄 올림픽까지 준비해야 한다. 올해로 프로 데뷔 6년차를 맞이한 한나래로서는 2016년이 자신의 현역 후반기를 시작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워낙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많아서 그 때까지 잘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수정이도 잘하고 후배 이소라(22·NH농협은행, 252위)도 치고 올라오고 제가 게을리 할 틈이 없네요. 2016년을 제 테니스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어요."

▲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한나래에게 남의 일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테니스의 에이스인 것은 분명하다. 한나래가 자신의 이름처럼 기량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면 4년 뒤 도쿄 올림픽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닐 것이다.

■ 한나래 프로필

△ 생년월일 = 1992년 7월 6일
△ 체격 = 161㎝ 50㎏
△ 출신교 = 간석초등학교-부평서여중-석정여고
△ 소속팀 경력 = 삼성증권-인천광역시청
△ 주요 경력
-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
-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국가대표
△ 수상 경력
- 2011년 ITF 세나오컵 여자 서키트 대회 여자 단식 우승
- 2013년 ITF 터키 4차 서키트대회 여자 복식 우승
- 2013년 한국테니스선수권 여자 복식 우승
- 2013년 ITF 삼성증권배 국제여자챌린저대회 여자 단식 및 복식 우승
- 2013년 테니스코리아 올해의 기량발전선수상
- 2015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테니스 여자 복식 금메달, 단체전 동메달
- 2015년 ITF 호주 포트피리 서키트 여자 단식 우승
- 2015년 ITF 창 프로 서키트 여자 단식 우승

[취재후기] 사실 이번 인터뷰는 장수정과 '더블 인터뷰'로 기획했었다. 한국 여자테니스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데다 선의의 라이벌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량발전을 하는 사이이기에 얘기 풀어갈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장수정은 호주 오픈 예선전에 참가하느라 국내를 비워 함께 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지만 한나래는 쿨하게 웃으며 "수정이는 정말 좋은 선수다. 큰 키도 키지만 승부욕이나 정신력은 정말 배우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성적이라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지만 한 번 친해지면 스스럼없이 대한다며 방긋 웃는 한나래는 테니스 실력만큼이나 인간성도 만점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