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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88' 류혜영이 1%의 확률에 기댄 이유, 고경표의 성(姓)이 마지막까지 비밀이었던 이유…그것은 동성동본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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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1988' 류혜영이 1%의 확률에 기댄 이유, 고경표의 성(姓)이 마지막까지 비밀이었던 이유…그것은 동성동본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1.16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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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지난주 '응답하라 1988' 18회가 방송되고 난 후 많은 시청자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으로 꼽은 부분이 바로 고경표와 류혜영의 5년만의 재회였다.

tvN '응답하라 1988' 18회에서 연세대 의대에 다니는 선우(고경표 분)는 쓰레기(정우 분)를 대신해 교수님이 주선해준 소개팅 자리에 나가게 되고, 그 곳에서 5년 전인 1989년 별똥별이 쏟아지던 날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고 뒤돌아서서 사라진 보라(류혜영 분)를 만나게 된다.

고경표는 류혜영에게 "누나 참 대단하네요.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저랑 같은 학교, 같은 과, 그것도 동기랑 소개팅을 해요? 저는 이제 신경도 안 쓰이나 봐요"라며 서운한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런데 이에 대한 류혜영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1%의 확률로 너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류혜영은 "별명이 쓰레기라고 해서 1%의 확률은 날아갔구나. 근데 다시 생각했지. 그럼 다른 1%의 확률에 걸어야겠구나. 너 귀에 들어가라. 같은 학교 같은 과 동기니까 너 귀에 들어가라. 너 귀에 들어가서 정말 1%의 확률이지만 혹시 너가 아직 날 좋아한다면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나왔어"라고 말했다.

이 때 사실 대부분의 반응은 류혜영의 1% 확률에 대한 이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냉정하게 고경표를 차버렸기에 고경표에게 당당하게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은 인정하지만, 같은 동네에서 다른 친구들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진 관계이기에 류혜영이 고경표를 보고자 했다면 이미 둘 사이를 알고 있는 최택(박보검 분)을 통해서 고경표를 불러낼 수도 있었고, 그것도 아니면 고경표의 동생 진주(김설 분)나 자신의 동생 덕선(혜리 분) 등 고경표를 만날 핑계가 없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류혜영이 말한 1%의 확률이 주는 무게감은 15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19회에서 비로소 공개됐다. 그동안 쌍문동 골목길 친구들 중 유일하게 성(姓)이 공개되지 않았던 '선우'의 이름이 '성선우'라고 불려지던 순간이었다.

성노을(최성원 분)은 집에 일찍 들어온 큰누나 류혜영을 보고 어머니 이일화에게 "큰누나 우리 동네에 애인 생긴 것 같다"고 말하며 후보를 한 명씩 거론하고, 이일화는 "선우는 안 된다. 니도 알제?"라고 말해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잡는다. 이어 고경표가 이제는 형제가 최택(박보검 분)에게 "나 보라 누나랑 6년 만에 다시 사귄다"고 말하는 순간 처음으로 선우의 이름이 '성선우'라고 불리게 된다.

'응답하라 1988' 19회의 배경인 1994년은 법으로 '동성동본 금혼제'라는 법조항이 엄연히 살아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류혜영과 고경표의 극 중 성(姓)인 '성씨(成氏)'는 본관이 창녕 성씨와 강릉 성씨의 두 개로 나뉘지만, 사실상 창녕 성씨가 거의 전부를 차지해 동성동본 금혼제가 있는 이상 법적으로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경표의 성이 류혜영과 동성동본임이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선보라 커플'을 지배했던 미묘한 분위기들의 흐름이 드디어 읽혀지게 됐다. 5년 전 류혜영이 고경표를 좋아하면서도 떠났던 이유가 단지 사법고시에 열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것이고, 류혜영이 바로 가까이에 사는 고경표에게 1%라는 희박한 확률을 기대한 것도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유독 고경표만 마지막까지 성이 공개되지 않았던 이유 역시도 마지막에 준비한 극적인 갈등을 예고한 것이었고, 고경표가 류혜영과 다시 시작하기 전에 내 건 세 가지 조건 중 마지막이 "이제는 다음을 준비할 것"이라며 결혼까지 할 각오가 서면 다시 돌아오라고 한 말도 단순한 다짐 정도가 아니라 당시 한국사회의 불문율이자 금기에 함께 맞서 싸울 준비가 됐냐는 결의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 tvN 응답하라 1988' [사진 = tvN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처]

'응답하라 1988' 19회에서 류혜영은 이런 모든 사정을 이해하고 고민한 끝에 결국 고경표에게 달려가고, 고경표는 골목에서 류혜영을 끌어안고 키스를 한다. 류혜영의 어머니 이일화와 고경표의 어머니 김선영은 류혜영과 고경표의 손에 끼워진 커플링을 보고 비로소 두 사람이 서로 연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말았다.

19회에서 길고도 흥미로웠던 덕선(혜리 분)의 남편찾기의 주인공을 정환(류준열 분)이 아닌 최택(박보검 분)으로 결정하며 큰 갈등을 넘긴 '응답하라 1988'은 16일 방송될 마지막회 예고를 통해 동성동본 금혼제라는 사회적 장벽에 가로막힌 '선보라 커플'의 마지막 갈등을 예고했다.

그런데 사실 이 갈등은 보나마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동성동본 금혼제는 1997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법적인 효력이 중지됐고, 2005년에는 드디어 완전히 법적으로도 폐지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회에는 공군회관에서 결혼하는 류혜영과 고경표, 선보라 커플의 행복한 모습이 담길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될 것이다.

tvN '응답하라 1988(응팔)'은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에 이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쌍팔년도(1988년) 서울 쌍문동, 한 골목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왁자지껄 코믹 가족극으로 16일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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